데이터 경영 중요성 강조…전략 투자 역량·위기 대응력에 초점

SK스퀘어 박성하·SK(주) C&C 윤풍영 유력…조대식 4연임 전망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제주 디아넥스에서 열린 CEO세미나에서 폐막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제주 디아넥스에서 열린 CEO세미나에서 폐막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 SK.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새로운 룰’을 요구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예상 밖의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SK그룹 ICT 계열사 일부 수장들의 교체가 점쳐졌다. SK(주) C&C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먹통사태를 초래했고, SK브로드밴드는 망 무임승차 논의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그러나 최 회장은 ‘위기일수록 안정된 리더십’을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다음달 1일 계열사별로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현재 박성하 SK(주) C&C 대표가 SK스퀘어로 자리를 옮기고 박 대표의 공석을 윤풍영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채우는 안이 유력시 된다. SK브로드밴드는 최진환 대표도 3년 임기를 채움에 따라 새 인물이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다만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선임된 지 1년이 막 넘긴 참이라 유임될 전망이다. 

SK스퀘어는 ICT 계열사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전략적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SK(주) C&C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회사다. 그룹의 내일을 만드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특히 SK스퀘어는 SK쉴더스, 원스토어 기업공개(IPO)가 무산되자 자회사 지분을 매각해 새로운 동력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회사의 수장에 박성하 대표와 윤풍영 CIO을 앉힌 건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할 적임자라고 판단해서다. 

박성하 대표와 윤풍영 CIO는 그룹 내에서도 전략통으로 손꼽히는 인물들이다. 박 대표는  SK텔레콤, 수펙스추구협의회 등에서 사업 기획과 개발, 경영 전략 관련 업무를 봤다. 그룹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높고 투자 포트폴리오 발굴, 신사업 기획 등에서 역량이 검증됐다. 

윤풍영 CIO 역시 전략적 투자를 통해 그룹 포트폴리오를 보완하고 새 동력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는 박정호 부회장과 함께 SK하이닉스, SK쉴더스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게다가 SK C&C와 SK홀딩스 합병 작업에 참여해 SK C&C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기도 하다. 

박 대표와 윤 CIO의 이동은 최태원 회장의 데이터 경영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CEO세미나에서 <손자병법>의 ‘이우위직 이환위리(以迂爲直 以患爲利)’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아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최 회장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와 위기 대응 차원의 경영 관리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꺼내든 게 데이터 경영이었다. 재무관리, 단기 실적, 중장기 투자를 위해 데이터에 의거해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이 세워져야 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다만 최 회장은 데이터 경영이 효율화 이상의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는 당부도 곁들였다.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성, 파이낸셜 스토리가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사업 모델에 내재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성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증대시켜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었다. 그러자면 사업 구조을 혁신하고 중장기 성과를 향상시킬 인물이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 

ICT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유례없이 증폭되고 있다. 때문에 최 회장은 계열사 CEO들에게 ‘경제적 해자(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성곽 시설)를 만들 수 있게 기업의 성장 전략을 고민해달라’는 요청했다. 박 대표와 윤 CIO 와에도 데이터 경영 역량을 갖춘 인물들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ICT를 제외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력과 계열사별 미래준비에 무게를 두고 인력 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사장단에 경영관리 능력을 지닌 인물들을 합류시켰고 부회장단 역시 전문성이 강화됐다. 장동현 SK(주)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서진우 SK수펙스추구협의회 부회장 등 8명 중 6명을 전문경영인으로 채운 뒤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BBC 주력사업을 맡겼다. 

그러나 실무를 총괄하는 임원급에서는 변화의 폭이 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SK그룹 전체 신규 임원은 133명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이 중 67%가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등 신규 성장 사업을 담당했다. 전체 승진 대상자 규모는 줄더라도, BBC 분야 인재들의 전진 배치해 미래 역량을 제고할 것으로 여겨진다.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4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최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임하고 있고, 2030 부산국제박람회 유치를 위해 앞으로 1년여간은 그룹 경영을 세세하게 챙기기에 한계가 있어서다.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어왔고,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을 이해하고 있는 조 의장의 협력이 필요한 시기다. 

더욱이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 컨트롤타워에서 성격이 달라질 전망이다. SK그룹은 사외이사 후보군 구성, 이사회 업무 지원 포털 시스템 도입, 디렉터스 서밋 개최 정례화를 통해 이사회 중심 체제를 내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부턴 이사회 역량 측정 지표(BSM)를 도입해 주주들에게 이사회가 얼마나 전문성을 갖췄는지 공개하기로 했다. 지배구조 또한 바꿔 중앙집권적 체제에서 실질적인 독자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드러냈다.

이로 인해 수펙스추구협의회가 거버넌스 스토리를 그룹 내 이식하는 한편, 이사회 지원역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수펙스추구협의회 일부 위원장들의 역할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재계는 SK그룹 인사가 안정적 기조를 지속하되, 차세대 사업에서 조직에 혁신성을 불어넣을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을 점친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경영 상황이나 최태원 회장이 수행할 대외적 역할을 고려할 때, 안정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대신 검증된 인재들, 첨단산업 인재들을 발탁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의 효과를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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