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이언트 스텝 전후로 4조 가량 정기예금으로 유입

주담대 금리 8% 시대 ‘목전’…정책금융 공급도 늘려갈 듯

원달러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00원대를 돌파한 지난주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 구혜정 기자.
원달러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00원대를 돌파한 지난주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 구혜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미국 연준의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휘청인 가운데, 은행권 전반은 소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가 포착돼 눈길을 끈다. 가계부채 리스크 확대는 우려스러운 부분이지만 고금리 시대에 본격화되는 ‘역머니무브’의 확산 뿐 아니라 주담대 금리 8% 시대로 이자 수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업계에서는 이자장사 논란을 의식해 대출 금리를 낮춰 차주들의 부담을 낮추는 반면, 예‧적금으로의 자금 유입을 지속하기 위한 금리 조정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고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 중인 차주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대출 상품 공급을 확산하는 상황에서 은행들의 정책금융 상품 공급을 늘리기 위한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발표 이후, 국내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업계 전반이 미국발 금리 후폭풍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즉각 인상됐고,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 하락과 외국인 자금 이탈 등 금리 역전에 따른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이 비단 최근이 아닌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추세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연말까지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지속되는 금융권 충격 여파

지난주 미국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발표 직후, 국내 금융권은 미국발 긴축 공포의 여파로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여파는 주말을 넘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자이언트스텝이 발표된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09년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어섰다. 이후 상승세를 지속한 원·달러 환율은 오늘 오전 10시30분 기준 1430원에 육박(1428.5원) 오르며 킹달러 기조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같은 날 코스피 시장은 전일 대비 14.9p 하락한 2332.21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이튿날인 24일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이 본격화하면서 전일보다 2% 가까이 하락한 2290선에 장이 마감됐다. 이날 하루 동안에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약 5조7500억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무엇보다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는 국내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른 대출 시장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이러한 인상 흐름이 대출 금리에 선반영되는 모습도 포착됐다.

실제로 데일리임팩트가 확인한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23일 기준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38%∼6.83% 수준을 보이며 7%(상단 기준)에 근접했다. 이는 지난 8월 말 기준 주담대 평균 금리(연 4.36%~6.34%)와 비교하면 상단 기준, 0.5%p 가까이 오른 수치다.

이처럼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급격히 오른 데는 대출금리의 지표가 되는 은행채(무보증·AAA) 5년물 금리의 급등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219%p 오른 4.679%에 거래를 마쳤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2011년 3월(4.68%) 이후 약 11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지난 16일 주담대 금리의 주요 지표인 코픽스(COFIX) 금리 인상 이후 나란히 금리를 0.06%p 올린 시중은행들은 불과 일주일 만에 금리를 또 한번 소폭 인상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미국 연준 발 금리 후폭풍의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라며 “다음 달로 예정된 한은 금통위에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이 결정될 경우, 또 한번 금융시장의 충격이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韓‧美 금리 스텝에 은행권도 ‘초집중’

이같은 미국 자이언트스텝의 후폭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소위 ‘G스텝’ 이후 원달러 환율의 1400원 돌파, 기준금리 역전 등 금융‧경제시장을 뒤흔들 변수가 현실화된 만큼 이전과 다른 충격파가 예상된다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린다.

당장, 금융시장에서는 주식‧부동산 등 위험자산에서 은행권 예‧적금의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역머니무브’가 이전과 다른 속도로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이 킹달러 여파로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도 불가피하면서 안전자산을 찾는 심리가 확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23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약 742조8200억원으로 전월 말(729조8200억원) 13조원 증가했다. 특히 미국 9월 FOMC회의가 진행된 지난 21~22일 전후로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약 3조 8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한 번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이 예정된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선반영된 자금 흐름으로 예상되는데, 금리 역전과 킹달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들은 빠르게 정기예‧적금 금리를 인상하며 향후 예상되는 강력한 ‘역머니무브’에 선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의 최고 금리는 3.94%로 연 4%대 금리에 근접했다.

이밖에 Sh수협은행 ‘Sh평생주거래우대예금’은 최고 연 3.8%,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은 최고 연 3.75%의 금리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고금리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는 일부 저축은행은 이미 4%대 정기예금을 출시하며 역머니무브의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4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4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앞서 언급한 주담대 금리의 인상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다음 달 진행 예정인 한은 금통위가 기존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p 인상) 기조를 깨고 빅스텝 단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정형과 혼합형 금리에 영향을 주는 은행채, 코픽스 금리 인상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만약, 향후 남은 두 차례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0.75%p~1%p 인상되고, 이러한 수치가 실제 상품 금리에 반영될 경우 주담대 금리는 8%대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처럼 단기간 내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단행되고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8%를 넘보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대출 차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고금리 시대를 기회로 삼기 위한 은행권의 대응 방안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출 금리가 올라갈수록, ‘이자 장사’ 논란에 휩싸인 은행권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지표금리 인상분을 상품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자칫 고금리 시대에 차주들의 고통을 외면한다는 ‘사회적 책임론’도 더욱더 거세게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은행권 내부에선 고금리 상품을 저금리로 대환해주고, 원금감면 등의 조치를 지원하는 정책금융 상품 취급을 적극 시행할 방침이다.

실제로 이번 주 금요일부터 주요 14개 시중은행들은 8조5000억원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신청을 시작한다. 또 ‘90% 원금감면’ 조치로 화제를 모은 새출발기금도 오는 27일부터 온라인 사전접수를 진행한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취약 차주를 위한 정책금융 공급이 많을수록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도 보다 쉬워질 수 있을 것”이라며 “더 큰 규모의 금융상품 공급을 위한 고객 유치전도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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