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상→강달러→韓경기침체’ 악순환 장기화 우려

증권 등 국내 금융업권도 직간접적 영향, 대책 마련 필요

13년 6개월만에 원달러 환율 1400원을 돌파한 22일 오전 시중은행 딜링룸. 사진. 구혜정 기자.
13년 6개월만에 원달러 환율 1400원을 돌파한 22일 오전 시중은행 딜링룸. 사진. 구혜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최동수 이상현 기자] 원‧달러 환율이 결국 1400원을 돌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지난 2009년 3월 이후 13년 6개월여 만이다.

미국 연준의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에 이어 환율마저 소위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어서면서 국내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 종가(1394.2원) 대비 3.8원 오른 1398원으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며 몇 분새 1400원을 넘어섰다.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 30분 기준, 시가 대비 11원 오른 1409원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원/달러 환율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1400원 돌파…예견된 ‘킹달러’

사실 환율 1400원 돌파는 어느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이미 지난 1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1시 경 1397.9원까지 치솟으면서 1400원 진입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이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적절한 시점에 시장안정조치 등 필요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구두개입에 나서는 등 당국이 직접 환율방어에 나선 바 있다.

이후 환율은 1391원까지 떨어지며 환율 방어에 성공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국이 외환보유액의 상당수를 시장에 매매해 실질적인 환율 방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단순 구두개입만으로는 이 같은 급격한 환율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이하 연준)의 9월 FOMC 정례회의가 환율 1400원 돌파 여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0.75%p~1%p 수준의 금리인상이 결정될 경우, 환율 상승 역시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밤 진행된 9월 FOMC 정례회의를 통해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앞서 언급했듯 이 역시 환율 1400원 돌파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연말 원달러 환율 상단은 1450원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1400원대 진입을 기점으로 당분간 강달러를 넘어선 ‘킹달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그간 외환당국이 직간접적으로 환율 방어를 위한 대응에 나섰지만 결국 기준금리 역전과 무역수지 적자 등 대내외 변수가 지속되면서 원화약세를 막기에는 사실상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4월부터 이어진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이번달 뿐 아니라 연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도 부정적 요소로 손꼽힌다.

무역수지가 적자라는 건,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보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달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환율 방어를 위해 상당한 외환보유액을 이용한 상황에서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될 경우 외환보유액의 감소에 따른 환율 상승 압박도 커질 수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사진. 구혜정 기자.

물가상승률‧금융시장 타격도 불가피

무엇보다 금융당국과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고환율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가파른 오름세다.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국내 경제시장의 고인플레이션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수록, 달러화 강세 기조는 더욱 강화된다. 이럴 경우, 원화가치 약세로 국내 경기가 위축되면서 불안심리가 확대되고 이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속적으로 높아진다. 이를 막기 위해 한은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경기침체 우려 탓에 한미 간 금리 역전을 허용하면서도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조절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 연준은 8%를 넘어선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1년 새 기준금리를 3%p 이상 올리는 극약처방을 하고 있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산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 미국 연준은 최근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연말, 나아가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4%대 후반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발 고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한 가운데, 금리인상에 속도조절을 할 수밖에 없는 국내 시장의 현실을 감안하면 당분간 이런 상황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한편,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주식시장도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밤 미국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의 여파로 코스피는 오전 11시 30분 기준 전일 종가(2347.21) 대비 32.27포인트(-1.37%) 내린 2314.94을 기록중이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달러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고유가, 고금리, 고환율 위기에 투자를 자제하고 관망해야한다는 보수적 관점의 조언도 나온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1400원대라는 높은 환율이 이어질 경우 국내 물가 부담이 높아지고 무역수지 적자 이슈도 커질 것"이라며 "심리적 저항선이 뚫린 이상 추가적인 환율 상승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투자 자체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타 금융업권에서도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도 이미 하반기 경영 전략을 ‘생존’으로 선택하고 고환율 고착화에 대비하고 있다.

실제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킹달러 쇼크’가 현실화되자 해외투자 비중이 높은 국내 보험사들의 외환리스크 역시 높아졌다. 이에 보험사들은 전체 외화자산의 85% 가량을 ‘일정 시점의 환율에 미리 고정하는’ 환헤지를 통해 환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카드사도 고환율로 인한 해외 결제 감소를 대비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 등의 어려움과 더불어 해외직구 시장까지 위축되면서 의존 비율을 낮추고 경영진 위주의 수익성 개선 방안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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