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업 가리지 않고 대출 규모, 연체율 폭등
부동산 PF 부실 우려 여전...브릿지론 만기 임박
금융 당국은 위기 일축...이복현 “우려할 상황 아냐“

(왼쪽부터) 새마을금고 중앙회, 웰컴저축은행 본사/사진=각 사
(왼쪽부터) 새마을금고 중앙회, 웰컴저축은행 본사/사진=각 사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쌓여온 채무 리스크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과 기업의 대출 규모와 연체율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는 것. 

특히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상호금융·카드사·대부업체 등 비(非) 은행권의 중·고금리 대출을 크게 늘려왔기 때문에 정부의 금융 지원이 종료되는 하반기에 핵폭탄 수준의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급증하는 저소득 자영업자 2금융권 대출...연체율도 빨간불

9일 본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제출 받은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저소득 자영업자의 시중 은행 대출이 45.8%(49조3000억원→71조900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해 상호금융 대출은 2.3배(16조1000억원→37조1000억원)로 뛰었다. 중소득층(87.8%·32조8000억원→61조6000억원), 고소득층(76.5%·116조8000억원→206조2000억원)보다 증가율이 월등히 높다.

저소득층 대출은 보험사에서도 2.1배(8000억원→1조7000억원)로 불었고,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캐피털 등)에서 57.9%(1조9000억원→3조원) 증가했다. 두 증가율 모두 중·고소득자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3년 넘게 원금과 이자 상환을 미뤄주는 금융 지원을 해줬는데도 불구하고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 말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연체 기준)은 0.26%로 나타났다. 이는 전분기(0.19%) 대비해 0.07%포인트(p), 1년 전보다(0.16%)는 0.10%p 상승한 수치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2020년 2분기(0.29%)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금융권은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정부 방침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도 유예했다. 지원은 당초 2020년 9월로 시한을 정해 시작됐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지원 종료 시점이 무려 5차례나 연장됐다. 하지만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 정부의 금융 지원이 오는 9월 종료 예정인 만큼 하반기 연체율 상승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실제 금융회사들은 가계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용위험도가 2003년 카드 사태 이후 최고로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금융회사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있는 가계에 대한 국내 은행의 2분기(4~6월) 가계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42로 집계됐다. 이는 카드사태가 불거졌던 2003년 2~3분기(4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도 위기...2금융권 연체율 상승세 지속

중소기업도 개인 못지 않게 위험에 빠졌다. 역시 본지가 지난 2일 양경숙 의원실로부터 전달 받은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금융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4분기 기준 2.24%로 집계됐다. 2016년 1분기 2.44% 이후 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체율은 지난해 부터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1분기 1.57%, 2분기 1.59%에서 3분기 1.81%, 4분기 2.24%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업권별 연체율은 상호금융이 3.30%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저축은행(2.83%),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1.01%), 보험사(0.15%) 순이었다. 상호금융의 경우 2020년 1분기(3.19%) 이후 처음 지난해 4분기 연체율이 3%를 돌파했다. 여신전문금융사의 연체율도 2019년 3분기(1.16%)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소기업대출 규모도 지난 1년간 크게 증가했다. 비은행금융기관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652조4000억원으로 1년새 110조 가까이 늘었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상호금융의 기업대출 잔액이 349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험사 142조6000억원, 여신전문금융사 90조2000억원, 저축은행 70조5000억원 순이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부동산 PF 부실 우려도 여전...브릿지론 만기 코앞

채무 리스크와 함께 2금융권을 위협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도 여전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21년 말 112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29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0.37%에서 1.19%로 올랐다. 

이 가운데 증권사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0.38%로 전 분기(8.16%)에 비해 2%p 넘게 상승했다. 저축은행과 캐피탈도 동반 상승했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각각 2.05%와 2.20%로 2021년 말 1.22%와 0.47% 대비 소폭 증가했다.

부동산 PF 대출에서 가장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이 올해 만기가 몰려있는 점 역시 걱정거리다.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탈 등 3개 업권이 보유한 브릿지론은 약 21조원이며 그 중 약 18조원이 올해 만기다. 

브릿지론은 시행사들이 사업 초기에 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빌리는 토지 매입 자금을 뜻한다. 

보통 시행사들은 브릿지론 대출을 받고 향후 분양 수익이 확보되면 본 PF를 발생시킴과 동시에 브짓지론 대출을 갚게 된다. 하지만 최근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연장 조차 쉽지 않기 때문에 PF 부실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들이 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경우가 대다수라 리스크가 더욱 큰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금융 당국은 위기 일축...李 “우려할 상황 아냐“

이렇듯 각종 통계가 위기 경고금을 내고 있지만 금융 당국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위기설을 일축하고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싱가포르 팬 퍼시픽 호텔에서 열린 금감원·금융권 공동 주최로 열린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설명회(IR) 개회사에서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견실한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은행권의 경우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기업의 채무상환부담 증가로 자산건전성이 소폭 저하됐으나 팬데믹 이전에 비해 양호한 수준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 원장은 부동산 PF 부실 우려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동산 경기 위축 등으로 부동산 PF 부실 확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지만 금감원은 전체 PF 사업장별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정상화 가능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주단의 자율적 사업 정상화를 유도하는 등 부동산 PF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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