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사‧보험‧저축銀 등 2금융권 연체율 오름세
‘연 20% 육박’ 고금리에 부실리스크 우려도 커져
부실차주 양산 방지 위한 대책 마련도 촉구

국내 5대 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연체율의 늪에 빠졌다.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를 앞두고 금리인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그간 누적돼온 부실채권이 수면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2금융권 연체율 상승으로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연체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보험, 여전사,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연체율은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저축은행, 보험, 여신전문금융회사(이하 여전사), 상호금융 등 주요 업권의 연체율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2금융권의 연체율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2금융권 내 대출 상품을 이용하는 차주들의 상당수가 1금융권(시중은행)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대출 취급이 곤란한 중‧저신용자들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장기간 이어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고금리 여파로 허약해진 이들의 상환능력이 한꺼번에 부실 채무 폭탄으 이어질 경우, 2금융권의 건전성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연체율 불똥 튄 2금융권

실제로 연체율 관련 리스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진 지난 몇 년간 국내 금융권 전반의 가장 강력한 부실 뇌관 중 하나로 손꼽혀왔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소위 ‘3고(高)’가 지속되는 가운데 운영자금 또는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필요한 개인과 소상공인‧자영업자, 그리고 기업들의 대출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융권에서 두려워했던 부분은 소위 ‘깜깜이 채무’로 인해 수면 아래에서 잠자고 있는 부실채권이다. 지난 2020년 초, 정부와 금융당국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대출 상환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 소위 ‘코로나19 금융지원’을 발표한 이후 이들이 받은 대출과 이자는 여전히 상환이 미뤄지고 있다.

그간 금융업계에서는 깜깜이 채무가 수면위로 드러날 경우, 거대한 부실 리스크가 닥쳐올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대출을 집행한 시중은행권을 중심으로 이자 상환 유예 조치의 종료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것 또한 이러한 부실 리스크에 사전 대비하기 위한 나름의 판단이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연체율은 비교적 안정적 수준을 유지해왔다. 금리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 3월 기준 0.22% 수준을 기록한 국내 은행권 연체율은 이후 소폭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특히,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한 지난해 7월을 전후로 0.24%(8월 기준)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연체율이 오르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0.21%(9월)로 내려간 바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연체율이 사실상 상환 유예‧만기 연장 조치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우려도 지속됐다. 실제로 본격적으로 착시효과가 걷어지기 시작한 지난해 11월(0.27%)과 12월(0.25%) 각각 높은 수준을 보인 연체율은 지난 1월 0.31%까지 오르며 지난 2021년 5월(0.32%) 이후 2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가장 많은 대출을 집행한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월 기준 가계 및 기업 신규 연체율은 각각 0.09%, 0.1%로 두 달 새 0.03%p~0.04%가량 올랐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연체율‧금리 모두 ‘위험수위’ 도달

이러한 연체율 리스크에 더 크게 노출돼있는 곳은 다름 아닌 2금융권이다. 1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시중은행에 비해 표면적인 연체율 수치도 높은 데다, 대출 금리도 평균 10%를 넘어서는 고금리 상품이 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대출 연체에 따른 부실 리스크가 1금융권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표면적으로 대출 규모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2월 기준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7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보험(3000억원), 저축은행(200억원)은 소폭 증가했지만 상호금융(-2조7000억원), 여전사(-4000억원) 등에서 대출이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2금융권 내 잔액 축소로 이어졌다. 전년 말 대비로도 5조9000억원 감소하며 완만한 대출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대출 감소세를 1금융권인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감소 폭에서는 다소 차이가 난다. 지난 2월 말 기준, 시중은행권 대출 잔액은 전년 말 대비 7조3000억원 감소했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 상환이 늘어난 탓인데, 상대적으로 2금융권의 상환 규모가 시중은행권 대비 작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대출 잔액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금리다. 최근 금융당국의 상생 압박, 그리고 예대금리차 이슈 여파로 시중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일제히 낮추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8~9%대에 육박했던 시중은행의 주담대를 포함한 대출금리도 현재 5~6%대(상단 기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2금융권의 금리는 여전히 10%대를 넘어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재 가계대출 상품을 운용 중인 11개 보험사의 지난달 말 기준 신용대출(무증빙형) 평균 금리는 10.1%로 10%를 넘어섰다. 손보사의 경우 10.30%로 전년 말 대비 0.24%p, 생보사의 경우 9.90%로 같은 기간 0.33%p 올랐다.

저축은행 CEO들과 간담회 하는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 구혜정 기자
저축은행 CEO들과 간담회 하는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 구혜정 기자

저축은행 또한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6.65%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법정 최고 금리인 ‘연 20%’에 육박하는 대출 상품을 운용하는 등 고금리 상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같은 2금융권의 고금리는 연체율에도 적신호를 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보험사의 연체율은 0.22%, 여전사는 1.24%, 저축은행은 3.40%를 각각 기록했다. 이는 모두 지난 2020년 3~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자, 같은 기간 시중은행 연체율(0.25%)과 비교해도 큰 차이다.

특히, 보험사를 제외한 여전사와 저축은행의 경우, 전 분기 대비 각각 0.26%p와 0.45%P 씩 연체율이 올랐다. 0.1%p를 밑돈 시중은행의 연체율 증가 폭과 비교해도 상당히 큰 수준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보험사 연체율은 타 업권 대비 낮지만 전년 초와 비교하면 0.1%p 가량 상승한 수준”이라며 “특히 업계 내에서 건전성 지표로 활용되는 지급여력 비율(RBC)의 경우,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의 폐쇄 조치 등과 관련한 금융시장 동향 및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미국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의 폐쇄 조치 등과 관련한 금융시장 동향 및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2금융권 발' 부실 폭탄 대비책 필요

2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에 비해 반영 속도가 늦을 뿐, 대출금리가 추종하는 주요 지표 금리의 하락세가 조만간 실제 금리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지표금리가 실제 대출 금리에 반영되면 자연스레 연체율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오는 9월 코로나19 금융지원 중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다는 점은 변수로 손꼽힌다.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가운데 ‘만기 연장’에 대해서는 3년 유예, 상환유예 조치에 대해서는 1년 유예를 결정한 바 있다. 당장 9월부터 그간 가라앉아있던 ‘잠재적 부실 폭탄’이 수면위로 부상하게 되는 셈이다.

일단 금융당국은 2금융권 내 고금리 대출을 대상으로 한 1금융권 내 저금리 대환대출, 차주들의 적극적인 금리인하요구권 활용이 연체율 및 건전성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적극 권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금융사에는 가산금리 조정, 자체적인 금리 인하 조치를 통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최소화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2금융권의 연체율이 높긴 하지만 코로나19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연체율의 상승이 추세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건전성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