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금리 인하에 당국 압박까지…‘하단 3%대’ 찍은 대출금리
수익성 방어 위해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밑돌아
NIM 등 수익성 지표 1분기 하락전환…은행권 고심도 커져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최근 가계대출이 8개월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며 은행 실적 제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과 달리 정작 시중은행 내부에선  ‘수익성 경고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은행권 내 수익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가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대출금리 인하 기조로 인해 자금 조달 비용 또한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는데 이같은 전략이 오히려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일단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그간 이어진 대출 시장의 위축이 다소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계‧기업 중심의 대출 영업 강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예금 및 대출금리가 본격적인 금리인상기 직전인 지난 2021년 상반기 수준으로 회귀한 가운데, 수익성 제고가 은행업권 내 새로운 숙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간 금리 인상으로 인한 역대급 이자수익으로 연간 40조원에 육박하는 이자수익을 거두기도 했던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리인상 기조의 중단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우려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기준금리’ 터치한 여‧수신 금리

최근 국내 은행권 내 금리인하 기조는 이미 추세화된 모습이다. 예금금리의 경우, 이미 기준금리(3.5%) 이하로 내려갔고 대출금리 또한 연초 대비 평균 1%p 가량 하락하며 하단 기준으론 이미 연 3%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데일리임팩트가 확인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2일 기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기준 연 3.68%∼5.8%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 초 연 4.76~6.53%와 비교하면 상단은 0.7%포인트(p), 하단은 1%p 이상 하락한 수치다.

이같은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하락은 지표금리인 은행채 금리의 하락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 12일 기준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연 3.84% 수준으로 올해 초 연 대비 0.7%p 가량 내려갔다. 은행채 금리 인하 폭만큼 고정형 주담대 금리 또한 내려간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수치가 현재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시작된 지난 2021년 8월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는 점 또한 눈길을 끈다. 기준금리 인상이 처음 시작된 지난 2021년 8월 금통위 전후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2.92%~4.42% 수준을 보였다. 최근 수치와 비교하면 불과 0.7%p(하단 기준)차이에 불과하다.

주담대뿐 아니라 전세대출 금리(연 3.91%∼6.46%), 신용대출 금리(연 4.65%∼6.16%) 또한 연초 대비 1%p 이상 하락(하단 기준)했다.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지표금리 인하 그리고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상 자제령 등이 전반적인 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진 것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달 코픽스(COFIX)가 3.44%로 전월 대비 0.12%p 하락, 대출금리가 더 내려갈 여지도 충분하다”며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은행권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급락한 예금금리, 머니무브 ‘가속화’

대출금리 못지않게 예금금리도 낮아지고 있다. 아직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 수준인 ‘0%대 금리’까지 하락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상당수 정기예금 금리가 기준금리(3.5%) 수준을 밑도는 등 금리 하락세가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실제 국내 5대 시중은행에서 운용 중인 정기예금(1년 만기‧기본금리) 상품 중 기준금리를 웃도는 금리를 지원하는 상품은 우리은행의 ‘우리WON플러스예금(연 3.53%)’ 상품이 유일하다. 특히, 모든 우대금리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거의 모든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 금리는 연 3.5%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일부 시중은행은 연 3.5%를 상회하기도 했지만, 우대조건이 까다로워 사실상 이를 적용받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흐름을 전체 은행권으로 확대해 봐도 추세는 비슷하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회원사 기준 정기예금 상품의 기본금리가 연 3.5%를 웃돈 상품은 Sh수협은행, 케이뱅크 등에서 운용 중인 상품 10개에 불과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예금금리의 인하는 은행 수익성 악화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

대출금리 인하로 이자 수익이 감소할 경우 통상적으로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인하해 조달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 하지만 최근 예금금리의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정기예금 잔액의 감소세 또한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 사항이다.

예금금리 인하로 은행의 대출 재원으로 활용되는 저원가성 예금 잔액의 감소가 오히려 수익성 악화를 야기할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지난 4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805조7830억원으로 지난해 말(827조2990억원) 대비 약 3%(21.6억원) 가량 감소했다. 주요 시중은행뿐 아니라 국내 은행업권 전반적으로도 예금 잔액의 감소세는 두드러지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고민을 겉으로 드러내는 데는 난색을 보인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우선 은행권 자율에 기반한 금리산정 및 영업이 수반돼야 하지만 여신금리 인상 및 수신금리 경쟁 자제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여전한 상황에서 자율 경영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자칫 금융당국에 반기를 드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

국내 5대 은행 사옥/사진=각 사 제공
국내 5대 은행 사옥/사진=각 사 제공

수익성 하락 전환, 단기적 해법은 ‘요원’

그런 사이 지난 1년여 넘게 이어진 은행권의 수익성 상승세도 올해 들어 하락세로 전환됐다. 대표적인 금융사의 수익성 지표로 분류되는 NIM은 은행의 자산운용 수익에서 조달 비용을 뺀 뒤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조달비용이 낮은 저원가성 예금이 많고, 수익성이 높은 대출이 많을수록 NIM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국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지난 1분기 기준 순이자마진(NIM)이 전 분기 대비 상승한 곳은 KB국민은행(1.75%→1.79%)이 유일했다.

그 외에 신한은행의 NIM은 전 분기 대비 0.08%p 하락한 1.59%를 기록했다. 하나은행(1.68%)과 우리은행(1.65%)의 NIM 또한 전 분기 대비 각각 0.06%p, 0.03%p 낮아졌다. 지난해 1분기부터 연말까지 이어온 NIM 상승세가 멈춘 셈이다.

이번 1분기 NIM 감소세 전환 또한 정기예금, 특히 ‘저원가성 예금’의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 감소 등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이 NIM이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수익구조 개선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업계에서는 일단 비은행‧비이자 비중을 줄이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같은 전략의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실적 대안으로 예금금리 인하 폭 확대를 통한 수익성 방어에 당분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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