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2%, 저축銀·카드사 1% 돌파
고금리 여파 건전성 ‘빨간불’
금융당국은 진화 나서...“우려할 상황 아니다“

웰컴저축은행 본사, 새마을금고 중앙회, 신한카드 본사/사진=각 사 제공
웰컴저축은행 본사, 새마을금고 중앙회, 신한카드 본사/사진=각 사 제공

[데일리임팩트 심민현 기자]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카드사 모두 올해 1분기 연체율이 급상승하며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권의 1분기 연체율은 5.1%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말 3.41%였던 연체율이 석 달 만에 1.69%p(포인트) 상승했다. 5%를 웃도는 연체율은 지난 2016년 말(5.83%) 이후 6년여 만에 처음이다.

저축은행의 연체율 상승은 9년 만의 적자로 이어졌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79개 저축은행의 1분기 순손실 규모는 6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업계 전체 적자를 기록하게 될 경우 2014년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저축은행의 총자산 역시 13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2.5%(3조5000억원) 감소했다.

상호금융의 연체율은 더욱 심각하다. 2021년 말 1.17%였던 연체율은 작년 말 1.52%로 올랐고 지난 2월 말 기준 2.15%로 집계돼 2%를 넘어섰다. 특히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까지 제기되며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최근 유동성 비율, 연체율 관리 등 관련 부실 위기에 대한 해명 자료를 수차례 냈지만 우려의 시선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021년 말 112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29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0.37%에서 1.19%로 올랐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연체율 상승에 따른 고객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새마을금고는 선제적인 대출리스크 관리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의 연체율도 위험 수위에 다가섰다.  1분기 카드사의 연체율은 대부분의 회사가 1%를 넘겼다. 국내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1.37%로 2019년 3분기(1.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체율 상승을 부추기는 카드론, 리볼빙 이용 금액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카드사들의 카드론 잔액은 34조1210억 원으로 지난해 말(33조6450억 원)보다 5000억원가량 늘었다. 카드론 이용자는 다중채무자인 경우가 많아 연체로 인한 부실이 다른 금융사까지 전이될 우려가 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7개 카드사의 올해 4월 리볼빙 잔액도 7조1729억원으로 1년 전(6조2740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대금을 일부만 결제하고 최대 90%까지 연체 기록 없이 다음 달로 이월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일단 신청하면 출금계좌 잔액 여부와 상관없이 10%에서 최대 20%에 달하는 고금리 이자가 청구될 수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대내외적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힘들지만 연체율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강도 높은 효율화를 통해 안정적 성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제공

다만 연체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금융 당국은 아직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설명회에서 “은행권의 경우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기업의 채무상환부담 증가로 자산건전성이 소폭 저하됐지만 팬데믹 이전에 비해 양호한 수준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최근 연체율 상승은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정책의 불가피한 측면”이라며 “연체율이 아직 낮은 수준이고 금융위기라고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동결 기조도 금융 당국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2월과 4월에 이어 3번 연속 동결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를 기록해 14개월만에 3%대로 떨어졌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3년 전에 비해 금리가 높은 상황이라 연체율이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예상보다 빠른 금리 안정 움직임은 올 한 해 전체로 봤을 때 금융권 전반의 건전성 관리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