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평위. 외부 여론 수렴 후 새 모델 검토
공정성·객관성·전문성 논란 반복됐지만
양대 포털, 뉴스 제휴·심사 권한 유지해와
정부여당 '편향성' 비판에 일단 '몸 사리기'
업계 "영향력 큰 뉴스 서비스 포기 안할 것"

네이버와 카카오 관련 이미지. 사진. 각 사
네이버와 카카오 관련 이미지.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제휴 모델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안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국내 대표 포털인 네이버·카카오가 새로운 뉴스 제휴와 심사를 잠정 중단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네이버·카카오가 뉴스 제휴·심사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뗄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뉴스'를 매개로 언론사에 영향력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압박에서 벗어나려 면피성 대책을 내놨을 뿐 유사한 성격의 조직을 다시 세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23일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사무국에 따르면, 전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운영위원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방안을 수립할 때까지 제평위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제평위의 운영 중단은 네이버·카카오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네이버·카카오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제휴 모델을 구성하기 위해 현재의 제평위 외 새로운 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대내외적 요청을 반영한 것"이라며 "서비스 개선을 위해 계 의견을 수렴, 더욱 나은 대안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전했다. 

당분간 뉴스 제휴 심사도 중단된다. 공청회 등 외부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휴평가시스템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제평위는 2015년에 준비위원회가 출범한 이래 2016년부터 7년 동안 양사의 뉴스 제휴 심사와 제재를 담당해왔다. 뉴스 제휴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자 네이버·카카오는 자율기구를 세워 관련 업무를 일임했다. 

제평위는 언론인권센터, 한국지역언론학회, 한국여성민우회,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기자협회, 방송협회, 신문협회, 온라인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등 시민단체, 언론단체, 법조계 등에서 주천한 인사 30명으로 구성된다. 언론사 제휴 심사 과정에서 다양한 민의가 반영되는 한편, 뉴스 소비자와 제공사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다만 제평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사실상 어뷰징 기사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언론사 제휴과 퇴출 기준에 대해서도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 일부 위원들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도 불거졌다. 정권과 '각 맞추기'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뉴스 이용자의 요구와 언론 환경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 점도 한계였다. 온라인 매체가 급증하면서 기존 언론과는 다른 뉴스 모델들이 등장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의 서비스, 유튜버와 같은 1인 미디어가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언론사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제평위가 어떤 방식으로 제휴 언론사를 선정하는지 불분명하다.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데다,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에 무게를 둬 심사하기 때문이다. 제평위가 새로운 언론사엔 진입장벽을 높이고, 기성 언론 중심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현재 온라인을 통한 뉴스 소비는 양대 포털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국내 검색엔진 시장의 과반 이상을 네이버와 카카오가 차지하고 있어서다. NHN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엔진 시장점유율 총합은 67.6%에 달한다. 네이버·카카오가 제공하는 뉴스 콘텐츠가 소비자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들어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선거철마다 포털 압박을 반복해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부여당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3월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독과점 기업을 넘어 이제 대한민국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빅브라더 행태를 보이는 네이버의 오만한 작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온라인을 타고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짜뉴스는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잘못된 허위 정보와 선동은 국민의 의사결정을 왜곡하고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시스템을 와해시킨다"고 문제삼았다. 

정부여당이 양대 포털, 특히 이들의 뉴스 서비스가 여론을 조작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일제히 비난하자, 네이버·카카오는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다. 다음달 뉴스 댓글 운영 정책까지 바꾸기로 한 것이다. 

네이버는 댓글 프로필을 강화한다. 과거 작성 이력을 한 눈에 확인하고, 이용 제한이 걸린 사용자에겐 일종의 뱃지를 붙인다. 또 댓글 운영 정책에 대한 퀴즈를 풀어야 이용 제한이 풀리도록 할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부적절한 표현 등을 반복하는 이용자해 제재를 당했음을 알리는 표식을 달 것"이라며 "정지기간이 끝나도 바로 활동할 수 없다. 앞으로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댓글 운영 정책에 대한 퀴즈에 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또한 욕설·비속어를 가려주는 인공지능(AI) 기능인 세이브봇을 강화하고 실시간 소통에 맞춰 뉴스 댓글 서비스를 개편한다. 기존 게시판 대신 체탕창을 열어 커뮤니티로 역할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일부 사용자의 의견이 대표적 의견으로 비춰지거나, 사생활 침해와 인격 모독, 혐오 표현 같은 부적절한 내용의 댓글이 사라지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뉴스 댓글 서비스를 바꾸고 이용자 반응을 살필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뉴스 댓글 정책의 변화와 제평위의 잠정 운영 중단이 무관치 않다고 본다. 포털의 영향력은 키우되 외압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어서다.

네이버·카카오는 SNS에 대응, 포털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10일 다음에 '투데이 버블'을 적용했다. 다음과 제휴를 맺은 뉴스 사이트와 블로그, 카페 등에서 이용자들이 관심을 보인 키워드와 관련 콘텐츠를 보여준다. 네이버 역시 AI 기능을 적용, 주제별로 맞춤 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지식인, 뷰(VIEW), 인플루언서, 이미지, 동영상, 뉴스, 쇼핑 등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분류된 다양한 콘텐츠들을 자동 노출하는 대신, 주제별 스마트블록들을 띄우는 식이다. 최근에는 카카오의 투데이 버블과 유사한 트렌드 토픽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네이버·카카오가 뉴스 서비스 자체를 포기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비중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나, 포털 기반의 광고에서 적잖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뉴스 검색을 통해 유입되는 이용자가 상당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뉴스 서비스는 유지할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에서도 네이버·카카오가 뉴스 서비스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제평위를 둘러싸고 줄 세우기 논란은 물론 포털 뉴스 배열의 편향성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며 "당당하게 포장하고 싶으면 편향성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개선방안을 내놓는 게 정상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네이버·카카오의 뉴스 서비스를 규제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는 기사 배열과 알고리즘 등의 포털 뉴스서비스를 심의하고 개선점을 제시하게 된다. 같은 당 윤두현 의원도 포털을 '언론'에 포함시켜 책임을 지우는내용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에서도 포털에 대한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짜뉴스 퇴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포털이 허위 정보를 양산·유통하는지 점검하고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등의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알고리즘투명성위원회에서 포털의 기사 배열·노출 기준을 검증하고 제평위의 구성요건과 역할 등을 명확히 규정, 법제화할 방침이다. 

네이버·카카오가 몸 사리기에 들어간 만큼, 독자적으로 뉴스 제휴와 심의를 수행할 공산은 적다. 제평위를 대신해 정부여당의 의견을 반영한 조직을 출범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또다른 IT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뉴스 서비스는 포털 입장에선 계륵과도 같지만, 언론사를 길들일 '권력'이기에 내려놓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표면적으로 절차적 공정성과 객관성, 전문성을 높인 외곽조직을 세울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 정부여당쪽 추천인사를 더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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