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실적, ‘1분기 기점’ 역성장 가능성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에 이자익 감소도 불가피
금융지주 ‘비은행‧비이자’ 강화로 극복 노려

국내 5대 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고금리 기조에 따른 이자 수익 증가에 힘입어 증가세를 이어오던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역성장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이러한 기조가 이번 1분기 뿐 아니라 상반기, 나아가 연간 실적에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당장 실적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한 비이자‧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이 향후 실적 경쟁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실적 성장 예상, 하지만...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본격화된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역대급 실적 행진이 올해 1분기를 전후로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전히 4%에 육박하는 고금리와 연 6~8%대의 대출 금리를 유지하는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주요 지표들은 금융사에 유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와 이자 감면 압박, 정부 차원의 상생금융 참여 등이 더해지면서 수익성이 다소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1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금융정보분석 업체 에프엔가이드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4조6320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 동기(4조5950억원) 대비 4%가량 늘어난 수치인데, 1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개별 지주사별로 살펴보면 다소 차이가 예상된다. 

지난해 리딩금융을 차지한 신한금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한 1조3933억원의 당기순익이 예상됐다. 이어 KB금융 또한 전년 대비 4.3% 감소한 1조3912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하나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4.8%가량 늘어난 9458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둘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했다. 특히, 임종룡 체제 출범을 알린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성장세(7.5%)를 기록하며 약 90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 실적 개선은 단기자금 시장 위축에 따른 기업 대출 증가세, 그리고 여전히 높은 대출금리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의 여파로 해석됐다.

실제로 데일리임팩트가 확인한 4대 시중은행의 3월 말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은 약 583조76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7500억원 가량 늘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감소세의 여파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가계대출(685조 4500억원→680조7660억원)과는 대비되는 흐름이다.

특히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유동성 확보에 취약한 중소기업(+1조5200억원)을 중심으로 기업 대출 잔액이 확대됐는데 연 5%대를 넘어선 기업 대출 금리 또한 대출 규모 확대와 더불어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또 예대금리차의 지속적인 확대 역시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지난 2월 기준 예대금리차는 1.72%p로 3개월 연속 확대됐다. 통상적으로 예대금리차가 커질수록 순이자수익(NIM)이 개선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 역시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주춤한 금리, 이자이익 감소도 ‘불가피’

하지만 향후 실적에 대한 금융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앞서 언급했듯 올해 1분기에도 실적 선방이 예상되지만 매 분기 실적 감소세가 뚜렷한데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주춤해진 금리 인상세가 이자수익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분기 3조9647억원 수준이었던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익은 지난해 1분기 4조5612억원으로 1년 새 6000억원 가량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에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4조8876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70% 가량 감소한 1조76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실적이 급감했다.

물론 대손충당금,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의 여파로 실적이 쪼그라든 측면이 있지만 최근 몇 년간 매 분기 0.02%~0.05%p 수준의 상승세를 보여온 순이자마진(NIM) 상승폭이 0.01%p로 축소되면서 실적 감소의 시그널이란 해석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2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그동안 계속된 금리인상 사이클이 1분기 중 종료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으로 자의반 타의반 대출 금리를 낮추는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업계에서는 다음 주로 예정된 한국은행의 4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이번 금통위에서도 금리가 동결될 경우, 지난 2월에 이어 2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금통위의 결정이 시장에 ‘금리인상 종료’라는 명확한 시그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미국 연준의 긴축 완화로 한은 또한 추가 인상에 대한 부담감이 낮아졌다”며 “여기에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글로벌 금융 불안을 고려하면 이번 금통위가 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금통위 전후로 고조될 금리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대출 금리에도 선반영됐다. 현재 국내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65%~5.84% 수준에 형성돼있다. 하단 기준, 주담대 금리가 3%대로 내려온 건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 1분기 이후 1년여 만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예대금리차 축소, 상생금융 압박이 지속되면 대출 금리 또한 더 낮아질 수 있다”며 “이자수익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금융사의 실적 비중을 고려하면 빠르면 1분기 또는 2분기부터는 실적이 역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설명했다.

'상생금융 간담회'에 함께 하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왼쪽).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신한은행.
'상생금융 간담회'에 함께 하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왼쪽).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 신한은행.

비은행‧비이자 강화로 반전 꾀하나

금융지주사 또한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비은행‧비이자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핵심 수익원인 이자 실적의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같은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꺼내들 수 있는 몇 안되는 카드가 바로 ‘비은행‧비이자’ 강화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은행 계열사 기준)가 거둔 연간 이자 이익은 전년(26조4100억원) 대비 20%가량 늘어난 32조5230억원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은 8조7300억원으로 전년(11조6800억원) 대비 25% 수준 감소했다.

금융지주사 또한 연초부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최근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로 VC(벤처캐피탈) 라인업을 구축한 우리금융은 증권사 M&A에도 본격 나설 채비를 갖췄다. 여러 기업이 인수 대상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가운데 리테일(소매) 금융에 강점을 가진 증권사들이 우선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보험, 카드업권 내 주요 매물의 향방에도 관심이 모아지는데 4대 금융지주사는 여전히 유력 피인수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외부 수혈뿐 아니라 내부 역량 강화 움직임도 포착된다. 특히 자산관리(WM) 부문이 눈에 띄는데 4대 지주사의 은행 계열사를 중심으로 WM조직 개편 및 신설, WM 영업력 확대 등의 전략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이밖에 최근 논의되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 또한 이종산업으로의 진출을 도모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60%에 달하는 글로벌 금융사의 비이자 이익 비중에 근접할 수 있도록 비이자‧비은행 비즈니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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