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완화 선반영' 한달 새 예금금리 0.1%p대 하락
같은 기간 0.05%p 하락 그친 대출금리와 '온도 차'
벌어지는 '예대금리차 논란' 재점화 가능성도 제기

국내 5대 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최근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긴축완화의 기대감이 은행권 여·수신 금리에 선반영되는 가운데,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가 사뭇 다른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예금과 대출 금리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락 속도와 폭에서는 다소 차이가 감지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긴축 완화 시그널과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대출 금리는 여전히 연 5%대 중후반(상단 기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예대금리차 축소를 이유로 인상이 강제됐던 예금 금리는 이와 달리 이미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가며 보다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업계 내부에선 그간의 금리 인상 속도와 폭, 조달비용을 고려하면 여신과 수신 금리 변동 세가 동일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가파른 예금 금리의 하락세가 자칫 시장금리를 역행하는 인위적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세심한 금리 조정이 필요하단 지적도 제기된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두 달 연속 기준금리 동결, 이에 따른 전반적인 긴축 완화 기조 속에서 은행권 내 여‧수신 금리의 흐름에 다소 유의미한 차이가 포착된다.

전반적으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모두 코픽스(COFIX), 은행채, 국고채 등 지표금리의 하락과 함께 내려가고 있지만, 인하 속도 및 인하 폭에서는 여전히 예금 금리가 빠르고 크다는 분석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추세가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돼온 소위 과도한 ‘예대금리차 논란’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추후 은행과 당국 간 또 한 번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긴축완화 기대감 반영된 여‧수신 금리

실제로 데일리임팩트가 확인한 지난 12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금리(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는 연 3.64%∼5.86%로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월 말(연 4.30%~6.31%) 대비 상‧하단 모두 0.5%p~0.7%p 가량 하락한 수치다. 특히 그사이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두 차례(2월 28일‧4월 11일) 동결된 점을 감안하면 긴축 완화에 따른 기대감이 금리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고정형 주담대 금리(연 4.62%∼6.88%)과 비교하면 약 3개월 사이 금리 하단이 1%p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가 0.25%p 인상(3.25%→3.5%)하면서 실제 대출 금리가 기준금리의 흐름을 오히려 역행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12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18%~6.27%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2월 말 기준 변동형 금리(연 4.64%~연 6.38%)와 비교하면 최대 0.46%p(하단 기준) 하락한 수치다.

이같은 주담대 금리의 전반적인 하락세는 이들이 추종하는 지표금리의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고정형 주담대 상품이 추종하는 은행채(5년물·AAA) 금리는 지난 13일 기준 3.855%로, 2월 말(4.564%) 대비 0.7%p 가량 내려갔다. 또 변동형 상품의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 역시 지난 2월 기준 3.53%를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기준금리 및 대출금리의 흐름을 고려하면 다음 주(17일) 발표 예정인 3월 코픽스 또한 전월 대비 하락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광폭하락’ 예금금리, 대출금리는 ‘찔끔’

이처럼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대출금리와 마찬가지로 수신(예‧적금) 금리 또한 내림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앞서 언급했듯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주요 지표금리 하락의 여파인데, 대출금리와는 금리 인하 속도 및 인하 폭에서 사뭇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대출금리의 하락세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 기준) 금리는 연 3.37~3.49%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월 말 기준 정기예금 금리(연 3.34~3.62%)와 비교하면 0.2%p(상단 기준) 남짓 하락한 수치다. 하단 기준으로는 오히려 소폭(0.04%p) 인상되며 대출금리와 다른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비교 범위를 최근 한 달 이내로 좁혀보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지난 3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6~3.65%로 약 열흘 새 0.17%p(상단 기준) 내려갔다.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긴축완화 가능성이 대출에 이어 예금금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반면, 최근 한 달 새 대출금리의 인하 폭은 예금금리 인하 세에 못 미쳤다. 지난 달 말 기준 시중은행 주담대 상품의 금리는 고정형이 연 3.64~5.81%, 변동형이 연 4.17%~6.29% 수준이었다.

앞서 언급한 이번 주 주담대 상품의 고정형(연 3.64%∼5.86%)과 변동형(연 4.18%~6.32%) 금리와 비교하면 하단은 비교적 유사했지만 상단은 각각 0.05%p, 0.03%p 하락하는 데 그쳤다. 여신과 수신 모두 은행채, 기준금리 등 똑같은 지표금리를 추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와 같은 하락세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창용 한국은행. / 사진= 공동취재사진.
이창용 한국은행. / 사진= 공동취재사진.

인위적 금리 조정 부작용 ‘우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동일한 지표금리를 추종하고는 있지만 예금과 대출 금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하소연한다.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으로 지표금리의 하락세보다 더 큰 폭으로 대출금리를 내리다 보니 인위적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여‧수신금리의 뚜렷한 온도 차는 예대금리차(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최근 공시된 국내 5대 시중은행의 2월 기준 예대금리차는 1.36%p로 전월(1.18%p) 대비 0.18%p 가량 확대됐다. 지난해 말 기준 1%에도 못 미쳤던 예대금리차(0.68%)는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아랑곳없이 매월 격차를 벌리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 축소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는 점에서, 또 한 번 당국과 업권 간 예대금리차 논란이 이슈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표금리의 추세와는 무관하게 인위적으로 대출 금리를 내리다 보니 이자 수익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조달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예금 이자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금리를 상대적으로 대출보다 더 빠르게 낮출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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