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 직원·점포 줄여
환경 악화‧디지털과 비대면 강화 여파
'나눠 먹기'·소외계층 해결은 숙제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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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던 보험사와 카드사가 직원과 점포를 꾸준히 줄이고 있다. 최대 60%의 성과급을 지급하며 실적을 자축했던 보험·카드업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행보다. 

업계에선 불안한 금융시장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 우려와 디지털화로 인한 업무 인력 감축을 이유로 들면서 희망퇴직을 적극적으로 단행해 비용 부담을 털어냈다고 설명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력과 점포 감축으로 인한 금융소외 계층 확산과 성과급 나눠 먹기 문제는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지적한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업보고서를 공개한 보험·카드사의 지난해 직원 수는 3만5537명으로 전년(3만6423명)보다 886명이 감소했다.

보험사의 경우 지난해 2만8482명으로 전년보다 706명이 줄었는데 직원이 가장 많이 떠난 보험사는 신한라이프였다. 신한라이프는 직원 수가 전년 대비 322명 줄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신한라이프에 이어 동양생명(77명), 미래에셋생명(74명), 삼성화재(59명), 현대해상(50명), KB손해보험(38명), 한화생명(34명), 삼성생명·DB손해보험(26명) 순이었다.

보험사들은 점포 역시 줄이며 긴축 경영에 나섰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365개의 점포의 영업을 종료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보험 가입자가 갈수록 감소하면서 관리 인력을 줄이는 추세로 전환됐다"며 "온라인 등을 통한 다이렉트 보험 가입이 늘고 있는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의 경우 7055명으로 180명이 줄었는데 우리카드가 지난해 127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나며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신한카드(26명), 삼성카드(22명), KB국민카드(5명)가 뒤를 이었다.

카드사 관계자도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앱 카드 등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관리 인력을 줄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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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호황'에도 인력 감축

지난해 보험·카드사들은 '불황 속 호황'을 기록하며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2022년 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이 9조1801억원으로 전년 8조2660억원 대비 11.1%(9141억원) 증가했고 같은 기간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도 2조6062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에 맞춰 금융사들은 최대 연봉에 60%에 달하는 금액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임직원들의 노고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보험·카드사가 인원·점포를 줄이는 이유는 불안한 금융 시장으로 인해 경영 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시스템 강화와 빨라지고 있는 디지털 전환도 인력 감축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지난해 자금조달에 애를 먹었던 보험사의 경우 올해 2분기 2조원대에 달하는 자본성 증권의 콜옵션(조기 상환권) 만기가 다가오면서 또 한 번의 고비를 맞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크레디트스위스(CS) 발행 채권이 전액 상각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카드사 역시 주 수입원인 가맹점 결제수수료가 인하되면서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섰지만 확실한 대안이 나타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갚아야 하는 돈이 늘어나면서 긴축 경영이 이어지고 있다"며 "인력 감축도 경영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보험·카드사의 인력 감축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와 우리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 등이 희망퇴직을 신청받은 바 있으며 생보사와 카드사는 올해 상반기에 신규 채용 규모를 전년보다 줄이기로 했다.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난곡지점의 ATM을 실제 시니어 고객이 이용하고 있다. 사진. 신한은행.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난곡지점의 ATM을 실제 시니어 고객이 이용하고 있다. 사진. 신한은행.

금융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늘려야

다만 일각에선 고액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인력은 줄인다는 것이 결국 '성과급 나눠먹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 직장인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생존'을 위해 인원은 줄이면서 임직원들에겐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는 비난이 해당 금융사들의 이름과 함께 이어지고 있다.

또 보험·카드사가 오프라인 지점 운영의 비효율화를 이유로 점포를 폐쇄하고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금융 취약 계층에 대해 배려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IT기술·장비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지점·영업점 운영이 금융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지만 관련 인력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면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이다.

이에 보험·카드사들은 공동점포 개설, 특화지점 운영 등을 통해 금융 취약 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기업들의 점포 폐쇄 현황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우체국 창구 제휴 등 대체 수단 활성화를 유도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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