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대체제' 시중은행 탄력점포, 전년 말 대비 20여개 감소.
또 한번 '역대급 실적' 예상 속 소비자 보호에는 미온적 '지적'
금융당국 내달 실태조사 예정..은행권은 "시대적 흐름' 반박

효심 영업점 ‘동소문시니어플러스영업점’ 내부 전경. / 사진=우리은행.
효심 영업점 ‘동소문시니어플러스영업점’ 내부 전경. / 사진=우리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감소하는 은행 영업점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공동점포, 혁신점포 등 특화점포의 증가세가 여전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상생 압박 기조 속에 지속적인 ‘상생 강화’를 천명해온 은행권이 정작 금융소비자와의 접점 마련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금융당국은 내달 중 은행 점포 폐쇄 현황과 관련한 실태 점검을 통해 사실상 은행권 내 점포 폐쇄 행보에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또한 영업점 감소가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면서도, 이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체접점 확보’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5대 은행 사옥/사진=각 사 제공
국내 5대 은행 사옥/사진=각 사 제공

‘영업점 대안’ 탄력점포도 감소세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이 운영하는 탄력점포는 총 893개다. 이는 전년 말(919개) 대비 24개가량 감소한 수치인데,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해 사상 첫 900개를 돌파했던 특화점포 개수는 다시 800대로 하락하게 된다.

다만, 지난 5월 말 기준 탄력점포 개수(891개)와 비교하면 한 달 새 2곳의 탄력점포가 새롭게 문을 연 것으로 나타났다.

탄력점포는 금융 취약계층, 직장인·외국인노동자 등 기존 영업시간에 은행을 방문하기 힘든 고객을 위해 저녁 시간 또는 휴일에 운영하는 점포를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관공서 및 상가‧오피스 점포 △외국인근로자 특화점포 △환전센터 △고기능 무인 자동화기기 점포(STM) 등이 탄력점포에 포함된다.

탄력점포 개수는 집계가 시작된 지난 2016년 596개를 시작으로 △2017년(673개) △2018년(733개) △2019년(861개)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비대면 및 디지털 금융 전략의 강화, 조직 슬림화를 위한 효율성 제고 등이 은행권 내 기조로 자리 잡으면서 탄력점포의 증가세 또한 다소 주춤해졌다. 실제로 지난 2020년 870개로 전년 대비 불과 3곳 늘어나는데 그친 탄력점포는 이듬해인 2021년 866개 수준으로 집계되며 오히려 전년 대비 4곳 감소했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관리‧감독 강화에도 접근성 악화

그러다 금융당국의 접근성 확대 권고와 영업점 폐쇄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면서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53개 증가한 919곳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900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사실상의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외부 활동이 자유로워진 가운데 탄력점포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은 사실상 오프라인 접근성 제고에 대한 은행권의 의지가 크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감소세가 눈에 띄는 탄력점포의 형태는 바로 무인 자동화기기 점포로 불리는 ‘스마트텔러머신(STM)’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은행이 운영 중인 STM의 개수는 288개로 지난해 말(300개)과 비교해 12개 감소했다. STM은 인력이 필요없고 최소한의 공간만 요구된다는 장점 때문에 그간 영업점 감소에 따른 접근성 제고를 염두에 둔 은행권이 가장 손쉽게 활용한 탄력점포였다.

물론, 탄력점포의 형태 중에서 전년 말 대비 가장 큰 감소세를 보인 점포는 20여 곳의 점포가 사라진 ‘관공서 및 상가‧오피스 점포(580→560)’다. 다만, 이들 점포 중 상당수는 인근에 위치한 일반 영업점과 통폐합되는 방식으로 문을 닫았다. 접근성이 좋은 일반 영업점에서 상가‧오피스 점포의 특화 업무를 병행한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약화됐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탄력점포의 감소세는 영업점 전체의 감소세와 비교하면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 6월 말 대비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영업점 개수는 지난해 말(2883개) 대비 84곳 감소한 총 2799개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 무려 136곳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는 것과 비교하면 금융당국의 압박 기조가 점포 감소세 둔화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전체 은행업권 내 탄력점포가 20개 이상 감소하는 등 사실상 영업점 감소에 따른 소비자 접근성 악화는 더욱 확대됐다고도 볼 수 있다.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거쳐 마련한 개선방안에 대해 은행지주회장들과 논의하고 있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 사진=금융위원회.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거쳐 마련한 개선방안에 대해 은행지주회장들과 논의하고 있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 사진=금융위원회.

역대급 실적에도 줄어드는 영업점, 당국 ‘칼 꺼내나’

이같은 급격한 영업점 감소 정책은 은행권이 최근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는 가운데 나타난 것이서어 덕욱 큰 비판을 받고 있다.

고객들로부터 받은 이자 수익으로 역대급 실적 나아가 ‘성과급 잔치’ 등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는 은행들이 금융기관의 공공적 기능에는 갈수록 소홀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장 앞서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이 지난 상반기 3조원에 육박하는 역대급 실적을 거둔 데 이어, 다른 금융지주사 또한 견조한 실적 기록을 썼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시장조사기관 등에서는 올해 상반기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당기순익이 사상 처음으로 11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인 입출금 및 자금 이체뿐 아니라 대출을 포함한 금융상품 가입 측면에서도 현재 비대면 채널 이용 비중이 최소70%, 많게는 90%에 육박하고 있다”며 “점포 축소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은 겸허히 수용하지만, 점포 유지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에서 점포 통폐합 기조 자체를 꺾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지난 1분기 영업점 운영 등을 위해 지출한 판매관리비는 역대 최대 규모인 3조274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점포 폐쇄가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며 직접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점포 이용률이 높은 고령층 및 도서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금융 소외 현상이 가속화할 수 있는 만큼 일정 수준의 영업점 유지는 필요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일관된 목소리다.

현재 금융당국은 내달 중 시중은행의 점포 폐쇄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으로는 △대체점포 마련 여부 △점포폐쇄 관련 경영공시 이행 △점포 폐쇄 지역 내 주민 의견 수렴 여부 등 지난 상반기 강화된 점포폐쇄 관련 가이드라인의 이행 여부가 점검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제 영업점 현장 위주의 점검보다는 은행별로 마련한 점포폐쇄 자료와 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점검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은행업권 내 목소리도 충분히 청취해 향후 점포폐쇄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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