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 뉴욕대 교수, 혼란과 위기 확산되는 '리먼 모멘트' 경고
JP모건은 자산가치 폭락하고 경제위기 시작하는 '민스키 모멘트' 가능성 제기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미국과 유럽의 규제당국과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신속한 진화 조치 덕에 금융시장이 은행권 위기를 둘러싼 우려에서 벗어나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에 이어 스위스 대형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까지 불과 10여 일 사이에 줄줄이 터진 이번 위기는 투자자들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 끔찍했던 ‘순간들’을 소환했다.

다름 아닌 ‘리먼 모멘트(Lehman Moment)’와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에 대한 기억이다.

‘닥터 둠’의 ‘리먼 모멘트’ 경고

’리먼 모멘트‘는 15일(현지시간) CS 파산설이 돌았을 때 월가에서 '닥터 둠'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처음 언급하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루비니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CS는 금융당국의 구제를 받기에는 너무 규모가 큰 회사일 수 있다"면서 ”CS 사태가 과거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리먼 모멘트는 대형 기관이나 국가에서 발생하는 혼란이나 위기가 다른 나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뜻하는 용어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자 리먼과 거래하던 주요 금융 기관이 흔들리면서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진 데서 유래했다.

루비니 교수가 리먼 모멘트를 거론한 후 3일 뒤인 18일에는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아트 캐신 UBS 이사 역시 “글로벌 은행 위기로 인해서 현재 시장이 리먼 사태 때의 상황과 유사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은 ’민스키 모멘트‘ 경고

‘민스키 모멘트’는 마르코 콜로나보치 JP모건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가 이 용어를 언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콜로나보치는 20일자 노트를 통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높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은행 파산과 시장 혼란 및 현재 지속되고 있는 경제 혼란으로 '민스키 모멘트' 위험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들이 이번 은행권 위기의 전염을 막는 데 성공하더라도 시장과 규제당국자 모두로부터 받는 압력으로 인해서 신용 여건이 훨씬 더 빠르게 타이트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들에게 ‘방어적(defensive)'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릴 것을 당부했다.

'민스키 모멘트'란 과도한 부채로 인한 경기 호황이 끝나고 채무자의 부채 상환 능력이 악화되면서 건전한 자산까지 팔기 시작하며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금융위기가 시작되는 시기를 말한다. 미국의 이코노미스트인 하이먼 민스키(Hyman Minsky)가 처음 고안해 낸 용어다.

아시아에서 자산 거품이 터진 뒤인 1998년에 러시아가 국내 부채에 대한 디폴트(채무 불이행)을 선언하고 루블 평가절하를 단행했을 때와 2007~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폭발하면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가 ’민스키 모멘트‘의 대표적인 두 사례로 간주된다.

이번에 콜로나보치가 ’민스키 모멘트‘를 직접적으로 경고하기 전부터 이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이겨내기 위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막대한 ’돈 풀기‘ 정책으로 ’민스키 모멘트‘와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경고가 제기되어 왔다.

이런 경고는 지난 1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연속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그동안 많은 돈을 빌린 가계와 기업들의 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올해 국제통화기금(IMF)은 저소득 국가들의 절반 이상이 이미 높은 부채로 위험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규제당국과 중앙은행들의 신속한 대응

현재는 미국과 유럽의 규제당국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 파산한 은행들의 예금을 법으로 정해진 예금 보호 한도를 넘어 모두 보호해주고 △ 달러 스왑 운용을 통해 금융시장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하고 △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발언을 쏟아내는 동시에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로 하여금 CS를 인수하게 하는 식으로 발 빠르게 은행 위기에 대응하자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민스키 모멘트‘와 ’리먼 모멘트‘에 대한 우려는 일단 수그러졌다.

투자 심리도 다시 살아나자 20~21일 양일간 미국과 유럽 증시는 강한 랠리를 펼쳤다.

하지만 일단 이렇게 급한 불은 꺼졌을지 몰라도 금리 인상에 따른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라도 이번과 같은 금융시장 혼란이 재연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당분간 ’리먼 모멘트‘와 ’민스키 모멘트‘에 대한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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