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매파 발언에 흔들린 美 증시, SVB 파산 사태로 '풀썩'
3월 주요 이벤트 중 물가와 FOMC 남아
SVB 사태로 3월 FOMC 금리 인상폭 50bp가 아닌 25bp 가능성 커져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의 의회 증언에서부터 고용지표와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몰락을 거쳐 물가지표와 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이르기까지.

3월 글로벌 증시 투자자들이 언제 터질지 모를 이런 ‘지뢰밭’ 길을 힘들게 헤쳐나가고 있다. 한 마디로 ‘고난의 행군’이다.

3월 거래 시작을 앞두고 1월 산뜻한 출발을 했다가 2월 주춤했던 미국 증시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3월 첫 3주 동안 예정된 ▷파월 의장 증언 ▷고용지표 ▷물가지표(소비자·생산자) ▷FOMC란 4대 이벤트를 무난히 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메가톤급 사건인 SVB 파산까지 터지면서 증시 투자자들은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증시 ‘풀썩’

출발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한국시간 7일~8일 자정 파월 의장이 의회 증언에서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자 증시는 곤두박질쳤다.

파월 의장은 7일에는 상원 은행·주택 및 도시위원회에서, 8일에는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서 경제에 대해 증언했는데 7일 증언이 문제였다. 그는 “최근의 경제지표(고용과 물가)가 예상보다 더 강하게 나와 최종금리가 당초 예상했던 수준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3월 FOMC에서 50bp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자 미국 증시의 3대 지수는 1.3~1.8% 급락 마감했다.

파월 의장이 다음 날 하원 증언에서 “3월 FOMC에서는 금리 인상 폭이 결정된 것은 없고, 추후 경제지표를 보고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며 다소 덜 매파적인 발언을 내놓자 안정을 되찾는 듯했던 투자 심리는 다음 날인 9일 SVB 사태가 불거져 나오자 다시 꺾였다.

안정 되찾는 듯하던 증시 SVB 파산에 다시 휘청

9일 나온 2월 고용지표를 통해 미국의 신규 일자리 수는 늘었으나 시간당 평균 임금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자 투자자들은 다소 안심했으나,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18억 달러 가까운 주식 매각을 발표한 SVB 주가가 60% 폭락하자 불안감이 증폭되며 미국 증시는 은행주와 금융주를 중심으로 1.5~2%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인 SVB 파산 사태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0일에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미국 증시의 3대 지수는 이날도 1% 이상 하락 마감했다.

이로써 주간으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4.4%, S&P500지수는 4.55%, 나스닥지수는 4.71% 급락 마감했다. 다우는 작년 6월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美 금융당국 신속한 대책 마련...투심 진정 여부는 미지수

다만 미국 금융당국이 주말 SVB 사태가 금융 시스템 전방위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한 끝에 한국시간 13일 오전 ‘예금자 100%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대책을 공개한 후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1% 이상 오르면서 시장이 다시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저녁 열리는 현물시장도 본 대책에 긍정적으로 반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실제로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대책 발표 후 반등하고 있지만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하락하면서 투심이 여전히 불안한 모습임을 보여주고 있다. 오전 10시 7분 현재 한국 증시의 코스피 지수는 0.5% 정도 빠지고 있고, 일본 증시의 닛케이 지수는 1.6% 급락 중이고. 호주 증시의 S&P/ASX 지수도 0.6%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연준은 SVB의 예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은행 기간 펀딩 프로그램(Bank Term Funding Program)'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규제당국은 SVB뿐만 아니라 SVB와 함께 시스템 리스크를 이유로 폐쇄한 뉴욕의 시그니처뱅크(Signature Bank)의 예금자들이 맡겨놓은 예금을 100% 찾을 수 있게 했다.

폴 애쉬워스 캐피탈이코노믹스 북미 경제 수석은 로이터에 “강력한 대책이 나왔다”면서 “합리적으로 봤을 때 이번 대책은 디지털 시대에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다른 은행으로의 확산을 막는 데 충분할 것”이라며 대책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그는 “확산은 항상 비합리적인 공포의 영향을 더 받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며 경계감을 낮추지 않았다.

‘산 넘어 산’...SVB 사태로 3월 50bp 금리 인상 기대감은 꺾여

다행스럽게도 SVB 사태가 진화되더라도 증시 투자자들은 물가와 FOMC라는 두 가지 대형 이벤트를 추가로 소화해야 한다.

미국의 CPI와 PPI는 한국시간 각각 14일(화)과 15일(수) 오후 9시 30분에 발표된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 이후 물가 지표가 강하게 나올 경우 3월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열리는 FOMC에서 연준의 50bp 금리 인상 가능성이 확실시됐으나 SVB 사태로 이 예상이 바뀌고 있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SVB 사태가 터지기 전에만 해도 3월 50bp 인상 가능성을 약 70% 정도 반영했으나 지금은 이 가능성을 17%로 낮춰잡고 있다. 최종금리 전망치 역시 5.69%에서 5.14%로 내려왔고, 심지어 연말 금리 인하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존 브릭스 냇웨스트의 글로벌 경제 수석은 “심각한 은행 파산 상황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는 건 연준 입장에서는 현명한 처사는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미국의 2월 CPI가 1월의 6.4%(전년 동월 대비)보다 낮은 6% 상승에 그치고,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로 5.4%, 전월 대비로 0.4%씩 각각 올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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