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美·유럽 인플레 지표들, 예상보다 강해
시장에선 연준과 ECB 최종금리 전망치 상향 조정
채권 시장에선 국채 금리 급등...증시 부담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중앙은행들의 긴축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채권 금리가 상승하며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두 대륙에서 나온 인플레이션 지표들은 꺾일 듯 보였던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지난주 나온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1월에 전월 대비로 0.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2월의 상승률 0.2%를 웃돈 결과다. 2월 초에 나온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상회했다.

유럽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유로존의 2월 CPI 상승률은 지난달 기록한 8.6%보다 낮은 8.5%로 집계됐지만 시장의 전망치인 8.2%를 뛰어넘었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주시하는 지표인 2월 근원 CPI 상승률은 5.6%로 1월의 5.3%보다 더 올라갔다. 앞서 나왔던 독일의 2월 CPI도 전년 대비 9.3% 올라 전월 상승률 9.2%를 상회했고, 프랑스의 2월 CPI 상승률도 7.2%로 1월의 상승률인 7.0%보다 높았다.

매트 라스킨 도이체방크의 미국 금리 조사수석인 파이낸셜타임스에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죽었다’는 생각을 갖고 너무 앞서 나갔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연준과 ECB 최종금리 전망치 올려

이처럼 물가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연준과 ECB이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지 모른다는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미국 선물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연준의 기준금리가 9월에 5.45%로 정점을 찍은 뒤 연말에 5.33%로 소폭 하락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5.45%는 연준이 12월에 내놓았던 최종금리 전망치인 5.1%(5.00~5.25%)보다 높은 수준이다. 2월에만 해도 시장에서는 하반기 금리가 4% 후반에서 고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이처럼 시장의 최종금리 전망치가 올라간 것이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1년 동안 기준금리를 8차례 총 4.5%p 올려 현재 연준의 기준금리 목표치 범위는 4.50~4.75%다.

유럽 시장에서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ECB가 3월 예고한 대로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한 뒤 금리 인상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최근 인플레 지표가 강하게 나오자 시장은 이제 5월 4일 열리는 다음 회의 때도 ECB가 추가로 50bp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ECB는 지난달 1~2일 열린 2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에서 3.0%로 5bp 인상하는 일명 '빅스텝'을 단행하고 3월 회의에서도 빅스텝 가능성을 예고했다.

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은 기준금리가 12월 3.9% 부근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반영하면서 ECB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플로리안 렐로 롬바르드오디에르 자산운용의 거시경제 수석은 “시장은 이제 연준과 ECB가 얼마나 높게 금리를 인상할지가 아니라 시장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소화해야 할지를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양 대륙 조달 비용 급등...증시 부담 커져

이처럼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으로 양 대륙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전망이 상향 조정되자 조달 비용이 급등하고 있다.

미국 채권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정책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미국 국채 2년물 수익률은 2일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10년물과 30년물 수익률도 지난주에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4%를 뚫었다.

유럽 국채 금리도 급등했다. 지난주 독일의 인플레 지표가 강하게 나오자 1일 유로존 국채 수익률은 10여 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독일 국채 2년물은 장 중 한때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3.209%까지 뛰었고, 유로존 지역의 벤치마크 채권 역할을 하는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도 2011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2.711%를 찍었다. 이탈리아 2년물 국채 수익률도 2012년 8월 이후 최고치인 3.737%를 찍었다.

이 같은 채권 금리 상승은 주식 시장에는 부담 요인이다. 미국 증시는 지난주 상승 마감했지만 다우 지수는 5주 만에, S&P500 지수는 4주 만에 각각 상승한 것이었다. 증시는 최근 몇 주 동안 채권 금리 상승에 부담을 받고 있다. 

<이진원 객원기자 주요 이력>

▶코리아헤럴드 기자 ▶기획재정부 해외 경제홍보 담당관 ▶로이터통신 국제·금융 뉴스 번역팀장 ▶ MIT 테크놀로지 리뷰 수석 에디터 ▶에디터JW 대표 (jinwonlee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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