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사업, 자금조달 위기 등 여러 차례 좌초
관련 법 개정으로 무궁화신탁 참여 후 반전
"신탁사 정비사업, 앞으로 더 늘어날 것" 전망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남양시장을 재건축한 유탑 트윈팰리스 전경. 사진.구혜정 기자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남양시장을 재건축한 유탑 트윈팰리스 전경. 사진.구혜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황재희·최지호 기자] 장장 13여년을 표류하던 구리 남양시장 재건축 사업이 주인을 잘 만난 덕에 4년여만에 마무리됐다. 도시정비사업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는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서울에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구리 방향으로 가다 구리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고 두 정거장 더 가면 구리시 수택동 481번지 남양시장이 나온다.

시장 입구에 서면 지하 4층, 지상 18층 짜리 새 건물이 눈에 들어오는데 유탑트윈팰리스(유탑팰리스)다. 대지면적 5249㎡(1588평)에 1층과 2층은 상가, 3층부터 18층은 주택(299세대)과 오피스텔(357세대)로 구성된 주상복합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노후 재래시장을 털어내고 깔끔한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바람에 입주 문의가 몰린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매물이 대부분 소화됐다고 한다. 그는 "남양시장은 13년 넘게 이런저런 이유로 표류하고 있었는데 지금 사업자가 들어온 뒤 이해 관계가 깔끔하게 정리되면서 4년만에 사업이 끝났다"고 말했다. 

유탑팰리스 주변은 아직도 개발이 안 된 채 옛 모습 그대로였다.  2~3층 짜리 오래된 연립주택과 낡은 점포 등 신구 대비가 뚜렷하다. 인근 주민들은 기대에 가득 찬 눈치였다. 유탑팰리스 성공으로 주변 구 시가지의 추가개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는 것이다.

수택동에 30년 살았다는 B씨는 "15년이나 방치돼있던 빈 상가를 털어내고 유탑팰리스가 들어선 것"이라면서 "주변이 깔끔하게 정비되는 바람에 유동 인구도 많이 늘어 동네에 활기가 돈다"고 말했다.  

구리시 수택동 유탑트윈팰리스(왼쪽)와 기존 수택동 남양시장 상권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 사진.구혜정 기자
구리시 수택동 유탑트윈팰리스(왼쪽)와 기존 수택동 남양시장 상권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 사진.구혜정 기자

지금은 잘 나가는 구리남양시장 사업, 한때 흔들렸다?

2006년 시작된 남양시장 정비사업은 마땅한 사업자를 못 만나 오랫동안 이 지역 골칫거리로 남아있었다.

남양시장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처음에는 123세대 34평형 아파트로 인가받았는데 사업성이 떨어지는 바람에 시공사가 여러번 바뀌면서 진척되지 않았다"며 "2012년 용적률을 높여 656세대로 변경해서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이 여러 번 엎어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금 문제.  C건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이 막혀 손들고 나간 것을 시작으로 시공사가 두 번 부도나는 등 위기가 이어졌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조합의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업이 진행된다해도 조합원 부담이 커지는 건 불보듯 뻔했다. 유탑팰리스 인근에서 27년 이상 슈퍼마켓을 운영한 상인 D씨는 "점포를 빼고 장사를 접었는데 사업이 늦어지는 바람에 빚이 늘어 어려움을 겪은 시장 상인이 적지 않다"며 "사업부지가 경매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남양시장에서 방앗간을 히셨다는 주민 E씨는 "사업이 10년 넘게 지연되면서 장사까지 못하게 된 아버지는 아파트 경비로 생계를 유지하셨다"며 "2006년 정비사업조합 설립인가를 받았을 때만해도 사업이 금방 끝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표류하는 바람에 속앓이를 한 상인이 많다"고 전했다.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유탑 트윈팰리스 1층에 입점해 있는 상가들. 사진.구혜정 기자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유탑 트윈팰리스 1층에 입점해 있는 상가들. 사진.구혜정 기자

무궁화신탁이 사업 맡으면서 전기 마련

사업의 전환점은 2016년 관련 법이 바뀌면서부터다. 신탁사가 차입형토지신탁 사업을 맡을 수 있게 되면서 무궁화신탁이 참여하게 됐다. 이때부터 정비사업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조합 관계자는 "예전 법에서는 신탁이 조합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는데, 조합에서 각종 비리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커지자 정부에서 신탁도 소규모정비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다"며 "신탁사가 들어오면서 남양시장 정비사업이 빠르게 진척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6년 정비사업조합 설립인가를 받아 사업을 시작한 뒤 세월이 17년이 흘렀다"면서 "정비사업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원들 대신 신탁사가 사업을 맡으면서 복잡하게 얽혀있던 이해 관계가 하나둘 정리되면서 4년만에 사업이 끝났다"고 말했다.

옛 남양시장 상인들은 17년이 지났지만 새 점포에서 장사하게 된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유탑팰리스 1~2층에 마련된 상가 점포를 갖게 된 것.  조합 관계자는 "사업시행자인 조합원들이 유탑팰리스 상가 일부를 소유하고 있다"면서 "나이가 들어 장사를 못하게 된 몇몇 상인의 경우 자녀가 입주해 장사를 이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전통시장 상권서 바라본 유탑 트윈팰리스 전경. 사진.구혜정 기자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전통시장 상권서 바라본 유탑 트윈팰리스 전경. 사진.구혜정 기자

신탁 방식 정비사업, 왜 늘어나는가?

재개발 및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신탁 방식을 추진하는 사업장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  자금난 또는 조합원 사이의 갈등 등의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부천시 원종동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은 우리자산신탁과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 또 서울 영등포 신동아아파트의 재건축조합과 문래동 국화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는 지난달 신탁사를 통해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관련 공고를 냈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조합 대신 한국자산신탁사가 시행을 맡았다.

정비사업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부족한 주민들이 참여해 설립하는 일반조합 방식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가 조정되지 않아 소송 및 분쟁으로 이어져 사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 반면 신탁사가 맡으면 이해조정을 통해 절차를 단축하는 등 효율적 운영으로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막게된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지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탁사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사로 분류되는 신탁사가 사업을 맡으면 비용 지출이 금육당국에 보고되기 때문에 비용 관리가 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또 정비사업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돼 의사결정도 빠르다.

다만 수수료 부담이 높다. 또 토지 소유자인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보다는 신탁사 이익이 우선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정비사업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신탁사의 경우 분쟁 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유탑트윈팰리스 재건축 이후  인근 지역에도 재개발 기대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남양시장 내 수택2동에서 추진 중인 재개발 추진위원회의 입구.모습. 사진.구혜정 기자
유탑트윈팰리스 재건축 이후  인근 지역에도 재개발 기대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남양시장 내 수택2동에서 추진 중인 재개발 추진위원회의 입구.모습. 사진.구혜정 기자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탁사업자를 선택할 때 수주 경험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남양시장 정비사업을 마무리한 무궁화신탁은 지난해 부동산 한파에도 2년 연속 2000억원 이상 수주를 기록하는 등 정비사업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부동산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신탁사는 재정비사업과 관련 모든 자금을 조달하고 리스크를 대신 관리하는 대신 분양 수익의 3~4% 가량을 수수료로 가져긴다"며 "구리유탑트윈팰리스와 같이 신탁사의 성공사례가 많아지면 신탁 방식 정비사업을 선호하는 곳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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