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독점계약 포기하며 우선 계약으로 선회
타 카드사도 애플페이 제휴 노리며 치열한 다툼 예상
'찻잔 속 태풍' 가능성도 있어 출시 이후 상황 지켜봐야

현대카드 본사 사옥에서 열린 사과 증정 이벤트. 사진. 현대카드.
현대카드 본사 사옥에서 열린 사과 증정 이벤트. 사진. 현대카드.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소문만 무성했던 애플의 비접촉식 간편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가 내달 초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도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1000조원의 간편결제 시장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특히, 현대카드의 독점계약 포기로 다른 카드사들 역시 추후 애플과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되면서 우선 계약으로 선회한 현대카드의 속내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전문가들은 애플페이가 NFC 단말기 보급, 건당 0.1~0.15%에 해당하는 수수료 비용으로 인해 출시 초기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시장점유율 변동은 물론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관련 법령해석 등을 통해 신용카드사들이 필요한 절차를 준수할 경우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애플페이 도입에 대한 단서 조항으로 △수수료 등의 비용을 카드사가 모두 부담 △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 등을 달았다. 또 이같은 내용은 모두 약관에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법령해석이 끝난 만큼 애플페이 국내 도입 역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르면 다음 달부터 바로 사용이 가능할 수 있다"며 "애플에서도 업데이트를 준비하는 등 출시가 임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애플페이 서비스가 시작되면 우선 결제에 필요한 NFC 단말기를 갖춘 곳부터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까지 NFC 단말기 설치 가맹점은 전국 편의점과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롯데하이마트 등이다.

2014년 출시된 애플페이는 아이폰에 카드 정보를 저장하면 지갑이나 카드 없이 상점, 식당 등에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내에선 지난해 하반기 광고 사진과 함께 정식 출시 날짜가 온라인에 퍼지면서 곧 소비자들을 만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개인정보법, 신용정보법,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위반 여부 등 위반 소지가 있는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출시가 미뤄졌다.

금융위가 가장 중점적으로 검토했던 부분은 배타적인 거래를 위한 계약 목적으로 애플페이와 호환되는 NFC 단말기를 현대카드가 보급할 시 '리베이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 이는 여신전문금융법에 위배된다.

해당 항목에서 이견을 보이던 금융위와 현대카드는 장기간 법적 검토를 마친 끝에 현대카드가 독점계약 조항을 제외하기로 함으로써 여전법 위법 사항을 벗어나게 됐다.

현대카드가 국내 독점 사업권을 포기하면서 다른 카드사들도 애플과 계약하면 애플페이를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우선 제휴를 맺은 현대카드가 단독으로 출시한 뒤 신한카드, 삼성카드 등 타 카드사들도 순차적으로 제휴를 맺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독점 권한을 포기했기 때문에 다른 카드사들도 제휴를 준비 중이다"라며 "초기 진출은 어렵지만 추후 마케팅을 통한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SNS에 올린 사과. 사진. 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SNS에 올린 사과. 사진. 정태영 부회장 페이스북.

점유율 확보 위해 독점계약 포기

그렇다면 현대카드가 독점계약을 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현대카드가 △빠른 시장도입 △점유율 확보 △마케팅 효과를 노리기 위해 우선 계약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부터 모든 준비를 마치고 출시를 기다려졌지만 여전법으로 인해 출시가 늦어지자 금융당국의 요청에 빠르게 답하며 시장 도입을 위한 독점계약도 포기했다.

국내 법령 여건상 배타적 사용권은 포기하면서 경쟁사들도 애플과 제휴를 맺을 수 있게 됐지만 현대카드는 출시 후 6개월간 유일한 애플페이 제휴사로서 시장 선점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 카드사들이 결국 현대카드 후발주자로 나서기 때문에 서비스 개시 전까지 상당한 물리적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업계 간 경쟁력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독점계약은 사라졌지만 실질적으로는 6개월 이상 배타적 사용 기간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라며 "후발 주자가 애플페이 서비스를 준비하는 데 제휴 협상 등 물리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우선 계약을 통해 현대카드는 카드사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집중할 예정이다. 여신금융협회의 신용카드 이용실적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별 개인 신용카드 판매실적(국내·해외 일시불·할부·국세‧지방세 등 합계액)을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은 신한카드가 19.6%로 가장 높았으며 △삼성카드 17.8% △현대카드 16.0% △KB국민카드 15.4% 순이었다.

이에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도입을 통해 시장 점유율 업계 2위인 삼성카드와의 격차를 좁히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다른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제휴를 서두를수록 초기 선점 효과는 희석될 수 있다.

또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와의 제휴를 통해 마케팅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출시에 앞서 지난 6일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 사옥 로비에서 임직원에게 사과를 증정하는 깜짝 이벤트를 열기도 했으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신의 SNS에 '오늘의 점심'이란 문구와 함께 애플사 로고를 연상케 하는 '한입 베어먹은 사과'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이러한 이벤트, 마케팅을 통해 애플페이 초기 진출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사진. 애플페이 홈페이지.
사진. 애플페이 홈페이지.

'찻잔 속 태풍' 될 가능성도

다만 전문가들은 애플페이 출시가 애플페이가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애플페이를 이용하는 연령이 주력 소비층이 아닌 젊은 층이고 사용처도 부족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미 보편화된 결제 수단이 있는 상황에서 애플페이 도입이 스마트폰을 바꾸기 위한 큰 동기부여가 되기는 어렵다"며 "현대카드를 발급받으면서까지 애플페이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애플에 지불해야 하는 추가 결제 수수료도 상용화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은 신용카드 업체에 소비자 사용 금액 0.1~0.15%를 결제 수수료로 요구하고 있다. 또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는 비자와 마스터카드에 결제 건당 5~10원의 로열티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독점계약 포기를 통해 단말기 문제는 해결됐지만 전국 곳곳에 NFC 단말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서 당장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미 MST(마그네틱보안전송) 시스템과 삼성페이에 익숙해진 고객들의 결제 패턴도 애플페이 정착에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삼성페이 도입 이후 MZ세대 사이에선 지갑을 갖고 다니지 않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갤럭시폰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미 삼성페이를 사용하는 사람 중 애플페이를 사용하기 위해 아이폰으로 이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카드사 관계자는 "간편결제 수단이 보편화된 현시점에서 애플페이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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