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150만명 돌파하며 인기
서비스 유료화에 수수료 걱정
소비자 혜택 줄어들 가능성도

'애플페이' 스티커가 붙어 있는 한 카페의 키오스크. 사진. 최동수 기자.
'애플페이' 스티커가 붙어 있는 한 카페의 키오스크. 사진. 최동수 기자.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정식 출시된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국내 진출 하루 만에 가입자 150만명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예상보다 큰 인기에 간편결제 시장은 물론 카드사들도 애플페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페이가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서 '수수료' 문제 역시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그간 삼성페이 등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는 결제 수수료가 없었지만 애플페이가 수수료를 받으면서 다른 대형 페이사도 잇달아 수수료 도입을 고민 중이다.

매년 줄어드는 가맹점 수수료로 인해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카드사들은 페이사의 수수료 도입이 현실화되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도 연간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페이사에 지불하게 되면 결국 일반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애플과 현대카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애플페이의 국내 출시를 공식화했다. 2014년 출시된 애플페이는 아이폰에 카드 정보를 저장하면 지갑이나 카드 없이 상점, 식당 등에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앞서 호환 단말기 보급 이슈 등을 이유로 일정이 다소 지연됐던 애플페이는 현대카드가 국내 독점 사업권을 포기하면서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현재 현대카드가 발급한 비자, 마스터카드, 국내 전용카드 고객들은 아이폰, 애플워치, 맥과 아이패드에서 애플페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9년 만에 출시된 애플페이를 향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애플페이 출시 하루 만에 가입자 150만명을 돌파했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글이 쏟아지고 있다.

애플페이의 인기에 국내 1위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도 버스 탑승권 기능 추가, 네이버페이와 연동 등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카드사들도 애플페이 출시가 가져올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당분간 현대카드가 독점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카드사가 애플페이를 도입할 것"이라며 "결국 그때부터 제대로 된 경쟁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페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 애플.
애플페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 애플.

페이 서비스 유료화 논의에 카드사 골치

국내에 아이폰 이용자가 많은 만큼 카드사들도 애플페이 도입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지만 페이사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 문제는 고민거리다. 그간 국내 페이 서비스에는 수수료가 붙지 않았지만 애플의 경우, 애플페이 서비스 국가에서 건당 결제액의 0.15%의 수수료를 카드사로부터 받고 있다. 

이에 국내 활성 이용자 1600만명이 넘는 삼성페이 또한 카드사에 결제 수수료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같은 다른 대형 페이사도 잇달아 수수료 도입을 고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카드사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면서 전체 수수료 역시 수백에서 수천억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간편 결제액은 약 132조원, 일평균 7230억원에 이른다. 만약 모든 페이사가 수수료를 요구한다면 매년 2000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카드사가 낼 수밖에 없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기준금리 급등으로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고 있는 카드사들은 소비자 편의를 위해 페이 서비스를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2018~2022년 신한·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신용판매 순이익은 2021년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였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에서는 카드사의 애플페이 도입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구체적인 도입 시점과 관련해선 애플페이 도입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다.

카드사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실익적인 부분에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지 검토 중"이라며 "당장 카드 업계 점유율 변동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수익성 위해 소비자 혜택 축소 불가피

업계에서는 이미 인하된 가맹점 수수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사가 페이사에 수천억원의 수수료를 지불하면 수익성 보전을 위해 소비자 혜택을 더욱 축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미 카드사들은 연회비 인상, 무이자 할부 개월 수 축소 등 소비자 혜택을 대폭 줄인데 이어 알짜배기 사업만을 남긴채 상당수 부가 사업을 축소 중이다. 일부 카드사는 실물 카드를 제공하지 않는 상품까지 출시했다.

특히, 일각에선 애플페이를 서비스 중인 현대카드도 브랜딩이나 마케팅 효과 외에 직접적인 수익은 내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페이 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업계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마련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문제는 앞으로도 꾸준하게 거론될 것"이라며 "페이 서비스가 보편화된 지금, 수수료와는 별개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당국과 카드사 모두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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