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늦어졌지만 국내 상륙 임박
약관 개정 등 검토 마무리 단계
기대 대비 아쉬운 성과 나올 수도

사진. 애플페이 홈페이지.
사진. 애플페이 홈페이지.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지난해부터 여신업계와 정보통신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애플페이의 출시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심사가 길어지고 '오리무중' 행보가 이어지면서 관심도 점차 줄고 있지만 업계에선 곧 국내 상륙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국내 카드사와 비공개 회동을 진행하는 등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본인 SNS에 애플페이 출시를 암시하는 듯한 게시물을 올리는 등 출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빠르면 오는 1분기 내 국내 출시를 예상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애플페이가 출시되더라도 해결되지 않은 여러 문제가 쌓여 있어 시장 영향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여신금융협회, 신한·삼성·비씨카드 실무자들과 비공개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애플페이 국내 도입과 관련한 업계 의견이 오고 간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출시된 애플페이는 아이폰에 카드 정보를 저장하면 지갑이나 카드 없이 상점, 식당 등에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아이폰 이용자들을 등에 업고 현재 74개국에 발을 넓힌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당국과 협회, 카드사 간 만남에서 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반 소지가 있는 지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소모적인 자리가 아닌 애플페이 출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애플의 간편결제서비스인 애플페이는 지난해 하반기 광고 사진과 함께 정식 출시 날짜까지 온라인에 퍼지면서 곧 소비자들을 만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개인정보법, 신용정보법,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위반 여부 등 위반 소지가 있는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출시가 미뤄졌다.

금융위가 가장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부분은 국내 결제 정보의 해외 유출이다. 애플페이는 결제할 때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이 아닌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을 사용한다.

이를 위해 국제 결제망에서 주로 사용되는 EMV(유로페이, 마스터카드, 비자가 제정한 결제 표준)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마스터·비자 등 해외망을 거쳐 결제가 승인되는 구조다.

국내 사업자와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결제가 해외 결제망을 거쳐 이뤄지는 것으로 국내에선 아직 이를 허용한 바가 없어 검토가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말기 보급 문제도 걸림돌 중 하나다. 현대카드는 애플 측에 NFC 단말기의 보급 확대를 위한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전법에 따르면 '신용카드업자와 부가통신업자는 대형신용카드가맹점이 자기와 거래하도록 대형신용카드가맹점 및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보상금 등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문제 해결되면서 1분기 출시 가능성 높아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업계에선 애플페이가 빠르면 오는 1분기 내에 정식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최근 자신의 개인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Lovely Apple'이라는 문구와 함께 사과 사진을 게시하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도 나왔다.

또 최근 현대카드가 일부 약관을 개정하면서 심사 통과를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금융당국 역시 출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국내 상륙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내부적으로도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라며 "검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나 협회 역시 애플페이 국내 출시에 협조적이면서 조만간 정식 결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관계자는 "독점 계약을 따낸 현대카드가 NFC 단말기 보급을 확대하면 추후 카드사들의 단말기 보급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며 "응원을 하진 못하지만 무작정 반대도 아닌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와 관련해 "알려 줄 수 있는 게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영향 미비할수도

애플페이의 출시가 임박했지만 일각에선 애플페이가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미 보편화된 결제 수단이 있는 상황에서 애플페이 도입이 스마트폰을 바꾸기 위한 큰 동기부여가 되기는 어렵다"며 "현대카드를 발급받으면서까지 애플페이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에 지불해야 하는 추가 결제 수수료도 상용화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애플은 신용카드 업체에 소비자 사용 금액 0.1~0.15%를 결제 수수료로 요구하고 있다. 또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는 비자와 마스터카드에 결제 건당 5~10원의 로열티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현재 이 수수료를 누가 부담할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으나 결국은 고객이나 가맹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카드사들은 애플이 요구하는 수수료에 대해 부담이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또 삼성페이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심 역시 애플페이 정착에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삼성페이 도입 이후 MZ세대 사이에선 지갑을 갖고 다니지 않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갤럭시폰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미 삼성페이를 사용하는 사람 중 애플페이를 사용하기 위해 아이폰으로 이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카드사 관계자는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다른 간편결제 수단도 보편화됐고 많은 사람이 여기 익숙해진 상황이어서 애플페이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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