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은행권 전세대출 10조원 이상 증가
7% 넘어선 고금리…실수요자 이자부담도 커져
고금리 기조 지속 시 부실뇌관 될 가능성도 대두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 1년 새 2%p 이상 오른 기준금리의 여파로 전반적인 금융권 대출 상품의 금리가 역대급 수준까지 치솟은 가운데, 대표적인 대출 실수요자 상품인 전세자금 대출 관련 채무 리스크가 금융시장의 부실뇌관으로 부각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가 4%대를 돌파한 가운데, 주요 은행권 내 전세자금 대출 금리 또한 7%대에 진입하면서 이자 부담 증가에 따른 리스크 발생 우려 역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은행권에서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실 리스크 예방을 위해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잇달아 인하하며 차주들의 이자 부담 경감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자금 대출이 대표적인 실거주자 위주의 상품인 데다, 은행권의 인위적인 금리 인하 노력 또한 전세대출 금리의 인하를 강제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200조원 육박한 전세대출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00조원에 육박(193조9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 184조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10조원 가까운 전세대출이 신규 발생한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조사 대상 범위를 좀 더 좁혀봐도 유사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 말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133조646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 대비 9987억원 가량 감소한 수치인데, 올해 1월 이후 10개월 만에 전월 대비 전세대출이 줄어든 지난 10월 이후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2020년 10월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101조6830억원)은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후 2021년 10월 말 121조9800억원 수준까지 오르며 1년 새 20조원 이상 불어난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가계대출 잔액의 감소추세 속에서도 나 홀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는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주택 매입보다는 전세 거주를 선호하는 심리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 아파트 매매량(누적 기준)은 26만2000여건이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 2006년 이후 가장 적은 거래량이다.

반면, 전세 거래의 경우 이달 중순(15일) 기준 거래 건수는 55만건에 육박(54만6000건)을 기록하며 지난 2019년과 2020년,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4년 연속 연간 50만건 돌파 기록을 예약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전세대출 금리, 7%대도 ‘터치’

특히 전세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급격하게 치솟고 있는 전세대출 금리다.

기준금리가 지속해서 인상되면서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거의 모든 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 실수요자 위주의 대출 상품인 전세자금 대출 금리 또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로(0)’ 금리 기조를 이어갔던 지난 2020년 3%대 초반 수준에 형성됐던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불과 2년여 만에 연 7%를 넘어섰다.

실제로 지난 14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5.18~7.40%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월 기준, 연 3.63~5.01% 수준이었던 전세자금 대출 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불과 1년 새 2.39%p(상단 기준)나 오른 셈이다. 특히 이 같은 증가 폭이 같은 기간, 기준금리 인상폭(2.25%p) 보다 더욱 크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 3분기 말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6%대 초중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대출 금리의 오름세는 연말이 될수록 더욱더 가팔라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특히 전세대출 금리의 지표로 활용되는 코픽스(COFIX)가 사상 처음으로 4%대를 돌파(4.34%?11월 기준)한 것 또한 이러한 오름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전세대출 리스크 ‘현실화 될까’

문제는 이러한 전세대출의 리스크 우려가 올해를 지나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등 핵심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가져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내년에도 전세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차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과 달리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여전히 변동금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 또한 우려를 자아낸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전세자금 대출에서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93.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금융을 제외한 시중 금융권에서 공급한 거의 모든 전세자금 대출이 변동금리로 공급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수치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고정형 전세자금 대출 상품을 운용하는 은행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고정금리 전세대출 상품(2년 기준?주택금융공사 보증 상품)을 운영 중인 곳은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단 두 곳뿐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현재 변동형 전세대출 상품만 취급하고 있다.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이어질 경우 자연스레 변동금리를 채택하고 있는 전세자금 대출 상품의 금리 또한 오를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변동형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100명 중 94명의 차주들의 이자 부담 또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통상적으로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다소 낮게 책정된다는 점에서 대출 차주들 또한 변동금리 상품을 더욱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러한 차주들의 니즈를 고려해 변동형 상품을 주력으로 공급하고 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기획재정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왼쪽부터) 이복현 금감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기획재정부.

정부 차원 조치도 필요해

그런 까닭에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세자금 대출 리스크 현실화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미 은행권을 중심으로 전세대출 금리 인하와 같은 조치를 시행 중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KB국민은행은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해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75%p 인하했다. 이로써 지난주 기준, 연 6.29~7.69% 수준이었던 전세자금 대출 금리(KB전세금안심대출 기준)는, 이번 인하 조치를 통해 6%대 후반(상단 기준) 수준인 연 5.54∼6.94%로 낮아졌다.

KB국민은행뿐 아니라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또한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낮추며 차주들의 이자 부담 경감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안심전환대출, 금리상한형 대출 등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금융 대책 모두 주택담보대출에 치중된 조치였다. 전세대출 차주를 위한 조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 ‘전세 대출’을 지원하는 안심전환대출의 공급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금융당국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며 선을 긋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최근 한국은행이 전세자금 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관련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당장 현행 DSR규제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세대출 관련 리스크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인다면 정부 차원의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2년 전후의 단기대출 성격이 짙은 전세대출을 기존 안심전환대출 형태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인 측면도 분명 있다”면서도 “전세대출로 인해 취약 차주로 전락하는 상황도 충분히 우려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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