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부터 대환대출 인프라에 전세대출 포함
DSR규제-한도 철폐 등으로 대환 수요 급증 가능성
주담대 이어 은행 간 '저금리 경쟁'도 불가피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오는 31일부터 비대면 전세대출 갈아타기가 시작되면서 은행간 대출금리 경쟁이 또 한번 불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대환대출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주요 은행들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조치로 상당수의 기존 차주가 혜택을 본 가운데, 전세대출 차주들 역시 이자 경감을 위한 대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연내 전세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예정돼 있어, 규제 전 높은 한도로 대출을 받기 위한 수요가 대환대출 인프라로 몰릴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신용대출‧주담대’이은 3연속 흥행?

2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전세대출 대상 비대면 대환대출 인프라에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핀다 등 4개 플랫폼사와 14개 금융사가 참여한다.

전세대출 대환상품 공급에 참여하는 금융사는 전 금융권 전세대출 잔액의 96%를 보유하고 있는 18개 시중은행 그리고 인터넷전문은행과 보험사 등 총 21곳이다.

특히, 전세대출의 경우 전체의 67%인 14개사가 신규 상품을 공급하는데, KB국민은행과 제주은행의 경우 다음 달 중 비대면 신규 전세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포함하면 전체 전세대출 대환 참여 은행 중 신규 상품 공급 은행 비중은 약 76%에 달한다.

이처럼 전세대출 대환인프라에 참여한 은행의 70% 이상이 신규 상품을 공급할 정도로 전세대출 대환시장에 거는 은행권의 기대 또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신용대출에 못지않은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169조원으로 주담대(840조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부동산 PF 사태 등으로 인한 전월세 수요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의 공격적 영업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 같은 수요 확대 가능성과 실수요자 위주의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해 각 은행이 별도의 전세대출 한도를 설정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앞서 주담대 대환대출의 경우, 연간 2조원의 한도를 부여했고 신용대출 대환도 연간 4000억원의 한도를 설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밖에 연내, 이르면 상반기 중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대출 대상 DSR 규제도 대환대출 초기 흥행 여부의 변수로 거론된다.

현재 전세대출의 경우,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한도는 상이하지만 기대출로대출로 인해 DSR이 40%에 근접했더라도 통상적으로 전세보증금의 최대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해당 규제가 시행되면 주택 보유자가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은 경우에 이자 상환분에 대해서만 DSR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많게는 기존 가능 한도의 절반 이하로 대출 한도가 낮아질 수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한도 축소 조치가 시행되기 전에 전세 계약과 대출을 받기 위한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건전성 측면에서 부실 위험성이 크지 않은 만큼 전세대출 대환 시장 또한 생각보다 파급력이 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금리 경쟁 ‘2라운드’ 펼쳐진다

이밖에 은행 간 금리경쟁 양상도 관전 포인트로 지목된다. 실제 신용대출, 주담대 등 이미 시작된 대환대출의 경우 예상보다 수요가 몰리는 등 흥행 조짐이 보이자, 주요 은행들은 일제히 금리를 1~2%p(포인트) 가량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대환대출 전용상품 금리는 평균 3%대 중·후반 수준에 형성돼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기본 연 4.54~4.9% 형성됐던 점을 감안하면 대환대출 서비스 시행 전후로 1%p 가량 금리가 하락한 셈이다.

일단 은행업계에서는 금리경쟁력을 갖춘 인터넷전문은행이 주담대에 이어 전세대출에서도 수혜주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공급하고 있는 전세대출 금리는 연 3.4~6.1% 수준에 형성돼있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대출 금리가 연 3.9%~6.4% 수준임을 감안하면 금리 경쟁력 측면에선 우위를 선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 케이뱅크만이 참여했던 주담대와 달리 전세대출에는 ‘제3의 인뱅’ 토스뱅크도 참여한다. 토스뱅크가 그동안 공격적인 여신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인뱅 발 금리인하 경쟁은 시중은행에 주담대 이상의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단 시중은행들은 인뱅 전세대출 금리 수준을 확인한 후, 이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리 경쟁력 제고 그리고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은행권 내부의 공통 기류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시중은행 대비 조달 비용이 낮은 인뱅의 특성을 고려하면, 금리 경쟁 자체는 시중은행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도 “다만, 금리 경쟁 여부를 떠나 대환대출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관심이 높고 시장 규모도 작지 않은 만큼 일정 폭의 금리 인하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의 비상 대응계획을 보고받고 있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 / 사진=금융위.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의 비상 대응계획을 보고받고 있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 / 사진=금융위.

주담대와 다른 일부 제한 요건도 

한편, 이번 전세대출 대환대출 인프라는 현재 서비스 주인 신용대출, 주담대와 마찬가지로 대출 비교 플랫폼과 제휴 금융회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세대출 상품을 비교하고 갈아탈 수 있게 된다.

전세대출 대상은 아파트, 다세대, 연립주택 등 모든 주택이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SGI) 3개 기관의 대출 보증부 상품도 대환이 가능하다.

단, △주택도시기금 △버팀목전세자금대출 △지역연계 전세대출 등 저금리 정책금융이나 특정 협약 금융기관 취급 상품 등은 대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 버팀목 상품 등은 가장 낮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대출 비교 시 오히려 고금리 대출을 선택할 우려가 있어 대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며 “지역연계 대출 또한 지자체와 협약을 맺은 금융기관만 취급 가능한 만큼 대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단, 주담대와 달리 전세대출 대환대출의 경우 일부 보증기관이 지원하는 전세 계약의 보증가입 기간 등을 고려해 대출을 받은 지 3개월 후부터 임차계약 기간의 절반이 넘지 않은 차주만 갈아타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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