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주가 28.2% 하락…52주 신저가 경신 수차례

최고 실적에도 하락세 지속…기업가치 제고 필요성 커져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향상 위해 획기적 방안 필요” 지적

팹리스 역량 강화 의지…“ARM 인수 컨소시엄 구축 나설수도“

이재용(사진 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도 용인시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사진 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도 용인시 기흥캠퍼스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서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16일 삼성전자는 5만6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5만5500원까지 하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7월 6만원대를 회복하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던 것도 잠시, 9월 들어서만 6.19% 빠지면서 부진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는 이유로 메모리반도체 업황을 꼽는다. 반도체는 국가 기간산업으로까지 불릴 정도로 파급력이 커진 상황. 그만큼 투자가 몰리고 있지만, 거시경제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리 인상과 환율 상승,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IT·전자 기기 수요가 줄고, 관련 투자도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반도체 업황 부진을 점치는 분위기다. 더욱이 8월 미국 소비자물가자수(CPI)가 예상치(8.1%)를 웃도는 8.3%로 나타나면서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지적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부진은 업황과 관계없이 지속돼 왔다. 역대급 실적을 낼 때에도 주가는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7만8300원으로 시작한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서만 28.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등락률(-20.0%)보다 하락폭이 컸다.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 부진의 이유는 근원적 경쟁력에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경영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업황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며 ”반도체 효과에 가려졌을 뿐, 근본적으로는 삼성전자의 비전에 대해 시장이 낙관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인수·합병(M&A)을 위한 뜸을 너무 들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M&A를 공식화한 것은 지난해 1월. 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수준의 M&A가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20개월이 지나도록 후속 소식이 없다. 

M&A에 대해 삼성전자는 시종일관 ‘논의가 진척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1월 “여러분의 생각보다 저희는 훨씬 빨리 뛰고 있고,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 같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 1일(현지시간)에도 “M&A는 기존 사업이나 미래 성장 동력을 갖추기 위해 광범위하게 보고 있고 많은 진척이 되고 있으며, 업종이나 회사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상당 부분 많이 진행돼 가고 있다”고 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해외 출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활동을 들어갔다. 멕시코와 파나마를 거쳐 현재 영국에 머무르고 있다. 유엔 총회 기간 미국으로 넘어가 측면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이 기간을 활용해 M&A 적합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M&A 후보군을 상당히 좁힌 것으로 보인다. 한 부회장 직속의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M&A를 비롯한 전략적 투자 경험을 지닌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출신의 반도체 투자 전문가 마코 치사리가 대표적이다. 그는 DS부문 반도체혁신센터(SSIC) 센터장(부사장)을 맡아 미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을 함께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이 M&A 유력 후보기업과 접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가장 유력시 되는 후보는 영국의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인 ARM이 꼽힌다. 

ARM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로,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중앙처리장치(CPU), 서버용 반도체, AI 반도체 등의 설계 기술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퀄컴, 애플 등 전 세계 1000여개 기업이 ARM 설계도를 바탕으로 반도체를 개발한다. 스마트폰의 95%, 태블릿PC의 85%가 ARM 설계를 바탕으로 제작한 AP를 채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사업 경쟁력이 좀처럼 향상되지 않고 있다. 기술 진전과 별개로 시장 점유율 증가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비전의 첨병인 파운드리의 성장세는 아쉽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3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 양상에 성공한 뒤 대형 고객사 이탈을 기대했지만,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기술 공개 전인 TSMC가 애플을 비롯한 빅테크들로부터 주문을 받은 것. 4나노 수율 논란을 겪었던 데다, 엑시노스2200으로 기술 완성도에서도 의구심이 커진 게 문제였다. ARM을 품을 경우, 최적화된 설계가 가능한 까닭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에서 도약이 가능하다. ARM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을 완성시켜 줄 핵심 키인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단독으로 ARM 인수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대 70조원에 달하는 자금은 둘째치고, 독과점 우려로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적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는 2020년 9월 ARM을 400억달러에 인수하려다 결국 무산됐다. 게다가 120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은 자회사들의 보유 현금도 포함됐다. 

때문에 ARM에 관심을 가진 ICT기업들과 동맹을 맺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인수 의사를 밝혔고,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도 ARM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이들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협력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을 공동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M&A를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3분기가 마무리 되어 가는 시점인 데다, 사실상 10월부터는 인사·조직 개편을 위한 밑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M&A 여부에 따라 인사·조직의 변화 폭이 달라지게 되고 뉴삼성 후속 전략 역시 수정돼야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ARM의 위상은 절대적이라 미국, 중국이 한 기업이 독차지하는 상황을  막으려 할 것”이라며 ”소프트뱅크가 ARM 매각 의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기업들이 공동으로 투자해 전략적으로 기술 동맹을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몽구스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났지만, 삼성전자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꺾으려면 결국 팹리스 역량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자체 AP 생산을 공언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ARM 인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고, 총수 또는 CEO들과 연이 있는 이 부회장이 다른 기업들에게 컨소시엄 논의를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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