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재계 5대 그룹 총수 해외로

대부분 명목은 부산엑스포 유치…일본·유럽 등지 돌듯

현지 사업 현황 점검 후 그룹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 검토

재계 5대 그룹 총수들이 연달아 출국길에 오를 전망이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활동 외에 현지에서 사업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재계 5대 그룹 총수들이 연달아 출국길에 오를 전망이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활동 외에 현지에서 사업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추석을 앞두고 국내 대표 그룹 총수들이 약속한 듯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삼성·SK·현대자동차·LG·롯데 5대 그룹 총수들은 해외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해 나선다. 

다만 재계에서는 그룹의 핵심 동력과 관련해 현지 동향을 살피고 내년도 경영전략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일 귀국했다. 정 회장은 지난 8월 23일부터 미국에 머무르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책을 모색했다.

IRA는 미국에서 조립되고 배터리 자재나 부품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한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중고차는 최대 4000달러, 신차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모든 전기차를 한국에서 생산하는 까닭에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오는 2023년 상반기부터 시작하려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공사를 10월로 앞당겨 2024년 하반기부터 가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공사를 앞당기더라도 실제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시일이 필요한 데다, 중국산 핵심 광물과 배터리를 사용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IRA 적용을 유예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뉴욕·조지아 등을 돌며 현대차와 기아가 받을 영향을 점검하고 미국 정부에 제안할 협상카드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31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을 예방하고 지난 2일 호찌민시에서 열린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롯데그룹은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더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아세안의 중심으로 꼽힌다. 인구 6억7000만명, 연간 국내총생산(GDP) 총합 3조달러 이상의 거대한 시장에 교두보가 될 핵심지역인 셈이다. 신 회장이 복권 후 베트남부터 챙긴 것도 그룹이 아세안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롯데그룹은 아세안에서의 사업을 본격화 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반텐주에 총 39억 달러를 투자해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세우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베트남 남부 동나이성에 상온·냉장·냉동 보관과 운송이 가능한 통합 스마트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베트남 수출입 화물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자카르타 권역의 운송망 구축과 설계·조달·시공(EPC) 물류 사업도 확대한다.

사업상 목적을 갖고 출장을 다녀온 총수들과 달리 해외행이 예정된 총수들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내세우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들이 찾는 국가를 고려할 때 홍보 활동 이상의 행보가 있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일본을 찾는다. 이 기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일본을 누빈다. 2025년 엑스포가 열리는 일본 오사카 지역을 방문해 홍보활동을 벌이고 일본 측 핵심인사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및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성 장관을 만난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위해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칩4 동맹 가입을 종용받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장치로 칩4 동맹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칩4 동맹에 합류한다는 것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지닌 중국과의 거리두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한일 양국 모두 칩4 동맹에 대해 흔쾌히 결정내리지 못하는 기류가 흐른다. 세계 2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을 거느린 최 회장이 반도체 현안에 대해 교감하고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대통령 특사로 낙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영국을 비롯해 주요 국가에서 부산엑스포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총리와 만나 지지를 요청하고 유엔 총회에 맞춰 미국으로 건너가 홍보활동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삼성의 상황을 감안하면 유럽과 미국에서 사업상 만남이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외에도 스타사업이 나와야 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처럼 2인자로 자리한 사업에서 더 공격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설계 역량을 인정 받았거나,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을 사들여 추진력을 마련할 것으로 여겨진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IFA2022에서 “(인수합병과 관련해) 많은 부분이 진척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이 부회장이 인수합병(M&A) 후보기업을 직접 살필 수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후보군에 NXP,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르네사스 일렉트로닉, 인피니언같은 차량용 반도체 기업과,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가진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ARM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들 기업은 독일, 영국 등 유럽에 적을 두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특사로 파견될 수 있음을 시사한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이르면 이달 말 폴란드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엑스포 홍보는  해당 국가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이 유력 인사를 공략해 표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폴란드에는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의 생산기지가 있어, 구 회장이 특사 자격으로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이 기간 구 회장이 현지 사업을 면밀하게 살필 수 있다. 구 회장은 지난 2019년 4월 미국 출장 이후 국내 경영에 주력했다. 그룹의 체질 개선이 시급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해 해외 경영에 나서기 여의치 않았다. 전면에 나서지 않는 구 회장의 성향도 한 몫 했다. 

LG그룹은 조직문화를 보다 역동적으로 바꾸고 있지만 한 방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사업 재편에 맞춰 다시금 외형 성장을 이룰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기 동력으로 낙점한 인공지능과 배터리, 친환경 등 ABC를 중심으로 고객 경험이라는 경영 화두를 구체화할 빅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폴란드 출장을 이용해 이에 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본다. 

대외적 명목과 실질적 목적을 떠나 재계 5대 그룹 총수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11월부터 12월에 걸쳐 인사를 단행하고 내년도 경영전략을 수립한다.

이들의 결정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한 해 성과, 장기적으로는 그룹의 지속가능성이 판가름 난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지 상황을 파악해두면 더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부산엑스포 유치에 나서야 하는 처지라 그룹들은 출장 일정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방문하는 지역에서 시장 지배력을 가졌으니, 현지 정·관계 인사들과 만나 유치 활동 외에 기업 경영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될 논의를 나눌 유용한 기회“라며 “방문 목적이 확실하니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운신의 폭이 넓다는 것도 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정부가 워낙 강하게 밀어 붙이고 있어 유치 실패 시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걱정들이 많다”면서 ”엑스포 홍보에만 집중한다는 인상을 주려 입을 닫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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