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2분기 들어 점유율 하락…“TV사업, 적자 기록했을 것”

월드컵 특수·쇼핑 대목에도 시장 위축…2500달러 이상 시장 겨냥

모델이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98인치 네오 QLED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98인치 네오 QLED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원격수업, 재택근무, 화상회의, 영상 콘텐츠 시청 등 TV를 활용한 활동들이 증가함에 따라 호황을 누렸던 TV 시장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도 견조하게 이어졌던 TV 수요가 꺾인 탓이다. 

연말까지 미국이 금리 인상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TV 판매량은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그나마 기대했던 대형 스포츠 행사 효과도 장담키 어려워진 셈이다. 삼성전자, LG전자는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워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실적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1분기만 해도 삼성전자, LG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지배력을 과시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84억4589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32.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1분기에 판 TV는 총 1106만대로 시장의 22.5%를 가져갔다. LG전자 역시 TCL를 꺾고 2위에 올랐다. 619만3600대의 TV를 판매한 LG전자는 매출액 45억4839만달러를 올려 시장의 17.7%를 가져갔다.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50.6%(매출액 기준)에 달했다. 같은 시기 전 세계 TV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6.1%포인트 감소한 256억7508만달러(매출액 기준)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 LG전자의 지배력이 공고해진 것이다. 

하지만 2분기에 접어들면서 두 회사 점유율 추이가 심상치 않다. 상반기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 31.6%, LG전자 17.6%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1.1%, 0.8% 줄어든 액수다. 업계에서는 2분기 부진이 상반기 점유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의 TV사업부의 2분기 실적은 시장의 관측보다 저조했다. 삼성전자 가전·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매출 14조8300억원, 영업이익 3600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 HE사업본부는 매출 3조4천578억원, 영업손실 189억원를 내며 28분기만에 적자 전환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삼성전자는 생활가전, TV, 의료기기 등의 실적을 합산해 ‘플러스’가 됐지만, TV만 떼놓고 보면 적자 수준일 것으로 여겨진다”며 “가계 소득이 줄어들면 ‘사치성 소비’를 줄이기 마련이다. 당장 바꾸지 않아도 생활에 지장 없는 TV나 생활가전 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심리를 자극하려면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필요하다.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줘 판매량을 진작시키는 게 정석이다. TV 원자재 중 가장 비중이 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하락한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CSOT, AUO, BOE 중국·대만업체들로부터 사들이는 물량을 늘렸다. LG전자도 LG디스플레이, BOE를 병행하며 마진률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패널 원재료 가격을 45%, 18.2% 줄일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외 원재료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는 점이다. TV와 오디오 부품용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보다 무려 42.6% 상승했다. 

재고 부담은 늘었다. 상반기 TV를 포함한 영상기기 가동률은 삼성전자 74.4%, LG전자 80.4%에 머물렀다. 금리와 물가, 환율이 같이 뛰면서 출하를 마친 제품들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자 공장 가동률이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주요도시 봉쇄령이 지속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라 공급망이 차질을 빚으면서 운송비까지 뛰었다. 상반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운송비로 1조8417억원, 2조1202억원을 썼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39.6%, 46.6% 급증했다. 

전 세계 TV 시장은 올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TV 시장 연간 성장률을 3.4%에서 1%로 하향 조정했다. 출하량도 2억1700만대에서 2억1200만대까지 내려잡았다. 사실상 시장은 정체된 가운데, 조금이라도 매출을 늘리려는 업체 간 경쟁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월드컵 특수에 쇼핑 대목이 줄줄이 이어지는 까닭에 TV 판매량 제고를 기대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원가 압박이 커지다보니, 공격적 마케팅에 따른 ‘출혈’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LG전자가 올레드의 압도적 화질과 공간 디자인을 결합한 라이프스타일 TV 신제품인 LG 올레드 오브제컬렉션 포제. 사진. LG전자
LG전자가 올레드의 압도적 화질과 공간 디자인을 결합한 라이프스타일 TV 신제품인 LG 올레드 오브제컬렉션 포제. 사진. LG전자

삼성전자, LG전자는 궁여지책으로 판매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수요처를 늘리겠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 수요가 위축돼도 초고가 시장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49.3%, 22.7%를 차지했는데, 이는 매출액 견인 효과를 가져왔다. 이에 삼성전자는 출고가만 4500만원에 달하는 98인치 신제품을 추가하며 네오 QLED TV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인 퀀텀닷(QD)-OLED TV 판매지역도 늘릴 예정이다. LG전자도 97인치 올레드 TV를 추가하는 한편, TV 뒷부분에 수납공간을 만든 올레드 오브제컬렉션 포제 등 OLED TV 제품군을 확장 중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LG전자는 홈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겨냥해 특화 모니터를 늘리고 있다. 게이밍 모니터다. 또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헤비유저들은 ‘게이밍을 할 때의 즐거움’이 극대화되길 원하고, 제품을 써본 유저라면 일반 모니터로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며 “고사양 게임이 늘어난 만큼, 고화질에 빠른 응답속도를 갖춘 전용 모니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임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까닭에 화면 전환과 응답속도가 신속하고 부드럽게 구현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4K 해상도에 120Hz(헤르츠) 이상 고주사율을 지원한다. 밝은 회색에서 어두운 회색으로 전환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뜻하는 응답속도는 GtG 기준 1ms(밀리세컨드·0.001초) 이하를 지원한다. 일반 모니터와 다른 몰입감을 주기에 게이밍 모니터 시장을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전 세계 게이밍 모니터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10% 이상 성장, 264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LG전자는 32인치, 48인치 등 다양한 사이즈의 전용 모니터, 울트라 기어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도 오디세이라는 이름으로 32인치, 55인치의 여러 사이즈 제품을 공개했다.  

하루 수 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는 헤비유저를 겨냥한 고스펙 제품도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4K 해상도에 165㎐ 주사율, 1ms의 응답속도를 갖춘 55인치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아크를 공개했다. 1000R 곡률를 적용한 디자인에 높낮이와 상하 각도, 좌우 회전 등을 가능하도록 제작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이 실적을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프리미엄 전략은 경기 침체로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져 실적을 상쇄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렇지만 쇼핑 대목과 월드컵 특수가 나타날지 불분명한 데다, 초고가 제품을 찾는 VIVP 수요를 흡수하더라도 ‘보릿고개를 넘는’ 정도다. 궁극적으로 매출 신장 없이는 적자의 폭을 줄일 수준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영무 삼성전자 VD사업부 상무는 “하반기 TV 시장은 성수기 진입과 스포츠 이벤트 개최로 기회 요인이 있지만, 거시 경제 측면에서는 변수가 많아 수요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LG전자가 경영 효율화의 고삐를 조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 판로를 확대하고, 제조와 판매 부담을 덜기 위해 유통업체와의 협업 제품의 수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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