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위축에 생산량 조정했지만…재고 부담 가중

3분기 재고자산회전율, 삼성 3.8회·LG 5.8회로 하락

’이윤 낮춰도 재고 소진’…가격 할인에 적립금 제공

카타르월드컵에 블프 겹쳐…공격적 프로모션 지속

모델이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98인치 네오 QLED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98인치 네오 QLED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재고’ 고민에 빠진 전자업계가 카타르 월드컵을 돌파구로 활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LG전자는 당초 수요가 견조한 VIP 고객층을 잡중 공략해 부진한 실적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터였다. 그러나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소비 위축이 지속되면서 재고 부담은 가중되고, 판매량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태원 참사 이후 프로모션이 여의치 않은 데다, 해외에서도 연말 성수기 효과가 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월드컵 집관족을 겨냥한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여, 크리스마스까지 소비 진작이 지속될 수 있게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카타르 월드컵에 맞춰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국내에서는 이달 말까지 삼성 TV 연말결산 빅 세일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TV 최상위 모델이자 주력 제품인 네오 QLED 8K를 비롯한 프리미엄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한편, 스포츠경기를 중계해주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권이나 야식으로 즐길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을 패키지로 묶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체감 할인률을 높였다. TV 구매를 할 경우, 멤버십 포인트를 지급하는 동시에 기존에 사용하던 구형 제품을 반납하면 금액대별로 커피 전문점 기프트 카드를 지급한다. 

틈새시장을 노린 패키지도 눈에 띈다. 국내 게임사들이 내년 콘솔게임 신작 출시를 예고하자, 삼성전자는 게이밍 TV를 구매하면 엑스박스 컨트롤러를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 

해외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 판촉행사가 본격화 됐다. 미국·유럽 등 주요 해외법인에서 대규모 할인전이 진행 중이다. 시장 규모가 큰 미국은 네오 QLED 8K 가격을 최대 2000달러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인다. 블랙프라이데이에 생활가전을 바꾸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냉장고, 세탁기 등도 30%까지 가격을 낮췄다. 

LG전자도 질세라  공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이달 말까지 빅토리 코리아 대축제를 공식 직영매장을 물론 백화점, 전자제품 양판점 등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달 출시한 97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포함해 올레드 TV를 구매하면 최대 400만원의 적립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선보인 77인치 초대형 올레드 TV를 40인치대 올레드 TV나 콘셉트 올레드 TV인 오브제컬렉션 포제와 함께 구매하면 15만원 상당을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을 장착한 QNED TV, 프리미엄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채택한 나노셀TV와 같은 주요 TV 모델들도 적립금을 2배 지급한다. 

LG전자 역시 가전 교체 수요가 왕성한 북미 시장을 겨냥해 TV 가격을 낮췄다. 올레드 TV는 최대 1700달러까지 할인 폭을 늘렸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초대형 프리미엄 LCD TV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86인치 QNED 8K 가격을 30% 이상 낮췄다. 

유럽에서도 영국에서의 스폰서십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는 2017년부터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공식 후원사로 활동해왔는데, 월드컵을 앞두고 생활가전 주요 제품 마케팅에 들어갔다. 

LG전자의 97인치 올레드 에보 갤러리에디션. 사진. LG전자.
LG전자의 97인치 올레드 에보 갤러리에디션. 사진. LG전자.

삼성전자, LG전자의 할인 공세가 집중된 품목은 TV다. 지난해만 해도 불티나게 팔리던 TV는 올해 계륵이 됐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TV 출하량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상반기 전 세계 TV 출하량은 9260만45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9910만9000대)와 비교해 6.6% 줄었다. 판매액도 475억달러로, 전년(543억달러) 대비 12.5% 감소했다. 특히 견조한 성장세를 보여줬던 OLED TV 출하량이 2분기 18.1%나 감소한 점을 두고 TV업계에서는 우려가 커졌다. OLED TV 출하량이 감소한 것은 2020년 2분기 이후 2년 만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 TV 시장은 최근 10년 간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TV 시장 연간 성장률을 3.4%에서 1%로 하향 조정했다. 출하량도 2억1700만대에서 2억1200만대까지 내려잡았다. 

출하량이 줄어든다는 건 소비 위축과 생산량 조정이 함께 이뤄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상기기 생산라인 가동률을 75.4%로 낮췄고, LG전자 HE 사업본부도 81.1% 수준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재고 부담은 더 커졌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재고자산은 상반기 대비 10% 늘어난 57조3198억원에 달했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16% 가까이 증가한 11조2071억원의 재고자산을 기록했다. 특히 HE 사업본부 재고자산은 24.6%나 상승해 2조1803억원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재고 소진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재고를 매출화 되는 수치를 계산한 재고자산회전율의 경우,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4.5회에서 올 3분기에는 3.8회로 내려갔다. LG전자 또한 6.5회에서 5.8회로 떨어졌다. 재고자산회전율이 낮을수록 매출로 이어지는 시일이 늘어남을 의미하는데,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재고 소진 시일이 증가했다.

그렇다 보니 삼성전자, LG전자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재고를 소진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금액 대비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는 3개월 만에 1.1%포인트 줄어든 30.5%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LG전자도 0.2%포인트 하락한 17.4%로 집계됐다. 

때문에 3분기 삼성전자, LG전자 TV 사업은 적잖은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삼성전자 가전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든 2500억원에 그쳤다. LG전자 HE 사업본부는 554억원 적자를 내면서 2개 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월드컵 마케팅에 매달린 이유다. 

월드컵은 수요를 촉발시킬 수 있는 기폭제다. 실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마트 TV 매출은 전주 대비 313% 급증했다. 65인치 이상 초대형 TV와, QLED·올레드 같은 고화질 프리미엄 TV 매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할인 폭이 크다 해도 가계체감수입이 줄어든 까닭에 TV를 교체하려는 소비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더 크고 선명한 화면으로 스포츠를 즐기려는 수요가 있고, 올해는 블랙프라이데이와 월드컵이 맞물려 매출 시너지를 기대해볼 순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치열한 판촉 경쟁을 뚫기 위해 삼성전자, LG전자가 유통 채널과 함께 지역별·대상별 마케팅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3분기까지 쌓인 재고를 털어내고 적자를 줄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내년 초 신제품을 선보일텐데, 이후에는 (재고)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올해 안에 최대한 재고를 정리해야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거둘 수 있다“면서 “연말까지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고 구독상품과 연계한 기획제품을 강화해는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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