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계열사 주요 경영진 25명 참석…사업 현황 및 경영 번수 등 점검

이재용 ‘기술·인재 제일 경영’ 강조한 지 이틀 만에…내부 위기감 방증

초격차 기술·우수인재 대한 공감대 형성…미래 선점 위해 혁신 가속화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 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 삼성전자 뉴스룸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 전자계열사 사장단이 20일 회의를 개최했다. 글로벌 전략회의 하루 전 사장단이 긴급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내부 위기감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향후 미래 가치를 구체화하고 신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이 예상된다. 

삼성은 이날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인력개발원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주재로 사장단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최윤호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전자계열사 경영진 25명이 함께 했다. 

아침 7시30분터 시작된 회의는 오후 3시를 넘겨 끝났다. 장장 8시간에 걸쳐 마라톤 회의가 진행된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큰 틀에서 보면 기술, 인재, 상생의 3가지 주제 아래 심도 깊은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안다”며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관련 산업과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준비된 기업만이 현실을 직시하고 빠르게 적응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사장단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다. 국제 정세와 산업 환경, 국내외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변화의 흐름을 읽고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게 사장단의 결론이었다. 

이에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중고의 격랑 속에 공급망 교란, 첨단 기술 경쟁 심화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원자재 가격 급등과 같은 변수가 사업 부분별로 끼칠 영향을 점검했다. 전략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미래 먹거리를 육성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이번 회의는 여러 모로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술·인재 제일 경영’이라는 삼성의 성장 전략을 상기시킨 지 이틀 만에 전자계열사 사장단이 한 자리에 모였다. 더욱이 이날 논의된 내용은 ’질적 성장과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기술력으로 한계를 돌파해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 “우수 인재 확보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등 공격적 주문이 이어졌다. 삼성전자 내부의 위기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들은 기로에 서 있다. 세계 1위의 실적은 수성하고 있지만 브랜드 경쟁력은 흔들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경쟁사들에 ‘세계 최초’ 타이틀을 빼앗겼고,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서는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반도체 설계의 경우,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2200이 성능 논란에 휩싸였다. ‘초격차’라는 삼성전자의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IT와 스마트폰, 생활가전의 상황도 안심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22 시리즈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논란으로 판매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연간 출하량을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Z 시리즈 출격을 앞두고 있지만, 기술 난도로 인해 한해 출하할 수 있는 제품은 S 시리즈보다 적다. 삼성전자는 올해 판매 목표는 3억대 이상, 그러나 전략 스마트폰의 부진으로 자칫 평균판매가격(ASP)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의 빈 자리를 중저가 보급형 제품군이 메우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판매량 하락보다 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 제품군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지고 브랜드 가치가 훼손됐다는 점이다. 수년 전부터 제기된 성능 저하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자 소비자 반응이 냉랭해졌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스마트워치, 노트북, 태블릿, 생활가전을 하나의 생태계로 편입시키고 있다. 스마트폰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은 관련 제품들의 판매율 제고에 악영향을 미친다. 

미래 유망 사업에서의 성과 역시 미흡하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했음에도 시장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나서 대규모 장비 계약을 수주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 엑스퍼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는 에릭슨으로 26.9%로 가져갔다. 노키아(21.9%), 화웨이(20.4%), ZTE(14.5%)가 그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5.0%로 4위와의 격차가 2배 이상 난다. 5G 상용화 초기 20%대 점유율을 기록했던 만큼, 삼성전자의 부진은 아쉬운 대목이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로봇, 배터리, 전장에서의 행보 또한 더디다. LG·카카오 등이 초거대 AI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것돠 달리 이렇다 할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주요 거점에 전담 연구조직을 만들고 석학까지 영입하며 공을 들였다. 메타버스·로봇은 청사진조차 나오지 않았다.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바이오는 현재까지 그룹 내 비중이 높지 않다.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전장에서는 세계 유수의 완성차 또는 부품업체와 합작을 통해 사세를 키우는 경쟁사들과 달리 잠잠하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은 초격차 기술과 최고의 인재를 통해 작금의 위기를 터닝 포인트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장단 회의는 이 부회장의 구상이 속도감 있게 실현될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의 구상대로 세계 시장에서 초일류 기업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혁신의 속도를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기술 개발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재수립하고 세부 실행방안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재 영입이 적극적으로 이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날 회의가 열린 장소는 삼성인력개발원이다.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인재 제일 경영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설립됐다. 차세대 인재 양성의 메카로 불리는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사장단 회의를 개최해 우수 인재 육성과 이를 위한 조직문화 혁신을 예고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올해부터 미래지향 인사제도를 운영 중이다. 연공서열에 관계없이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발탁해 중추적 역할로 키우는 게 핵심이다. 보수적 분위기가 강했던 삼성의 체질 개선이 본격화되리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최근 반도체 연구개발과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부사장급 이상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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