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연속 금리 동결, 대출금리 하락 기대감에 변동금리 '눈길'
고정금리 비중도 뚜렷한 감소세…변동금리 비중 늘어날 전망
금융당국은 "고정금리 늘려야" 압박, 은행권은 좌불안석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 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 사진=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관리를 위한 금융당국이 직간접적 개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둘러싼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이은 기준금리 동결, 미국의 긴축완화 전망에 주담대 금리가 하락하면서 변동금리 비중이 늘어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또 한 번 고정금리 확대를 주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아지는 추세가 포착된다는 점은 은행권의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당장 내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경우, 이를 사실상 추종하는 변동금리의 하락세도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변동금리를 찾는 차주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권고에 맞춰 무리하게 고정금리를 확대할 명분도 찾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2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의 8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5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가운데, 최근 가계부채 확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미 최근 공개된 7월 코픽스의 하락 여파로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소폭 낮아진 상황에서 기준금리마저 동결된 만큼, 변동금리 하락세에도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8월 기준 한미 기준금리. / 디자인=김민영 기자
8월 기준 한미 기준금리. / 디자인=김민영 기자

고정 vs 변동, 엇갈린 흐름

실제로 최근 주담대 상품 내,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흐름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은행채 등 채권 금리를 추종하는 고정금리는 오름세가 이어지는 반면, 코픽스(COFIX)와 기준금리 등을 추종하는 변동금리는 다소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83~5.92% 수준에 형성됐다. 이는 전월 말(연 3.76~5.81%) 대비 하단은 0.07%p, 상단은 0.11%p 가량 오른 수치다.

이처럼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오른 이유는, 고정금리가 추종하는 준거금리 즉 ‘은행채’ 금리의 상승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연 4.280% 수준이었던 은행채(5년물 기준) 금리는 지난 17일 기준 연 4.410%로 보름 새 0.23%p 가량 올랐다. 실제 고정형 주담대 금리와 비교하면 은행채 상승분의 절반가량이 대출 금리 상단에 반영된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은행채 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 흐름에 영향을 받는데, 최근 미국 연준의 긴축 완화 기조와 소비심리 개선으로 미국 국채 금리 또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2일 기준 5년물 은행채 금리는 4.412% 수준을 기록, 지난 17일(4.410%)보다 소폭 오르기도 했다.

반면,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고정형과 달리 큰 변화 없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08~6.04% 수준을 기록, 전월 말(연 4.08~6.06%)과 큰 차이가 없다.

이처럼 변동형 금리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은 건, 변동형 금리가 추종하는 준거금리인 ‘코픽스’의 흐름 때문이다.

최근 공개된 지난 7월 코픽스(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69%로 전월(3.70%) 대비 0.01%p 하락했다. 통상적으로 코픽스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에 즉각 반영되는데, 최근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안정화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소폭 낮지만, 이들이 추종하는 지표금리는 명확한 흐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실제로 일부 은행의 경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이 포착되고 있는데, 이같은 흐름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지금으로선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국내 예금은행 주담대 고정 및 변동금리 비중 / 디자인=김민영 기자.
국내 예금은행 주담대 고정 및 변동금리 비중 / 디자인=김민영 기자.

살아나는 변동금리 선호 심리

이러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엇갈린 흐름을 바라보는 은행권의 표정은 다소 복잡하다. 대출을 실행하는 차주들 사이에서도 하락세를 유지 중인 변동금리 선호 심리가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당국은 또 한번 고정금리 확대를 언급하며 직간접적인 압박을 재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국내 예금은행이 취급한 전체 주담대 가운데 고정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3.1%다. 이는 같은 기간 변동금리 비중(26.9%)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특히,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6월 기준, 고정금리 비중이 40%대 초중반(44.7%)으로 변동금리(55.3%)보다 낮았던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처럼 고정금리 비중이 1년 새 급격하게 높아진 건 사실상 고정금리 확대를 권고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금리인상이 지속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차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로 은행권의 고정금리 취급 확대를 권고했다.

고정금리가 상대적으로 변동금리보다 낮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기에는 고정금리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분석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같은 금융당국의 압박은 고정금리 비중의 확대로 이어졌는데, 지난 4월에는 고정금리 비중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80%대를 돌파(80.7%)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들어 고정금리 비중이 다소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앞서 언급한 지난 4월을 고점으로 고정금리 비중은 △4월(80.7%) △5월(77.0%) △6월(73.1) 등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앞서 언급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역전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이번 금리동결로 사실상 지난 2021년부터 시작된 금리인상 사이클의 종료를 선언한데다, 미국 연준 또한 1년 5개월 만에 금리를 동결하는 등 긴축완화 시그널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고정금리 확대 압박에 은행권은 ‘우려’

다만, 금융당국은 현재 급증하는 주담대 잔액에 따른 가계부채 리스크 억제를 위해선 고정금리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변동금리가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및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채 부담을 확대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특히 올 3월, 금융당국은 고정형 주담대 비중이 60%대 후반(69%)까지 하락하자 이례적으로 시중은행에 올해 고정금리 주담대 취급 비중 목표치(71%)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고정형 비중이 높아지며 당국의 공개적 압박도 자취를 감췄는데, 다시 주담대 비중이 목표치(71%)를 하회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또 한번 압박을 재개한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 또한 최근 간담회에서 “여전히 금리 변동성이 큰 가운데, 변동금리가 차주들의 부담을 확대할 것이란 점을 당국이 인지하고도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이러한 이 원장의 발언을 사실상 은행권에 또 한번 고정금리 확대를 압박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확대 압박이 또 한번 금리 체계에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금융당국의 예금금리 인상, 대출금리 인하 압박으로 은행권 내 금리 산정 체계가 엉켜버리면서 지표금리와 시장금리 흐름이 엇갈리는 사례가 일부 포착된 바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