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대표 사의 표명…김대유·유희열 사외이사도 자진 사퇴
사외이사 3명 재선임 불투명…이사회 구성 요건 못 맞출수도
비상경영위원회 가동햤지만…경영 정상화까진 5개월 소요

KT 사옥. 사진. KT.
KT 사옥. 사진. KT.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시가총액 10조원에 축포를 의기양양했던 KT가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차기 대표 사퇴를 밝힌 데 이어 구현모 대표가 임기 만료 사흘을 앞두고 물러났다. 임기가 남은 사외이사들도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와 사내외이사를 선임하려던 KT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당장 대표이사후보 추전이나 심의는커녕,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 KT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해 경영 공백을 메울 예정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KT의 디지코 2.0 전략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8일 KT에 따르면, 구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에서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상법상 구 대표가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차기 수장이 결정될 때까지 임기를 연장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압박과 검찰 수사 등으로 심적 부담을 느낀 구 대표가 향후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차기 수장 후보가 줄줄이 낙마함에 따라 정부여당의 칼날은 이사회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은 소유분산기업 대표 선임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삼았는데, 대표 선임과 같은 경영 사안은 이사회 소관이기 때문이다. "도덕적 해이"를 부른 "이권 카르텔"로 전락한 이유를 물어, KT 이사진 사퇴를 종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인사는 데일리임팩트에 "일련의 움직임을 보고 사외이사들도 상당히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전 정부에서 선임된 사외이사들까지 물갈이 해야 정부의 의도대로 KT를 움직일 수 있다. 앞으로 사퇴 압박이 더해질 게 뻔한데, '험한 꼴 당하느니 먼저 발을 빼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방증하듯 임기가 남은 김대유·유희열 사외이사는 자진 사임했다. 김 사외이사와 유 사외이사의 임기는 각각 1년, 2년 가량 남았다. KT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최근 일련의 과정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느껴 사의를 표명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중도 낙마가 유력해지자, '명예로운 퇴진'을 택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실제 김 사외이사와 유 사외이사는 친야 인사로 분류된다. 김 사외이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경제정책 수석과 통계청장을 지냈다. 유 사외이사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과학기술부 차관을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때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을 지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문제는 나머지 사외이사들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강충구·여은정·표현명을 포함해 4명의 사외이사가 남았다. 하지만 세계적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세 사람의 재선임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게다가 세 사람은 윤 사장의 체제 안정을 위해 1년만 더 사외이사로 활동할 참이었다. ISS의 반대에 윤 사장의 사퇴로 세 사람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이 부결되거나, 추가로 사의를 표명하는 사외이사가 나올 경우, 이사회 구성도 어려워진다. 상법에 따르면,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3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두되, 이들의 총 수가 이사의 과반이 돼야 한다. 

일단 KT는 내부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정관과 직제규정에 따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고, 주요 경영진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한다. 일상 경영이라도 차질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다. 

비상경영위원회 산하에는 성장지속 TF와 뉴 거버넌스 구축 TF를 설치한다. 성장지속 TF는 고객 서비스·마케팅·네트워크 등 사업 현안을 논의하고, 뉴 거버너스 구축 TF는 대표이사·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한다. 특히 뉴 거버너스 구축 TF는 주주 추천 등을 받은 외부 전문가들로 채운다. 전문기관으로부터 지배구조 현황, 국내외 우수 사례 등도 점검받기로 했다. 국내외 ESG 흐름을 반영하고 주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만든다. 이후 뉴 거버너스 구축 TF의 개선안에 따라사외이사와 대표 선임 절차를 밟는다. 

때문에 KT의 경영 공백을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이사회 구성,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5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KT의 CEO 공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이사회 구성부터 지배구조위원회, 대표이사심사위원회 등을 새로 수립하고 내외부후보 공모와 심사, 주주총회까지 진행하면서 외부의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까지 감안하면, 상반기 안에 CEO 선임은 무리”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CEO 선임 후에도 향후 3년의 전략을 수립하기까지 최소 1개 분기가 소요되고 11월부터는 대부분의 기업이 내년 경영 목표 수립을 시작한다"면서 "사실상 올해는 최고 의사결정권자 없이 KT가 시스템으로만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KT 역시 국내와 미국 상장기업인 점을 감안했을 때, 8월쯤 대표 선임이 완료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대한 일정을 당기겠다는 입장이지만 KT의 올해 사업은 정상적으로 추진되기 어려워 보인다. 

박종욱 사장은 "고객서비스와 통신망 안정적 운용은 물론,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경영 및 사업 현안들을 신속히 결정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넘어선 지배구조로 개선하고 국내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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