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 판정에도 2차례 공개 경선 진행
대통령·국민연금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
3월 주총 끝으로 KT 대표직 내려놓기로

구현모 KT 대표. 사진. KT.
구현모 KT 대표. 사진. KT.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구햔모 KT 대표가 연임을 포기했다.

구 대표는 이달 말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비롯해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며 주주종회까지 KT 수장으로서 임기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KT 측에서는 구 대표의 사퇴에 대해 별도의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구 대표 연임이 확정된 뒤 국민연금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사퇴 압박이 가해졌던 점을 고려하면 외압에 백기를 들은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통신업계에서는 향후 정부의 입김이 강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3일 KT에 따르면 구 대표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사회는 구 대표의 뜻을 받아들여 그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 중에서 차기 대표를 물색하기로 하고, 예정대로 선임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오는 28일 국민연금의 의견을 반영해 심사기준을 정하고 심사 대상자를 추려 심층 면접을 실시한다. 다음달 7일까지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해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을 예정이다. 

구 대표는 남은 임기 동안 업무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GSMA 이사회 일원으로 27일부터 열리는 MWC에 참여한다. 키노트 연사로 무대에도 오른다. 

대표이사 선임 절차. 자료. KT. 

앞서 구 대표는 지난해 12월 연임 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문제삼자, 경선을 요청해 다시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두 번째 선정도 반대에 부딪혔다. 국민연금이 재차 ‘불공정 경쟁‘ ‘셀프 연임‘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반발한 것. 윤석열 대통령도 ”소유분산기업들은 공익에 이바지했던 기업들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KT 이사회는 기존 결정을 백지화 하고, 후보자 공모부터 다시 진행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청와대가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고 형식상의 공모를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실제 지난 20일 발표된 차기 후보자는 총 34명으로 18명이 외부 인사였다. 이 중에는 권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박종진 IHQ 총괄사장,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여권 인사가 다수 포함됐다.

KT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경영·경제에 관한 풍부한 경력과 지식, 기업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 정보통신분야 전문성 등을 갖춰야 한다. 이 같은 조건에 부합하지 않은 정치권 인사들이 공모에 응모한 자체가 낙하산 인사에 대해 청와대 등과 교감이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통신산업을 규제 산업인 데다, 최근 윤 대통령이 공정한 경쟁이 필요하다는 뜻을 피력하면서 규제 장벽이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하다. 윤 대통령은 통신 시장 내 경쟁을 촉진시키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지난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 형태를 유지하는 정부 특허사업”이라며 ”어려운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물가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일주일이 지난 이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으로부터 금융·통신 분야 공정시장 정책과 관련해 구체적 방안을 보고 받는다. 이와 별도로 주무부처도 경쟁을 촉진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TF를 꾸려 올 상반기 중 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미 민영화된 기업에 특정 정치인을 내려 보내기 위해 전방위적인 압력을 가하는 행위야말로 시장 질서에 역행하는 일 아니겠느냐“며 “기업의 방향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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