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CEO 선출 바람직“ 윤경림 사장 사퇴 공식화
사내이사 전원 공석…사외이사 재선임도 난항
이사회 구성 문제로 주요 경영 일정 지연 불가피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 사진. KT.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 사진. KT.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윤경림호가 결국 좌초했다. KT는 원점부터 새 수장 선임 절차를 다시 밟게 됐다.  

KT가 27일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의 대표이사 후보가 사퇴했다고 밝혔다.

KT는 정기 주주총회를 일주일 앞두고 윤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히자, ‘주총까지는 버텨달라‘고 설득했지만, 뜻을 꺾지 못했다. 

이날 KT는 “윤 사장이 차기 KT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하고, 이사회에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며 윤 사장 사퇴를 공식화 했다. 

압축 후보 발표 때부터 정부여당으로부터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았던 윤 사장은 최근 검찰이 구현모 대표와 자신을 업무상 배임, 일감 몰아주기 혐의 등으로 수사에 착수하자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여당 의원들이 실명을 거론하며 제기한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다는 건 명백한 종용 아니겠느냐“라면서 “주총에서 대표로 선임된다 해도 중도 낙마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그럴 경우 회사가 혼란을 겪을 것을 우려해 사퇴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KT는 “윤 사장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대표이사 후보 사퇴는 이사회 결제, 승인 사항이 아닌 만큼 오는 31일 정기 주주 총회 의안에서 제외한다고 공시하는 등 후속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했다.

KT는 일단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KT 임시 수장을 누가 맡을지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주총 이후 대표가 공석일 경우, 임기가 만료된 대표가 대행을 맡을 수 있다. 

구 대표의 비위 의혹이 불거진 데다, KT 지배구조 문제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구 대표의 임기를 연장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적다. 잡음을 방지하기 위해 정관대로 따를 것으로 여겨빈다. KT 정관에는 대표이사 유고 시 사내이사가 직무를 대행하고,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전원 유고 시엔 사내 직제규정 순으로 대표직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제상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새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대리를 맡을 것이라는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KT는 3차례에 걸쳐 대표 선임을 반복하면서 사실상 경영 공백이 생겼다. 임원 인사, 조직 개편, 단기 실행전략까지 모두 멈춘 상태다. 더욱이 대표 선임 과정을 반복하면서 내부의 피로도 쌓였다. 

때문에 KT 지배구조 전반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이사회는 큰 폭의 교체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대표 선임 과정에서의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을 놓고 수차례 비판이 제기됐는데, 이사회가 견제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을 받는다. KT 이사회의 찬성률은 99.83%에 달한다. 지난해 64개 안건 중 반대 또는 기권을 한 경우는 6회에 불과하다. 참여연대는 “이사회가 굳이 사법 리스크가 있는 현직 대표 연임과 새 인사 선임을 강행해 이번 사태 발생에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사회 구성이 난망이라는 점도 개편에 힘을 싣는 요소다.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TF장의 사내이사 추천을 자동 폐기됐다. 대표이사 후보가 주총에서 선임되지 못하면, 해당 후보가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도 무효가 된다. 박종욱 사내이사가 지난해 물러났고, 구 대표와 윤 사장의 사내이사 임기도 주총까지다. 결국 3월 이후 KT 사내이사는 전원 공석이 되는 셈이다. 

사외이사 역시 다수의 공석이 발생할 전망이다. 재선임 되는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의 운명을 장담키 어려워서다. 세계적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는 세 사람의 재선임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상법상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회사로서 KT는 사외이사 3명 이상 선임하고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사외이사로 채워지도록 구성해야 한다. KT 정관에도 이사회는 8명 사외이사·3명 사내이사로 운영된다고 규정돼 있다. 벤자민 홍·이강철 사외이사가 물러나 사외이사는 2석이 빈다.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이사 재선임이 부결될 경우, KT 이사회는 사외이사 3명만 남게 된다. 이 경우, 지배구조 개선은커녕, 대표이사 심사, 사외이사 후보 추천, 지분 매각 등 경영상 결정, 위험관리를 포함한 지속가능경영까지 파행이 불가피하다. KT 이사회 산하 8개 위원회 중 감사위원회와 평가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위원회는 사내이사가 참여해야 한다. 

이사회 구성이 완료된 뒤 KT 새 대표 공모에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빨라야 5월에나 선임이 가능하다. KT 안팎에서는 비상대책기구로 전환해 낙하산 인사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KT노조는 ”KT의 1·2대 대주주가 윤경림 후보자 선임안을 반대할 것으로 전망됨에도 이를 바꿔내기 위한 어떠한 방안도 실현하지 못했다”며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하고,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 경영공백을 없애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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