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박윤영·차상균 3파전…재무통·KT맨·기업가 등 강점 상이
심층면접 후 최종 1인 선정…8월 말 임시 주총 통해 대표 선임
경영 공백 장기화에 조직 내 피로노 누적…성장 전략도 표류 중
"조직 정상화 더 늦출 순 없어"…정부·여당 설득이 관건일 듯

KT 사옥./사진=KT.
KT 사옥./사진=KT.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KT가 차기 대표 최종 후보 3명을 공개했다. 

앞서 정치권 인사들이 출사표를 던져 '낙하산' 우려가 나왔던 상황. KT는 전문성을 지닌 인물들을 숏리스트에 올리고 심층 면접 등 검증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28일 KT에 따르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 27명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비대면 인터뷰 등을 진행했다. 약 3주간 △기업경영 전문성 △산업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 정관 상의 대표이사 후보 자격요건을 충족하는지 집중적으로 살폈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제출한 지원 서류,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평가의견 등을 반영했다.

그 결과 김영섭 전 LG CNS 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가 심층면접 후보자로 결정됐다. 

회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비대면 인터뷰 이후 위원들간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갔다"며 "최종 선정된 3인에 대한 심층면접은 다음주 중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은 LG맨 출신으로 디지털 분야에 조예가 깊은 인물이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LG CNS의 수장을 맡아 디지털 전환(DX) 분야에서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빅테크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력 제고와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김 전 사장은 LG 회장실 감사팀,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 LG CNS 경영관리부문장, LG유플러스 최고재무임자(CFO) 등을 역임, 그룹 내에서도 재무통으로 유명하다. KT는 비통신 분야 신사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어 재무 관리 역량이 보완돼야 한다.  

박윤영 전 사장은 후보 중 유일한 KT맨이다. 네트워크기술연구직으로 KT에 입사했다가 SK로 잠시 자리를 옮기기도 했지만, 다시 KT로 돌아와 사장까지 지냈다. 기업간거래(B2B)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등 KT의 먹거리 발굴에 기여했다. 회사의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성장 전략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진 셈이다. 

내부에서도 박 전 사장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KT 대표 후보에 수차례 거론됐고, 2019년에는 구 전 대표와 최종 경합을 벌였을 정도로 신망이 두텁다. 

차상균 교수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전문가다. 서울대에서 전기공학 학사와 제어계측공학 석사를 밟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과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초대 원장을 지냈다. 

학계 출신이지만 경영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다. 2000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 TIM을 창업해서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인 HANA를 개발해 주목받기도 했다. 여기에 KT와 인연도 남다르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KT의 최장수 사외이사를 역임했다. 

각 후보들은 체질 개선을 꾀하는 KT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경영 감각과 AI, DX 분야에서 역량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문제는 KT의 근간은 '통신업'인데다, KT그룹이 부동산부터 ICT까지 아우르는 거대그룹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차기 대표는 통신 서비스와 네트워크 기술, 복잡하고 광범위한 사업구조를 아우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기술쪽 지식을 가진 박 전 사장의 경우, B2B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차 교수는 KT 사외이사를 역임해 회사 사정에 밝은 편이지만 통신업 자체에 대한 전문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강점인 경영자로서의 경력도 벤처 창업 이외는 없다. 5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KT그룹을 지휘하기엔 벅찰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전 사장은 DX 분야에 이해하고 있다고 하지만, 주특기는 재무 관리다. 체질 개선 기반의 확장 전략보다는 안정적 실적 관리에 더 적합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T는 일정대로 대표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달 4일 최종 후보를 선정해 같은달 말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공성정 논란을 막고 당위성을 보여주기 위해 KT는 이미 대표 선임 기준까지 바꾼 상태다. 대표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의결기준을 의결 참여 주식의 50% 이상 찬성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상향했다. 

KT가 이번에는 무사히 대표 선임을 마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벌써 4번째 선임 절차를 밟고 있지만 지금껏 정부와 여당은 KT에 부정적이었다. 국가 기반 인프라를 담당하는 통신기업인데다, '주인없는' 소유분산기업이라는 이유로 '스튜어드십 강화'를 엄격히 요구한 것이다. 

이로 인해 KT는 지난해 연말 구현모 전 대표가 연임을 선언한 뒤 반 년 이상 리더십 공백 상태다. 구 전 대표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자진 사퇴를 결정한 데 이어 윤경림 전 사장마저 여권의 맹공 속에 물러났다. 결국 인사, 조직 개편 등 주요 경영 결정이 밀리며 디지코 2.0 전략은 표류 중이다. 

대표 선임을 둘러싼 잡음으로 조직 내 피로도 역시 상당히 누적된 만큼, KT는 더 이상의 경영 공백을 불가하다는 입장. 대표 자격에 대한 정관을 바꾸면서 '경영 전문성'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표면적으로는 신사업 추진을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객관적으로 능력이 입증된 인물을 내세워 정부와 여권의 압박을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시킬 계획을 갖고 있어 KT 대표는 '입맛에 맞는 인물'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통신시장에 대한 정부의 그림에 부합하는 인물, 무엇보다 정책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다른 통신사들을 유도할 수 있는 인물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게 '내부 카르텔' '그들만의 리그'라고 맹공했던 배경이라고 본다"며 "조직 정상화가 시급한 만큼 남은 변수는 정치권, 특히 청와대를 설득시키는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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