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민생경제 상황 및 분야별 대응 방향 발표
데이터 추가 제공…5G 중간요금제도 보다 세분화
“원료비 안정세 반영돼야“ 가공식품 가격 억제 요구
인플레에 경영 부담 증가…“정부 역할, 기업에 떠넘겨“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업계에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 안정을 위해 업계에 고통의 분담을 요구했다. 고물가 고금리 시대 서민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미 이동통신 3사는 한 달 동안 무료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다만 윤 대통령이 물가 안정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업계에서도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액션을 취헤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민생경제 분야별 대응방안에 포함된 통신·식품업계에서는 요금 감면이나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난감한 분위기가 읽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통3사는 통신 3사는 3월 한 달 동안 가입자들에게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SK텔레콤, KT는 만 19세 이상 가입자에게 30GB를, LG유플러스는 전 가입자가 사용 중인 요금제 데이터 기본량을 2배로 지급한다.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의 67%에 해당하는 3373만명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무료 데이터 제공으로 통신비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LTE와 5G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각각 7.4GB, 27GB로 집계됐다. 30GB의 데이터로는 풀HD급 고화질 영화를 30시간 가량 시청할 수 있다. 유튜브 영상은 18시간, 음악 연속 재생은 약 300시간 동안 가능하다. 이통3사의 무료 데이터 용량으로 지금껏 해왔던 활동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한 달 간 더 낮은 요금제로 갈아탄다면 가계 통신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실제 사용하는 데이터 사용량은 기본 제공량을 웃돌 수 있어서다. 무제한을 제외하고 이통3사가 제공하는 기본 데이터량은 최대로 잡아도 31GB 수준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게임, 웹툰·웹소설 등 모바일로 다양한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가입자가 늘어난 만큼, 기본 데이터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통신사 가입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동영상 시청이나 온라인 강의 수강, 게임, 금융거래 등 웬만한 활동은 스마트폰으로 해결하고 있어서 아예 100GB 이상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쓴다“며 “이미 쓰던 습관이 있어서 사용량을 당장 줄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시적 혜택을 보기 위해 요금제를 변경해야 한다는 점도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통신사 가입자 역시 “한 달 반짝 아끼자고 데이터 제공량이 적은 요금제로 갈아탔다가 다시 원래 쓰던 요금제로 변경해야 할 생각을 하면 번거롭다“면서 “일회성 혜택을 주고 생색내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게다가 요금 변경이 쉽지 않은 사용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2년 약정을 맺고 할인받거나, 인터넷·IPTV 등과 결합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정책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통신업계도 기대만큼 통신비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통신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정부의 압박에 밀려 내놓은 미봉책이고, 실제로 요금제를 변경하는 가입자는 생각처럼 많지 않을 듯 같다“며 “가입자들이 한 달 뒤 더 많은 데이터를 주는 고가 요금제로 갈아타는 그림을 이통3사가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실질적으로 통신비를 절감하기 위해 요금제를 다양화한다는 방침이다. 상반기 중 40~100GB 구간의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기로 했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일반 요금제보다 저렴하고 혜택은 많은 전용 요금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식품업계 역시 조만간 가격 억제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부는 가공식품 원료비 안정세가 소비자 가격에 조속히 반영될 수 있도록 업계와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식품원료에 대한 할당관세를 추가 적용하거나 연장하고, 콩·팥 같이 정부가 수입·공급하는 품목은 상반기 가격을 동결한다. 원가 부담을 최대한 줄여 식품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촉구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통신·식품업계에서는 정부의 방안에 대해 “국민들의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난감한 기류가 읽힌다. 윤 대통령이 물가 관리를 최우선에 두면서 더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윤 대통령은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어려운 서민 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물가 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통신비 경감과 식품가격 인상 자제를 재차 당부해왔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주문을 물리칠 명분이 크지 않다. 이통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2년 연속 4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CJ제일제당·대상·동원F&B·현대그린푸드·농심·롯데제과·SPC삼립·오뚜기 등 주요 식품기업 8개사의 매출 또한 3조원을 넘어섰다.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소극적인 설비 투자, 연쇄적인 제품 가격 인상 덕분에 호실적을 달성했다는 비판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기업에 국내 수익의 일부분을 포기하라는 요구와 다름없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원부자재 외에도 인건비, 설비투자 등 경영활동이 비용으로 산출돼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국내 경영 환경도 썩 좋지 않다. 이런 때 기업들에게 예상보다 큰 짐을 지웠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원부자재를 포함한 경영 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을 억제 또는 인하하기란 어렵다“면서 “경영 여건이 좋지 않아도 정부의 주문에 따르라고 압박한 건 일부 손해도 감수해달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정부가 풀 문제를 기업에 떠넘길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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