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요금제 전환 비율 높아진다‘며 앓는 소리

3분기에도 성장 지속…합산 영업이익 1조 돌파

체감 품질 만족도 낮지만…망투자에는 소극적

저가일주록 데이터 가격 비싸…인하 효과 미미

수요 많은 40~80GB 요금제 출시 요구 거세질 듯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5G 가입자 확보에 열중할 뿐, 요금제 세분화 같은 이용자 만족도를 제고하려는 노력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5G 가입자 확보에 열중할 뿐, 요금제 세분화 같은 이용자 만족도를 제고하려는 노력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이통3사의 걱정이 기우에 그쳤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3분기에도 합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겼다. 올해 들어 벌써 3번째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속에서도 호실적 행진이 이어진 것이다. 

이번 실적은 통신사업이 내수 비중이 높은 데다, 비통신 분야 신사업이 자리를 잡으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통3사들의 주장과 달리 5G 중간요금제가 실적 성장에 기여한 모양새다. 이에 이통3사들이 ‘제대로 된’ 5G 중간요금제를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또 증가했다. SK텔레콤은 연결 기준 매출 4조3434억원, 영업이익 465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T는 매출 매출이 6조4772억원, 영업이익은 4529억 원을 올렸고, LG유플러스는 매출 3조5011억원, 영업이익 2851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 비중이 높은 업종들의 실적이 뒷걸음질 친 데 반해 이통3사는 3분기에도 유의미한 성장을 지속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늘어서다. SK텔레콤 18.5%, KT 18.4%, LG유플러스 3% 등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이통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1조203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1조591억원)와 직전분기인 2분기(1조1672억원)와 견주어도 확실히 늘었다. 이전까지는 투자 기조가 강했던 비통신 신사업들이 본궤도에 올라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SK텔레콤은 AI컴퍼니 전환의 핵심 동력인 B2B와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게임, 금융, 미디어 산업 수요가 늘어나면서 ICT 인프라 확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전년 동기와 견주어 매출이 클라우드 90.2%, 데이터센터 31.3% 성장했고, 3분기 엔터프라이즈 사업 누적 매출도 1조원을 돌파했다. AI 서비스도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구독 사업의 상품 판매액(GMV)이 3개 분기 연속 증가해 누적액이 4100억원에 달했다. 특히 T우주 이용자가 140만명을 돌파한 것은 물론, 주 타깃층인 20~40대 이용자 비중이 늘어 장기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는 누적 사용자수가 1280만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꾀했던 KT는 B2B 사업이 고성장을 거듭했다. B2B 누적 수주액은 전년 대비 21% 성장했다. AICC 사업은 금융권에서의 디지털 전환(DX) 덕분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91.7%나 폭증했다. 기업 대상 유무선 사업 분위기도 좋았다. 국내외 대형 CP사의 트래픽량 증가, 신규 CP사 유치로 인해 기업 인터넷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기업통화 매출은 기업인터넷전화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높아진 데다, 알뜰폰(MVNO) 시장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6.8% 늘었다.

LG유플러스 역시 스마트홈과 B2B에 해당되는 기업인프라 사업이 실적에 기여했다.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TV(IPTV)를 포함한 스마트홈 사업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3.9% 증가했다. 또 기업회선 사업과 IDC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2.8% 늘어났다.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모빌리티 같은 신사업에서 수주를 늘리면서 솔루션 사업 누적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3.3% 성장했다. 

5G 가입자가 늘어나 수익 기반이 견고해지는 데 반해 이통3사들의 망 투자는 미흡한 수준이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5G 가입자가 늘어나 수익 기반이 견고해지는 데 반해 이통3사들의 망 투자는 미흡한 수준이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그러나 이통3사의 호실적 기반은 따로 있다. 5G다. 이통3사는 ‘본업’인 유무선 통신에서 안정적 수익을 올려왔다. 특히 3분기 ARPU이 높은 5G 가입자 비중이 높아졌다. SK텔레콤의 5G 가입자 수는 1247만명, 전체 핸드셋 가입자의 53%를 차지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연내 1300만명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KT는 전체 핸드셋 가입자의 57%가 5G 가입자로 796만명에 달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5G 가입자기 573만2000명으로 집계돼 전체 핸드셋 가입자의 50.2%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5G 가입자는 약 2622만9565명으로 나타났다. 

5G 가입자는 지난해 9월 말 1840만5753명에서 1년 만에 42% 늘었다. 5G 전환이 빠르게 진전된 셈이다. 가격 대비 5G 체감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에 증가율 자체는 둔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5G 증가율은 2%대에 머무른다. 이런 가운데 5G 중간요금제가 LTE에서 5G로 갈아탈 ‘동기’가 됐다. 실제 이통3사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5G 가입자 증가의 요인으로 ‘선택권 강화’를 꼽았다. 이용자들의 요금 부담을 낮춘 새 요금제 출시가 5G 가입자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김영진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존 5G 고가요금제 가입자가 중간요금제로 전향할 수 있지만, LTE 가입자의 5G 전향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통3사들의 주장과는 정반대 결과다. 그동안 이통3사는 5G 중간요금제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5G망 투자가 이전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하는 상황인데,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면 무제한 요금을 쓰던 5G 가입자들이 더 낮은 요금제로 갈아탄다는 이유에서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 7월 중간요금제에 대해 “재무적으로 큰 압박을 받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이통3사의 5G 품질은 합격점을 주기 어려운 수준이다. ‘진짜 5G’로 불리는 28㎓는 지난 5월 기준 5059곳에 불과하다. LG유플러스(1868대), SK텔레콤(1605대), KT(1586대) 등 이통3사의 평균 의무이행률은 11.24%에 그친다. 이마저도 절반 이상은 이통3사가 ‘공동’으로 구축한 기지국이다. 

28㎓는 넓은 대역폭을 활용하는 만큼 응답 지연속도가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초고속·초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의 영향이 많이 받아 3.5㎓보다 더 촘촘하게 망이 구축돼야 한다. 하지만 이통3사는 주파수 할당 취소를 피하려 의무 구축량(1만5000개)의 10%를 넘길 정도로만 투자하는 ‘꼼수’를 부렸다. 

전국망 구축에 쓰이는 3.5㎓ 대역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통3사는 의무 구축의 3배에 달하는 기지국을 구축했지만, 이마저도 지역적 편중이 심하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시도별 5G 3.5㎓ 기지국 구축현황을 분석했더니, 전체의 44%가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몰려 있었다. 심지어 경북·강원·전남은 5G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통3사가 ‘LTE보다 20배 빠르다’며 5G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렸을 뿐, 체감 품질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품질 만족도가 낮다면 요금 부담이라도 낮춰야 하지만, 이 또한 ‘시늉’에 그쳤다. 중간요금제를 포함해 가격이 쌀수록 실질적으로는 이용자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단가만 비교했을 경우, 가장 저렴한 요금제의 1GB의 가격이 110GB 요금제에 비해 최대 9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목적에 부합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이통3사가 내놓은 중간요금제는 구조적으로 110GB 이상을 선택하도록 설계됐다는 지적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5G 중간요금제의 무료 데이터 제공량이 적어 파급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SK텔레콤 24GB, KT 30GB, LG유플러스 31GB 등 기본 데이터량이 30GB 안팎에 불과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시청부터 전자제품 작동, 게임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하는 추세고, 특히 연령대가 낮을수록 모바일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30GB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30~110GB 사이 요금제를 만들지 않은 건 고가의 요금제를 선택하게끔 유도한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확실한’ 중간요금제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시민활동가는 데일리임팩트에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40GB~80GB 사이 요금제가 필요하다“며 “국내 이통사들은 소비자 편의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3분기 중간요금제가 형식적이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에 가계통신비 지출 부담을 출이고 가입자 선택권이 정말 보장되는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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