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따른 수요 부진에 '분양가 인상-미분양-건설사 타격' 악순환
올해도 부동산 암울…"규제완화 무의미, 가성비 주택 쏠림 심화 전망"

국내 한 건설 현장 모습.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 이미지투데이
국내 한 건설 현장 모습.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지호 기자] 지난 2022년부터 본격화된 고금리 기조에 따른 부동산 시장 경색과 혼란이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원자재값 인상 등 외부변수에 취약해지고 있는 것.

원가 상승분이 분양가에 반영되는 현상은 2021년까지 이어졌던 집값 상승 시절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현재 같은 매수자 우위 거래절벽 시장에서는 치명적이다.

분양가가 오르면 수요자나 정비사업 조합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대규모 미분양을 초래할 수 있다. 분양이 원활하지 못하면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서울 서초구 신반포4지구 재건축 단지(신반포 메이플자이)의 공사비용을 9352억원에서 1조1332억원으로 증액했다. 공사기간도 37개월에서 42개월로 연장됐고 준공 예정일까지 2025년 4월로 미뤄졌다.

신반포4지구 재건축 사업은 지난해 11월부터 공사비 4700억원 증액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가 줄다리기를 하다 3개월만에 1980억원 증액된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조합은 공사비 증액이 곧 분담금 확대로 이어지는 만큼 건설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데일리임팩트에 “재건축 현장 계약서에는 ‘착공 이후 원자재값 인상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며 “계약대로 이행하라는 조합과 공사비 증액 없이는 경영이 어려운 시공사의 입장이 갈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충남 아산탕정 산업단지내 아파트 공사비를 2789억원에서 3416억원으로 증액했다. 공사 기간도 3개월 늘어난다.

이는 철근 및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공사비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148.70으로 나타났다. 2021년과 비교하면 7.2%, 2020년과 비교해서는 23.6%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자재 및 노무 등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에 대한 물가 변동을 추정하기 위해 작성되는 통계 자료다.

문제는 관련 사례가 GS건설이나 대우건설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건설협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건설사 애로상황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PF사업장 231곳 중 32곳(13.9%)은 사업이 지연되거나 아예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연 및 중단 사유는 원자재값 급등에 따른 자재 수급 차질 및 분양가 인상으로 인한 조합과의 갈등, 건설사들의 PF 조달 실패 등이다.

공급자인 건설사들은 수요자들이 불편해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 해도 분양가 동결 등의 결정이 어렵다. 국내 주택분양업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사업구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주택 사업의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은 부동산 시장 경기가 나쁘다고 해서 다른 사업에 발을 들일 수 없다”라며 “GS건설만 해도 매출액 13조원 중 약 10조원이 주택사업에서 발생한다. 결국 어렵더라도 옥석 가리기를 통해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건설사도 손해를 볼 수 없기에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현재는 고금리에 따른 집값 추가하락 기대감이 만연된 상황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고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1월 13일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3.50%로 인상했다. 한은은 이미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일곱 차례 인상한 바 있다. 이는 곧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및 이자 부담 증가를 의미한다.

여기에 분양가까지 오르면 수요자들은 주택 거래를 더욱 꺼릴 수밖에 없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 팀장은 데일리임팩트에 “일반적으로 정비사업 조합은 공사비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를 일반분양 수익금으로 상쇄하고 싶겠지만 분양가가 높으면 미분양 가능성이 높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연초부터 정부의 규제 완화로 집값 낙폭이 줄고 있지만 금리인상과 경기 위축 우려로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좋은 입지 대비 가격이 저렴한 곳에 몰리는 가성비 주택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