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침체우려 이어져 IPO 시장 전망 보수적
투자심리 위축 및 상장 계획 변경에 불확실성↑

한국거래소 여의도 사옥. 사진. 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여의도 사옥. 사진. 한국거래소.

[데일리임팩트 이상현 기자] 한주라이트메탈과 티이엠씨의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문이 활짝 열린 가운데, 지난해 주식시장 불황의 여파로 촉발된 IPO 시장 침체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IPO에 도전장을 던질 기업 수는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모금액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소위 '대어급'으로 분류되는 IPO 기업들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상장 자체를 미루거나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올해 IPO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주라이트메탈과 티이엠씨의 수요예측 결과 공개를 시작으로 계묘년 IPO시장의 문이 열린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IPO시장의 부진한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희망가 상단에 공모가를 확정한 한주라이트메탈과 달리 티이엠씨는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 공모가가 희망금액의 하단을 밑돌며 냉각국면이 예상되는 올해 IPO시장의 분위기를 연초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IPO시장의 전망을 지난해의 침체 우려와 함께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공모금액이 지난 해 대비 절반 정도로 예측되는 데다 규모가 큰 IPO 기업들이 공모가 시장 위축 우려에 상장 계획을 변경하는 등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IPO 기업 수는 역대 연간 평균인 116개보다 높은 130~140개가량이 예상된다. 그 이유는 최근 기술특례 상장 기업의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고 코넥스 기업 상장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코넥스 시장 IPO 예상기업은 약 10~15개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2023년 IPO 공모금액은 역대 평균인 4조8000억원보다 높고 최근 5개년간 평균인 10조원보다 낮은 약 7조5000억~10조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기준 공모액인 16조1010억원대형주들인 코스피 종목 공모금액은 변동폭이 커 약 5조원~7조5000억원, 코스닥 공모금액은 과거 평균 구간인 2조5000억원~3조5000억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계열사들이나 인지도가 높은 기업들이 공모가에 만족하지 못해 일정을 연기하거나 상장을 철회하는 등 불확실성을 키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IPO를 추진하다 철회 공시를 낸 기업은 13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이 각종 외적인 변수에 의해 부진했고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추진 기업들이 시기를 조정하기 위해 공모 철회를 선택한 것이다.

새벽배송업체 '컬리'가 지난 4일 상장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사진. 컬리.
새벽배송업체 '컬리'가 지난 4일 상장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사진. 컬리.

실제로, 올해 IPO 대어로 기대를 모아왔던 기업 중 일부는, 상장 일정을 미루거나 철회하는 결정을 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3일 상장 계획을 철회했고 컬리는 지난 4일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2017년 상장 전 지분투자인 프리IPO 유치 당시 2조5000억원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아 조 단위 IPO 대어로 업계 관심을 끌었지만, 최근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상장을 조건으로 주식을 인수하는 지분투자 계약을 종료하고 지분을 도로 사들이며 IPO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컬리의 경우, 지난해 8월 2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며 지난 2021년 프리 IPO에서 기업가치를 4조원 수준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다만 최근 비상장 시장에서 컬리의 몸값은 1조원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에서 최근 거래된 컬리의 장외 주식 기준가는 2만3500원으로, 이를 고려한 기업가치는 9034억원이다. 지난해 8월 거래가인 5만6000원에 비해서도 절반인 수준이다.

여기에 영업적자 폭도 2020년 1163억원에서 2021년 2177억원으로 확대된 상황인 만큼 컬리는 몸값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에 상장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올해 IPO 대어 중 케이뱅크와 오아시스의 연내 상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작년부터 공모주 투자자들의 이탈과 IPO 기업들의 상장 일정 변경이 있었던 만큼 상장에 성공할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IPO 추진기업의 상장 계획이 조정돼 공모금액의 변동폭도 커질 것”이라며 “시장 회복을 기대하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대어급 IPO 기업의 상장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 익명의 투자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공모주로 손실을 본 기관이 많아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라며 “증시의 회복이 없다면 IPO 시장의 침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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