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약세에 공모 절차 없는 스팩 수요 증가
투자금 부족해 상장연기되는 등 올해 약세 전망

여의도 증권가. 사진. 픽사베이.
여의도 증권가. 사진. 픽사베이.

[데일리임팩트 이상현 기자] 지난 2022년부터 이어져온 기업공개(IPO) 시장 불황에 증권사 및 예비상장사들의 관심이 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에 쏠리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스팩 상장이 늘어나도 금리 인상 기조 지속으로 올해는 전년 대비 투자매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IPO시장 공모기업 수는 전년 대비(94개) 22.4%가량 줄어든 73곳으로 집계됐다.

총공모금액은 16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20조8000억원) 21.26% 하락했다.

이 같은 IPO시장 약세는 국내 증시의 침체와 연관이 깊다. 기관투자자들의 IPO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돼 공모가가 수요예측 단계에서 예상밴드보다 하회하는 경우가 늘어 IPO 일정을 연기하거나 공모를 철회하는 기업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등의 ‘대어’급 기업들을 포함한 13개 기업이 IPO 공모를 철회한 바 있다.

여기에 올해 초 상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현대삼호중공업과 마켓컬리가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다.

반면 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은 같은 시기 증권사와 비상장사들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스팩 합병의 경우 IPO에 비해 공모 절차가 수반되지 않는다. 더욱이 스팩 소멸합병 도입으로 기업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상장 수요는 증가했다.

스팩 소멸합병은 합병 시 기존의 비상장기업이 존속법인으로 그대로 유지되고 스팩이 소멸되며 합병되는 형식으로 과거 존속합병의 단점인 경영상 복잡한 절차가 생략되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스팩시장의 공모건수는 45건으로 전년 대비(25건) 80%가량 늘었다. 총공모금액은 4828억원으로 전년 대비(3346억8500만원) 44.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증권사들도 스팩 상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하나증권,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이 스팩을 각각 5개씩 상장시켰다. 이밖에 유안타증권이 4개, 대신증권이 3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2개, DB금융투자가 1개를 상장시키는 등 스팩 포트폴리오를 늘려 시장의 경험치를 쌓거나, 소수의 스팩 공개로 시장의 이목을 끄는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하나증권 사옥. 사진.하나증권
하나증권 사옥. 사진.하나증권

하나증권의 경우 지난해 하나금융스팩22호스팩을 시작으로 26호스팩까지 5개의 스팩을 증시에 상장시키며 공모액이 약 850억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NH스팩23호부터 27호까지 5개 스팩을 상장시켜 539억원의 공모액이 집계됐다.

이에 비해 삼성증권은 소수의 스팩을 통해 시장의 이목을 사는 방식을 택했다. 삼성스팩6호는 상장 첫날 공모가의 두배로 시초가가 형성되고 상한가까지 주가가 오르는 따상을 기록했고, 공모가가 1만원에 달했던 삼성스팩7호의 시초가도 상장 첫날 최대 공모가 대비 80%까지 올랐다.

다만, 금리 인상폭이 가파른 만큼 지난해만큼 스팩 시장 전망이 좋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이는 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5%대까지 상승해 비상장사와의 합병이 어려워 투자 매력이 낮아진 것과 연관이 깊다.

유경하 DB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3분기 이전까지는 IPO시장의 약세와 함께 스팩 시장이 활발했지만 4분기부터 금리인상으로 투자금이 모이지 않아 상장연기가 발생하는 등 스팩 시장의 상황이 좋지는 않다”며 “다만, 초소형 공모주나 기업 가치 제고에 있어 수요예측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의 경우, 스팩이 IPO시장보다 유리한 점은 아직까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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