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서 연임 적격 판정에도…“복수 후보와 경선“ 제안

국민연금 ‘지배구조‘ 우려 의식한 듯…추가 심사 진행키로

구현모 KT 대표가 AI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이후 성과와 향후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KT.
구현모 KT 대표가 AI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한 이후 성과와 향후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KT.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구현모 KT대표가 ‘현직 프리미엄‘을 내려놨다.

연임 적격 판단에도 불구하고, 외부 인사를 포함한 복수의 후보들과 KT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놓고 경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KT는 조만간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KT의 수장은 정치적 외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투명한 지배구조‘를 이유로 CEO 후보 적격심사가 엄격히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는 구현모 대표를 겨냥했다는 해석이다. 이에 경선을 통해 CEO로서 역량을 입증받아 공정성 논란을 없애겠다는 게 구 대표의 의중이 읽힌다. 

13일 KT이사회에 따르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구 대표가 차기 대표로 적격하다는 심사 결과를 보고 받았다. 

앞서 KT는 지난달 8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대표 우선심사 대상으로 구 대표를 선정했다. 이후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구성하고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해왔다.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구 대표의 경력·학위 같은 인적 사항부터 경영실적, CEO로서의 능력, 정보통신 분야 전문성을 심사한 결과, ‘KT의 CEO직을 수행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구 대표는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가능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여 이달 중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KT 정관에 의하면, 구 대표가 CEO직을 다시 수행하기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내려지거나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지 못했을 때만,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해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구 대표 스스로 현직 프리미엄을 내려놓은 셈이다. 

통신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정치적 외압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정략적 판단으로 해석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KT의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너기업인 다른 대기업과 달리 KT는 정치적 외풍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이 참에 당위성을 인정 받아 신사업 추진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10.35%)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스튜어드십코드가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3월 쪼개기 후원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박종욱 전 KT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당시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라며 반대표를 던졌다. 구 대표도 박 전 사장과 같은 혐의로 벌금 15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때문에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들어 연임 반대표를 던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통신업계의 시각이었다. 

특히 국민연금은 투자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때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대표 9인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찬반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경영 성과가 좋다해도 판단의 일관성을 중시하는 수탁위가 구 대표의 연임에 부정적 태도를 취할 공산이 농후하다. 

김태현 이사장은 이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회장 등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고착화하고 후계자를 양성하지 않는다든지 소유분산기업이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과 연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 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다“며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소유분산기업은 여러 기업이 투자자로 지분을 나눠갖는 형태의 기업을 의미한다. KT,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때문에 김 이사장의 발언은 구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구 대표가 경합을 제안한 것은 주총 전에 국민연금이 제기할 수 있는 문제를 해소함으로써 외압 개입 여지를 없애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디지코 전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구 대표는 정통 KT맨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끌어냈다. KT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9년 1조1596억원에서 지난해 1조6718억원으로 44.2% 증가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반의 B2B 사업과 콘텐츠·광고·커머스 사업이 순항하면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이 연결(1조5387억원)과 별도(1조570억원) 모두 1조원을 돌파했다. 

구 대표를 향한 대대외의 시선도 우호적이다. 전체 조합원의 99%가 속한 KT 노조는 구 대표의 연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한은행(5.58%), 현대차(4.69%), 현대모비스(3.10%) 등 KT의 혈맹도 강화되고 있다. 구 대표의 성장 전략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구 대표 또한 연임 의지를 공공연히 피력하고 있다. 그는 “KT가 단순한 통신사가 아니라 통신에 기반해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전 세계 통신사가 따라해야 할 롤모델을 만들고 있다는 게 해외 주주들의 평가“라면서 “이런 변화가 2~3년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구조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사업자로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속가능성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연임을 생각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단 KT 이사회는 향후 절차 등을 놓고 논의할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으며 이사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사회는 규정에 따라 대표이사 후보군 명단을 만든 뒤 심사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KT와 계열사에 재직한 지 2년이 넘은 부사장 이상의 경영진이 후보군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추전을 받은 외부 인사를 포함될 수도 있다. 

다만 주총 3개월 전에는 최종 후보를 추려야 하는 만큼, 연내 후보 선정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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