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상생' 시즌2 재원 속속 공개
올해 조직 화두는 '상생금융 강화'
'상생경쟁' 주도권잡기 경쟁 치열할 듯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 경쟁 구도에서 상생금융이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달 공개된 ‘상생금융 시즌2’ 시행이 속도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지난 연말 조직개편 과정에서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일제히 상생금융 강화를 목적으로 한 부서 신설 및 확대 조치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당국이 은행권에 대한 상생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우세한 가운데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당국과 정치권의 전방위적인 상생압박 등 사회적 책임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또한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지난 1~2년간 이어진 역대급 실적 행진이 빠르면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꺾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상생압박이 다소 누그러질 것이란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온다.

금융지주사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 /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지주사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 / 사진=금융위원회

‘속도전 돌입’ 상생금융

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공개된 상생금융 추가 방안과 관련한 후속 조치가 속속 시행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상생금융에 투입할 재원 규모를 공개하거나, 은행별로 당국 주도의 상생금융안을 넘어서 자체적인 상생 방안을 추가 공개하는 방식이다.

물론 은행업권에서는 지난달 상생금융 방안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소위 ‘속도감 있는 시행’을 강조한 바 있다. 당장 올해 1분기가 마무리되는 오는 3월 말까지 최대한 상생방안을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상생금융 방안에 더해 추가적인 자체 안을 공개하거나, 상생금융 관련 전담 부서를 신설 또는 확대 개편하는 등 상생의지 피력을 위한 조치에도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속속 상생금융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재원 규모 등을 공개하고 있다.

당장 신한은행은 2일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총 3067억원의 민생금융 지원(이자캐시백)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20일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고객(부동산임대업 제외)을 대상으로 대출금 2억원 한도로 금리 4% 초과분에 대해 1년간 이자 납부액의 90%까지 최대 300만원 캐시백을 지원한다. 1월 중 대상자를 선정해 고객안내를 완료하고 3월까지 캐시백을 신속하게 지원할 예정이다.

앞서 NH농협은행은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이번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상생금융에 총 2148억원의 재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은행권이 시행하는 이자캐시백 조치에 1885억원의 재원을 투입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오는 2월초부터 지원을 시작해 3월까지 캐시백 조치가 완료될 수 있도록 전산프로그램을 정비 중”이라며 “이와 함께 캐시백 과정에서 보이스피싱에 악용되지 않도록 예방 활동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여타 시중은행들 또한 이미 내부적으로 이자캐시백 지원에 투입될 재원을 확정하고, 추가적인 자율 지원 방안도 빠르면 이번 주 중 공개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이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3600억~3700억원 수준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고, 하나은행은 3500억원 가량 재원을 투입할 것으로 추산된다.

'상생금융 간담회'에 함께 하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왼쪽). / 사진=신한은행.
'상생금융 간담회'에 함께 하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왼쪽). / 사진=신한은행.

상생조직 강화 나선 은행권

특히 이번 상생금융 조치 못지않게 더욱 눈길을 끄는 건 각 은행, 나아가 지주사별로 ‘상생’에 방점을 찍은 연말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대부분 상생금융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거나, 기존 부서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기존에 운영 중인 ESG본부를 ‘ESG상생본부’로 확대개편했다. 단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금융소비자를 아우르는 상생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다.

신한은행도 기존 상생금융기획실과 사회공헌부를 통합한 ‘상생금융부’를 신설하고 조직 내 입지도 한 단계 격상시켰다. 특히 상생금융부는 지주사 차원의 상생금융 활동까지 아우르는 일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되는 데 향후 중장기적 관점의 사회공헌활동도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하나금융지주 역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청년 등 취약계층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존 그룹ESG부문 산하에 ‘상생금융지원 전담팀’을 신설한다. 특히 핵심계열사인 하나은행도 기업그룹 내 ‘상생금융센터’를 신설, 상생금융 시행을 위한 역할을 맡겼다.

이미 상생금융 관련 부서를 운영하고 있던 우리금융은 지난해 11월 우리은행 내에 발족한 ‘상생금융TF’를 활용해 상생금융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은행업계에서는 이러한 상생금융 전담 부서 신설이 정부 기조에 부합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사회공헌 성격의 금융지원을 전담해 온 관련 부서만으로는 정부와 금융당국 중심의 상생금융 방안에 신속하게 대응하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큰 틀에서 이자캐시백 규모 및 지원 대상은 확정됐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 발생가능한 여러 가지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부서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현재 소상공인‧자영업자에 한정된 당국 발 상생금융이 다른 차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상생금융 관련 조직 신설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지난 연말 금감원이 상생금융팀을 신설했는데, 사실상 은행권에 상생금융 관련 조직 강화를 요구하는 시그널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조직개편 과정에서도 당국의 기조를 사실상 따라간 셈”이라고 언급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 사진=은행연합회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 사진=은행연합회

상생기조 장기화는 어려울 듯

은행업계는 이같은 상생 압박이 적어도 1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는 분위기다. 특히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은행권의 ‘상생금융’이 표심을 얻기 위한 이슈로 이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럴 경우, 여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상생금융 논의가 현실화 될 여지도 남아있다는 것이 은행권 일각의 목소리다.

다만 또 다른 은행권에서는 고금리 둔화,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가계부채 관리 기조의 여파로 올해 실적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지금과 같은 상생압박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장, 이번 금융당국 발 상생금융 조치에 투입되는 2000억~3000억원의 비용은 빠르면 지난해 연간, 늦어도 올해 1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기존 전망치 대비 최대 8%가량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온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은행권 당기순이익은 19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순이자마진(NIM)과 대출성장률 모두 전년 대비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반적인 수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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