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올 당기순익 20조 넘어 '역대급'
"종노릇-독과점" 거친 관치가 '옥의 티'

[편집자주] 올해 금융권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했다. 당국의 전방위적 상생압박과 관치(官治)는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다. 금융업권도 횡령‧배임을 포함한 연이은 금융사고로 내부통제 이슈에 휩싸이며 화를 자초했다. 여기에 보험‧카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고금리와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지 못한 채, 업권별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 한국금융을 4회 시리즈로 돌아본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20조, 그리고 50조.’

올해 국내 은행업권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연간 당기순이익, 그리고 연간 이자익 수준이다. 상반기 주춤했던 가계대출 증가세, 그리고 건전성 관리를 위한 각종 조치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올해도 여지없이 분기와 반기, 그리고 연간 기준 역대급 기록을 꾸준히 경신해왔다.

상생노력도 그 어느때보다 확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금융당국의 상생압박이 거센 탓도 있었지만, 이보다 앞서 선제적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 청년층 등 취약계층 대상의 금융지원을 이어가며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단연 눈에 띄는 한 해를 보냈다.

다만 지난해 금융지주 및 은행권을 괴롭힌 내부통제 이슈는 올해도 피해가지 못했다. 외화 이상송금, 고객 정보 무단 활용, 내부 횡령 등 금융사고가 1년 내내 이어졌고 최근에는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논란으로 다소 잠잠해지는 듯했던 ‘불완전판매’ 이슈가 재조명받기도 했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올해도 은행권 “장사 잘했네”

실제로 올해 국내 은행권의 실적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또 한 번 ‘역대급 기록’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아직 4분기 실적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 연간 실적이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시중·지방·인터넷·특수은행)의 지난 3분기까지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9조5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누적 당기순익(14조1000억원) 대비 38%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자 이익 또한 당기순익 못지 않은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 은행권의 지난 3분기 누적 이자익은 44조2000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지금의 추세라면 올해 연간 기준 이자익 합계는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6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이 같은 실적 성장세는 은행을 포함해 국내 금융권을 사실상 지탱하고 있는 주요 금융지주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비록 비은행 부문에서 실적 흐름이 엇갈리긴 했지만, 대부분의 은행 계열사가 고른 실적 성장세를 기록하며 금융지주사 전반의 실적 개선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프엔가이드, 주요 증권사 리포트를 종합해 보면 올해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연간 순익 합계는 약 18조50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실적(약 16조원)을 2조원 가량 넘어선 역대 최대 실적 이다.

특히 이같은 수치가 역대급 수준으로 적립한 충당금에도 불구하고 달성한 실적 기록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지난 3분기 기준 5대 금융지주가 적립한 누적 충당금은 6조8900여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8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다만 이러한 실적 개선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그간 은행권을 중심으로 공들여온 ‘비이자이익’ 부문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국내 은행권 비이자익은 약 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약 1조7000억원)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채권,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의 약화가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견고한 이자익을 기반으로 그 어느 때보다 비이자부문 경쟁력 강화의 적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일 수밖에 없다.

‘금융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이복현 금감원장. / 사진=금감원.
‘금융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이복현 금감원장. / 사진=금감원.

벗어나지 못한 ‘내부통제 늪’

올해 은행권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단어는 바로 ‘내부통제’다. 지난해 시중은행 내 임직원의 횡령 사건으로 촉발된 내부통제 이슈는 해를 건너 올해도 지속됐다.

특히 은행권과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내부통제 관리‧감독 강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금융사고가 속속 발생, 금융권이 일 년 내내 곤혹을 치렀다.

특히 지난 상반기 다소 잠잠했던 은행권 내 금융사고가 다시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낸 지난 8월은 내부통제 이슈의 정점을 찍은 시기로 꼽힌다.

올해 8월 초 BNK경남은행의 간부급 직원이 무려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이후 불과 일주일 후에는 KB국민은행 증권대행 부서 직원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127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발견됐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이어 KB국민은행 사고가 드러나고 이틀 뒤엔 직원 수십명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1000여개의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개설한 혐의로 DGB대구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긴급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거쳐 마련한 개선방안에 대해 은행지주회장들과 논의하고 있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 사진=금융위원회.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거쳐 마련한 개선방안에 대해 은행지주회장들과 논의하고 있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 사진=금융위원회.

문제는 이처럼 연이어 터진 내부통제 이슈가 가뜩이나 금융권을 옥죄고 있는 금융당국 발 ‘관치 압박’을 더욱 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 속,역대급 이자익에 따른 소위 ‘이자장사’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이같은 각종 금융사고는 은행권 스스로 동네북을 자초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내부통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소 잠잠해지는 듯했던 내부통제 이슈가 최근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촉발된 홍콩H지수 ELS상품 사태로 재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를 과거 사모펀드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은행권의 ‘불완전판매’로 규정하면서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 또는 경영진에 대한 제재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밖에 금융사고의 책임소재를 명문화하는 ‘책무구조도’ 도입도 내년 하반기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은행권의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내년 시행 예정인 상생금융 시즌2 방안이 금융당국이 지속하는 상생압박의 끝이 아닐 가능성도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기인 만큼 사회공헌 등의 확대도 은행권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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