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 연이은 강공에 해결책 요원, 600조 정책금융 ‘흔들’

3고에 경제위기에 역할 축소 위험론 대두…리스크 안정화 필요

지난 16일 진행된 금융노조 총파업 현장. 사진. 금융노조.
지난 16일 진행된 금융노조 총파업 현장. 사진. 금융노조.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고금리‧고환율 등의 불안정성의 지속으로 인한 불황의 늪이 깊어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국책은행이 각종 리스크를 양산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초부터 지속된 본점 이전 논란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6년여 만의 금융노조 총파업을 사실상 주도했다. 최근에는 국책은행의 주요 거래처를 시중은행으로 이관한다는 ‘新 관치’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불확실성 속에서 이처럼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터지고 있는 각종 논란이 국내 금융시장 전반의 중심을 흔드는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그러면서 각종 논란을 발 빠르게 해소하고 안정을 찾아야 향후 금융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반의 안정을 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 연초부터 시작된 국내 3대 국책은행(IBK기업‧KDB산업‧수출입)을 중심으로 한 각종 이슈가 지속되면서 금융 및 경제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3대 국책은행의 역할과 임무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3대 국책은행(IBK기업은행‧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대출‧보증‧보험‧투자액 등 총공급 잔액은 594조8000억원에 달한다. 기업은행이 262조1000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 보였고 KDB산업은행(224조5000), 수출입은행(108조2000억원)이 뒤를 이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020년부터 2년간 이들 3대 국책은행이 시장에 공급한 자금만 78조원에 이른다. 전체 공급 잔액의 약 13%가 지난 2년 새 몰린 셈이다. 특히 여전히 경기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들 3대 은행의 지원 대상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수출기업, 혁신기업, 투자기업 등의 어려움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정부 기관으로서 역할을 담당해야 할 이러한 국책은행들이 연초부터 불거진 부정적 이슈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지난 9월 초 한국산업은행 직원들이 본점에서 지방이전 저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금융노조.
지난 9월 초 한국산업은행 직원들이 본점에서 지방이전 저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금융노조.

본점 이전 이슈에 ‘강 대 강 대치’

가장 핵심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으로 촉발된 국책은행 본점의 지방 이전 이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을 비롯한 주요 국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당시 언급한 국책은행은 산업은행을 포함해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KIC), 수협중앙회 등이다.

국책은행 내부에서는 지방 이전을 결사반대한다는 움직임이 거세다. 특히 본점의 지방 이전 이슈의 중심에 선 산업은행은 노조를 중심으로 지방 이전 불가 방침을 확고히 하며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정부·여당과 강석훈 산은 회장을 필두로 한 경영진은 ‘공약 이행’을 강조하며 부산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최근에도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본점의 부산 이전은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나온 이후, 국정과제로까지 선정된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국정과제로 선정된 사안이기 때문에, 국정과제(부산 이전)를 잘 수행하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부산 이전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국책은행 본점의 지방 이전 논란이 산업은행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일리임팩트가 국회 입법예고 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이번 국회에서 발의된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관련 법안은 총 7건이다.

현재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송기헌 의원은 국책은행의 본점을 서울에만 둬야 한다는 국책은행 관련법 규정을 삭제하거나 정관에 따라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대구 달서구를 지역구로 둔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기업은행 본점을 현 서울에서 대구로 바꾸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양측이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환경에선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실상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에서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사진. 금융노조.
사진. 금융노조.

국책은행이 주도한 6년 만의 총파업

최근 불거진 금융권의 총파업에서도 국책은행의 책임론이 제기된다. 6년 만에 진행된 금융권의 총파업이 사실상 국책은행 중심으로 촉발돼 진행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지난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에 총파업에 나섰다. 하지만 노조가 사측에 요구한 △주 4.5일제 시행 △임금피크제 개선 △임금 5% 이상 인상 등이 큰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서 파업 참여율은 극히 낮았다.

실제로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 파업 참여율은 9.4%에 불과했다. 금융노조 전체 대비로도 13.6%에 그치며 낮은 참여율을 보였다. 5대 시중은행의 참여율은 0.8%에 그쳤다.

그런 가운데 국책은행은 유독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KDB산업은행에서는 전체 노조원의 약 76%(160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IBK기업은행 또한 전체 노조원의 절반 수준인 약 4600명(48%)이 파업에 동참했다.

금감원 추산 이번 총파업 참여자 수가 9800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번 파업이 금융권 총파업이 아닌 ‘국책은행 파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사실상 이번 파업은 본점의 지방 이전을 막으려는 국책은행 노조가 사실상 주도 것”이라며 “노조 가입자의 참여가 사실상 강제되는 국책은행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이같은 높은 참여율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금융노조는 오는 30일 두 번째 총파업을 예고했다. 특히 데일리임팩트의 취재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지난 19일부터 전국 영업점에서 △시간 외 근무 거부 ▲중식 시간 동시 사용 ▲전 조합원 리본·배지 착용 ▲출근 전 1인 시위 계속 진행 등 단체행동에도 돌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최준우 주택금융공사 사장, 김태현 예금보험공사 사장, 윤희성 수출입은행 행장, 윤종원 기업은행 행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권남주 자산관리공사 사장,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한 (왼쪽부터)최준우 주택금융공사 사장, 김태현 예금보험공사 사장, 윤희성 수출입은행 행장, 윤종원 기업은행 행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권남주 자산관리공사 사장,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新 관치금융’ 논란도 대두

여기에 최근에는 국책은행의 알짜 거래처를 시중은행으로 이관하겠다는 논의 내용이 담긴 문서가 공개되며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현재 국책은행은 삼성, LG, SK 등을 포함한 주요 대기업에 대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출 규모도 클뿐더러, 이자 상환에도 문제가 없어 알짜 거래처로 분류된다. 논란이 된 부분은 이러한 알짜 거래처와 여신을 ‘국책은행의 민간 위탁공급 확대’의 명목으로 시중은행에 이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책은행 노조는 이에 대해 “대다수 시중은행은 외국인 지분이 절반 이상”이라며 “이관이 현실화할 경우 이익 대부분은 배당을 통해 결국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관받을 시중은행을 금융위가 직접 선정하는 부문에 대해서도 “금융과 공공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혁신이라는 이름의 ‘신(新)관치금융’을 펼친다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본점 이전 이슈에 총파업, 관치금융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국책은행의 혼란이 당분간 멈추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국책은행이 중심이 된 정책금융 운용 및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혼란은 더 큰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린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융위기가 지속될수록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국책은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라며 “발 빠른 정상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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