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금융위‧금감원‧국책은행 수장 인사…하마평만 ‘무성’

검찰-관료 출신 후보군 거론, 업계는 “능력 위주 인사 해야”

윤석열 대통령.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 및 전략을 담당할 주요 금융당국과 국책은행 인사가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윤정부 출범 이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굵직한 내각 인선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KDB산업은행 등 굵직한 금융기관 수장 인사는 여전히 하마평만 무성한 상황이다.

임기를 2년 이상 남긴 주요 수장들이 사임 쪽으로 거취를 정하면서 정권교체기에 큰 폭의 인사 태풍이 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태풍의 발원조차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각종 금융권 내 횡령 사고 등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인 만큼 하염없이 길어지는 금융당국 수장의 공백이 더 큰 문제를 야기 시킬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보름여가 지난 가운데, 금융정책의 핵심 컨트롤타워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그리고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일부 국책은행 수장 인선이 지연되고 있다.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주요 기관들의 수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그 여파가 금융권 전체로 퍼지는 모습이다.

현재 사의를 표명한 수장은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감원장,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감원장은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일단 수장으로서의 업무는 지속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지난 9일 이임식을 갖고 퇴임했다. 아직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탓에 지금은 최대현 수석부행장이 회장 직무대행 역할을 맡고 있다.

사실 이들 기관의 수장 교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통상적으로 정권이 교체되면 전 정권에서 임명된 주요 기관의 수장들은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레 물러나는 방식을 택해왔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공동취재사진
한덕수 국무총리. 공동취재사진

물론 일부 기관장들이 정권 교체 후에도 임기를 채우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 역시도 6개월 미만의 짧은 임기를 남겨둔 수장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단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덕수 국무총리 결의안이 진통 속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 체제가 들어선 만큼 금명 내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장과 산업은행장의 경우, 역시 금융위원회 위원장 취임 후 선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자리 모두 금융위 의결 후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선임되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주요 기관의 수장 공백이 길어질수록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라며 “다소 늦어진 국무총리 인선, 그리고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감안해 지선이 끝난 이후 인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왼쪽)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신년회동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 금융감독원
새 정부 출범 이후 나란히 사의를 표명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왼쪽)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사진. 금융감독원

‘안갯 속’ 금융 컨트롤타워 수장 인사

일단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후보군에는 여러 전문가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우선 금융위원장에는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행정고시 25회 출신인 김 회장은 재무부를 거쳐 아시아개발은행, 재정경제원, 증권선물위원회 등에 몸담은 경력을 가진 경제 전문가다.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예금보험공사 사장, 2016년부터 3년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를 거쳐 2019년 여신금융협회장에 취임해 업계 전반의 현안을 두루 경험한 바 있다.

특히 김주현 회장이 누구보다 금융위원회와 오랜 스킨십을 유지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김주현 회장은 지난 2009년부터 3년여간 금융위 사무처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 몸담고 있는 여신금융협회 역시 카드‧보험 등 여신 부문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이기도 하다.

반면, 차기 금융감독원장 후보군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금융위원장직에 비해 하마평이 무성하다. 경제관료 출신 후보군과 검찰 출신 후보군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기 금감원장의 출신에 따라 향후 금감원 기능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우선 경제관료 출신으로는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이 거론된다. 또 검찰 출신으로는 금감원 부원장보를 지낸 정연수 김앤장 변호사, 금감원 국장을 역임한 박은석 법무법인 린 변호사, 박순철 전 남부 지검장이 유력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최근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이 사실상 금감원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없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무래도 관료 출신 금감원장은 리스크 관리에, 검찰 출신 금감원장은 사정 기능에 집중하지 않겠나”라며 “관리‧감독이라는 금감원 본연의 기능에 맞는 금감원장 선임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왼쪽)과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사진. 각사.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왼쪽)과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장. 사진. 각사.

인사 태풍 중심에 선 국책은행

금융당국 못지않게 국책은행 인사도 주요 관심사다. 일단 공석이 된 산업은행장 자리에는 현재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정치인 출신이자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경제 책사 중 한 명이었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역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현재 산업은행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을 기점으로 한 조선업계 구조조정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정치적 현안과 기능적 현안이 당면과제로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수장 선임 지연은 자칫 더 큰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최근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국무조정실장 선임 논란은 금융권 내 인사의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초기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한 윤 행장이 현 정권의 국무조정실장을 맡는 것이 합리적 결정이냐는 의문 때문이다.

사실 윤 행장의 ‘영전(榮轉)’ 가능성은 이미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윤 대통령 취임 전 만났던 기업은행 내부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사내에서도 윤 행장이 임기와 상관없이 더 좋은 자리로 영전하는 것을 바라는 목소리가 있다”며 “좋은 소식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금융업계에서는 인물과 상관없이 엄중한 금융 및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하루속히 당국 및 국책은행 수장 인사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계부채, 기준금리, 물가상승률 및 경제성장률 관리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담당 기관 수장의 부재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 정권과의 친소관계나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이 인사에 크게 반영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업무역량과 전반적 정책 기조에 기반해 하루빨리 나머지 인사 조각이 맞춰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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