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산은 회장에 노조 출근 저지…낙하산 인사 논란 ‘재현’

기업銀‧수출입銀 인사서도 반복 가능성, 근본적 해결책 필요해

사진. 산업은행
사진. 산업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반복돼온 소위 ‘낙하산 인사’ 논란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3대 국책은행(IBK기업은행‧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수장 인사의 첫 번째 단추였던 산업은행장 인사에서 또 한 번 같은 논란이 재현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남은 두 곳의 국책은행 수장 인사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최근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국무조정실장 낙마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현 정부 역시 소위 ‘정권 코드 인사’에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업계 내부에서는 이번 국책은행 수장 인사에서 또 한 번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발생할 경우, 불확실성이 짙은 국내외 경제 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전문성 위주의 인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 사진. DB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 사진. DB

‘마지막 퍼즐’, 국책은행장 인선 시작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소위 국책은행 빅3의 수장 인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애초 정권이 교체된 후, 인사가 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제청권을 가진 금융위원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다소 지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가장 먼저 출발한 곳은 KDB산업은행이다. 최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제청했다. 산업은행 회장은 산은법 제13조에 따라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재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차기 원장으로 내정됐지만, 인사청문회와 청와대의 임명 과정이 남아있어 고승범 현 금융위원장이 임명‧제청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석훈 신임 회장은 국제금융 환경 분석과 금융·경제 정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정책금융 전문가로 분류된다. 특히 19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박근혜 정권 시절에는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역임한 바 있다.

이러한 과거 이력으로 인해 강 신임 회장은 지난달 이동걸 전 산업은행장이 사임한 직후부터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강석훈 신임 회장에 대해 “국회의원 재임 시절부터 정책금융의 역할 재정립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온 경험이 가장 큰 강점”이라며 “현재 산은의 당면과제인 기업구조조정의 원활한 추진과 민간의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지원 등 주요 업무를 성공적으로 끌어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강석훈 회장 역시 선임 직후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산업은행 전 구성원과 함께 마주하고 있는 당면 과제를 풀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왼쪽)과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사진. 각사.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왼쪽)과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사진. 각사.

또다시 불거진 ‘낙하산‧보은 인사’ 논란

하지만 강 회장의 취임 일성은 불과 하루 만에 또 한번 불거진 ‘낙하산 인사’ 논란에 묻혔다.

지난 7일 신임 산업은행 회장에 내정된 이후, 강 회장은 노조의 반대로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집무실 출입이 막힌 강 회장은 인근 사무실로 이동해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가 강 회장의 출근을 막은 핵심적 이유는 바로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 이슈다. 현재 산은 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이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 공약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강 회장을 “사실상 윤 대통령의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 공약을 집행하러 온 낙하산 인사”라고 평가한 노조는 공약 전면 철회를 확답하기 전까지는 출근길을 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국책은행 수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비단 이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정권이 바뀌고 국책은행 수장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은 연례행사처럼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지난 2020년 1월 임명 이후 한동안 노조의 방해로 집무실에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기업은행 노조는 외부 관료 출신인 윤 행장이 은행 현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선임 자체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면서 윤 행장에 대해 “정권의 뒷배를 업은 함량 미달의 낙하산 행장”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과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역시 임명 이후부터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각 사의 노조 역시 출근 저지와 같은 시도를 계획했지만, 이 전 회장과 방 행장이 각각 노조를 미리 방문해 설득과 논의를 진행하며 물리적 충돌 없이 출근할 수 있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보은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논란에서 자유로운 적은 없었다”라며 “일종의 공공기관인 국책은행을 혁신의 대상으로 보고 외부 인사를 선임하려는 정권과 내부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기관 사이에 갈등이 주된 원인인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지난 2020년 윤종원 기업은행장 출근 저지 당시 현장 모습. 사진. 구혜정 기자.
지난 2020년 윤종원 기업은행장 출근 저지 당시 현장 모습. 사진. 구혜정 기자.

반복되는 흑역사에 갈등만 고조

더 큰 문제는 향후 예정된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의 수장 인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5%대를 넘어선 물가상승률, 인플레이션에 이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여전한 코로나19 사태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국책은행의 역할론도 부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낙하산 또는 보은 인사 논란이 재현된다면 더 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까지 각 사의 유력 차기 수장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은 대부분 이전과 마찬가지로 관료 출신, 학계 출신이다. 기업은행장 후보군으로는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거론된다. 산업은행 회장에 선임된 강석훈 회장 역시 한때 기업은행장 유력 후보군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갑작스러운 방문규 행장의 국무조정실장 선임으로 공석이 된 수출입은행장의 차기 후보군 윤곽은 아직 안개 속이다. 다만 현 정권과 교감을 나눈 인사가 국책은행장직을 수행해온 관례상 기존 금융수장 후보군으로 거론돼온 복수의 인물 중 한 명이 선임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반면, 금융권 내부에서는 정권과 성향보다는 능력과 경험에 기반을 둔 인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 태풍이 부는 것 역시 정권과의 정치적 관계를 고려한 결정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내부 출신 인사를 수장으로 선호하는 것 역시 업무의 전문성과 지속성, 즉 철저히 ‘전문성’에 기반을 둔 것”이라며 “정권 교체기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업무 효율성에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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