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인선 ‘마지막 퍼즐’, 금융수장 인사 9부 능선 넘어

‘관료과 검찰’ 낯선 사령탑 수장 조합에 금융업계 우려 커

윤석열 대통령. 사진. 국방홍보원
윤석열 대통령. 사진. 국방홍보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출범 한 달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 초대 인선의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남아있던 주요 금융·경제 수장 라인업이 사실상 완성됐다. 금융위원장에는 예상대로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내정됐고, 차기 금감원장에도 기관 설립 이후 최초의 ‘검찰 출신’ 원장이 임명됐다. 여기에 국책은행 수장직을 둘러싼 연쇄 이동도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주요 경제·금융 수장들이 현 정부의 코드인사라는 점에서 한 팀으로서의 역할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했던 검찰 출신의 금융기관 수장 임명과 여전히 안갯속인 국책은행 수장 인사는 당분간 적잖은 후폭풍을 가져올 전망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하마평만 무성했던 차기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임명되며 윤석열 초기 내각의 경제·금융 인사가 마무리됐다.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에서 나란히 임명된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감원장은 새 정부 출범 전후로 일찌감치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수장 공석이 가져올 여파를 고려해 차기 수장이 임명될 때까지는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진. 각 사.
사진. 각 사.

새 정부 출범 한 달, 늦어진 금융 인사

애초 금융업계에서는 유독 늦어지는 금융당국 수장 인사에 대한 우려를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코로나19 사태, 기준금리 인상, 물가상승률 압박 등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를 컨트롤해야 할 금융당국 수장의 부재가 적잖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감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전후로 은행권 발 횡령 사건,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등 굵직한 이슈가 연이어 발생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해야 하는 수장의 인사가 늦어지면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당초 업계 내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식 취임하면 즉시 금융위원장 선임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행 법규상 금융위원장은 국무총리가 임명하고 대통령이 제청하는 방식으로 선임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감원장 역시 금융위원장 임명 후, 대통령이 제청하는 방식으로 선임되는 만큼 한 총리 취임 전후로 당국 인사 역시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한 총리 취임 이후에도 금융당국 인사는 하염없이 늦어졌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이슈를 감안한 전략적 선택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했다. 차기 금감원장의 하마평에 오른 일부 후보군이 검찰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인사가 현실화될 경우, 자칫 선거에서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윤 정부 첫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은 같은 날 동시에 선임이 발표됐다. 한덕수 총리가 공식 취임한 지 보름여 만이자,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이 완승한 지 8일 만이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내정자(왼쪽)와 이복현 금감원장 내정자. 사진. DB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내정자(왼쪽)와 이복현 금감원장 내정자. 사진. DB

윤석열 정부 ‘첫 경제 원팀’ 완성

단연 눈에 띄는 인사는 각각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에 선임된 김주현 내정자와 이복현 내정자다. 두 사람 모두 각각의 기관이 설립된 이래 첫 금융협회장 출신 위원장(김주현)과 첫 검찰 출신 원장(이복현)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각자의 인적 네트워크가 당국 수장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우선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 ‘원톱’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행시 동기(25회)다. 특히 김 위원장 내정자는 추 부총리뿐 아니라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과 함께 기획재정부(옛 재무부)에서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다. 사실상의 경제 원팀이 구성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복현 금감원장 내정자는 앞서 언급했듯 금감원 설립 이래 최초의 검찰 출신 원장이자 최초의 ‘40대 원장’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검찰 출신이지만 굵직한 경제범죄 수사에 참여하며 관련 지식과 경험이 해박하고, 무엇보다 ‘감독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금감원의 역할 강화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과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이밖에 이동걸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공석 상태가 지속돼온 KDB산업은행장 자리에는 19대 국회의원과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가 선임됐다.

오래전부터 국제금융 및 관련 정책 전반을 연구해온 강 교수는 업계 내에서도 정책금융 부문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특히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은행의 핵심 기능인 기업구조조정 역량과 민간 금융지원 등 은행으로서의 책무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왼쪽)과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사진. 각사.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왼쪽)과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장. 사진. 각사.

인선 완료에도 적잖은 후폭풍 예상

한편,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인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사실 자체에는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이들이 보여줄 역량과 호흡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형적인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출신 금융위원장과‧전례없는 검사 출신 금감원장의 만남은‧그동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조합이다.

실제로 당장 업계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접점이 적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와 이복현 금감원장 내정자의 소위 ‘케미’에 모아진다. 과거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 시절 갈등을 빚어온 금융위와 금감원 간 관계는 고승범-정은보 체제가 출범하며 갈등이 아닌 ‘시너지를 내는 관계’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상당수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경제 상황 속에서 과연 두 사람이 위기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의 여부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의 주요 보직을 경험한 김주현 내정자와는 달리, 이복현 내정자는 금융당국에서의 경험이 전무한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다소 신선한 인사라는 점에서 조직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수사전문가인 검사 출신 원장이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 정부가 금감원을 ‘감독’이 아닌 ‘수사’ 기관으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석훈 교수의 내정으로 시작된 국책은행 수장 인사의 지속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주요 국책은행 3곳(IBK기업은행‧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 가운데 새 정부 출범 이후 인사가 확정된 곳은 앞서 언급한 산업은행장 인사가 유일하다.

IBK기업은행은 윤종원 행장의 국무조정실장 행 무산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고, 비교적 조용했던 수출입은행은 방문규 행장의 갑작스러운 국무조정실장 선임으로 신임 행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윤종원 행장의 경우, 임기가 6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임기를 모두 채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차기 행장 선임에는 다소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수출입은행도 애초 방 행장의 임기가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던 만큼 당분간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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