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마저 흥행 실패하며 IPO 잔혹사 계속

컬리·케이뱅크 IPO 앞두고 투심 살아날지 주목

사진. 쏘카.
사진. 쏘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한때 '따상(시초가를 공모가의 2배에 형성한 뒤 상한가)'이라는 단어가 익숙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글로벌 증시 침체로 인해 얼어붙었다. 지난해 총 15개 회사가 '따상'에 성공했지만 올해는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따상'에 도달한 기업이 단 4곳뿐일 정도로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기대를 모았던 IPO 대어들도 잇따라 상장을 철회하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은 대규모 IPO가 아니라면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증시 부진과 더불어 가파른 금리 인상이 계속 이어지면서 IPO 시장 위축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최적의 상장시기를 저울질하던 대형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쉐어링 업체 '쏘카'는 지난 4~5일 이틀간 진행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00대1에도 못 미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대부분도 공모가 희망 밴드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쏘카가 희망한 공모가 밴드는 3만4000~4만5000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공모 금액은 1547억~2048억원으로, 상장 후 예상 시가 총액은 1조2000~1조6000억원이었다.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면서 확정 공모가는 희망 밴드 하단인 3만4000원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공모가 산정 단계에서부터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던 쏘카가 수요예측에서도 흥행에 실패하자 IPO 시장 잔혹사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역대급' 시장에 투자자 기대 높았지만…

지난해 IPO 시장은 '역대급'이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IPO 공모 규모(20조4000억원)는 전년도보다 3배 넘게 급증했다. 공모 금액이 1조원을 넘는 대어급 IPO도 6건(SK바이오사이언스·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카카오뱅크·크래프톤·현대중공업·카카오페이)이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일에 '따상'을 기록하며 공모가보다 10만4000원 오른 16만9000원에 첫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154%였다.

이러한 성공은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 새해 들어 코스피는 2700선까지 무너졌지만 IPO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으로 뜨거웠다. 114조원이 넘는 증거금을 끌어모았고 상장과 동시에 코스피 시가총액 2위를 꿰차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다.

이후 '따상'에는 실패했지만 공모가(30만원)보다 50% 높은 금액까지 오르면서 IPO 시장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한껏 치솟았다.

사진. CJ올리브영.
사진. CJ올리브영.

상장 철회 이어지며 대형 IPO 잔혹사

하지만 IPO 흥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증시는 불안의 연속이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리인상은 계속됐고 주가가 연일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빠져나갔다. 결국 대형 IPO를 준비하던 기업들도 저조한 투심으로 인해 줄줄이 상장 철회를 선언했다.

올 1월 상장을 추진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50대 1 이하의 두 자릿수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했고 결국 상장 철회 결정을 내렸다.

SK스퀘어의 자회사 SK쉴더스도 지난 5월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700%가 넘는 부채비율, 46.6%에 달하는 구주매출 비중 등이 투자자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상장을 포기했다.

'IPO 삼수생'으로 하반기 최대어로 꼽히던 현대오일뱅크 역시 지난달 20일 이사회를 열고 최근 주식시장 상황과 동종사 주가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상장 추진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현대오일뱅크 측은 "상장 예비 심사 승인을 받는 등 상장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해왔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상장추진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CJ올리브영도 이달 중으로 예정됐던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하지 않으면서 IPO 계획을 잠정 철회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주주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CJ올리브영이 내년에 상장을 재시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원스토어와 보로노이, 대명에너지 역시 비슷한 이유로 상장에 대한 아쉬움을 삼켰다.

올 하반기에는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 케이뱅크, SSG닷컴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컬리의 경우 유니콘 특례상장 2호 기업이 유력해지면서 상장에서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케이뱅크도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장 분위기와 달리 예정대로 오는 11월 상장을 준비할 계획이다. 지난해 2878억원 매출을 올린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8조원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움츠려든 IPO 시장이 살아나려면 주가를 짓누르는 금리인상 등 악재들이 해소돼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가 살아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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