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글로벌 위기에 증권사도 1분기 순익 30% 급감

결국 지점 통폐합하고 광고비도 줄이며 생존 위한 긴축

여의도 전경. 사진. 이미지투데이
여의도 전경.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에서 촉발된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스피는 2020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2500선이 무너졌고 외국인과 기관은 3000억원 어치를 내다 팔며 지수하락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들 역시 떨어지는 주가에 마땅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증권사들 역시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 등 투자가 늘면서 코로나19 시국에서도 뜻밖의 호황을 맞았던 증권사들은 올해 1분기부터 순익이 30%가 떨어진 성적표를 받았다.

결국 증권사들은 효율은 늘리고 지출은 줄이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했다. 비대면 주식 거래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비용 절감을 위한 지점 통폐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고선전비 지출도 전년 대비 32.8% 감소했다.

1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증권사 1분기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 58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596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350억원(31.2%)이 줄어든 수치다.

수수료 수익도 3조9557억원으로 1년 전(4조5480억원)보다 13% 감소했다. 증권사가 고객 주식 거래를 중개한 대가로 받는 수탁 수수료(1조4597억원)도 1년 전보다 42%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의 올해 실적이 상당히 저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1조 클럽'에서 밀려나는 증권사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년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증권사 5곳(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의 올해 합산 연간 영업이익은 24%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기업공개(IPO) 등 전통 IB(기업금융) 시장도 위축하는 데다 금리 인상으로 채권 운용 평가 손실까지 늘어나면서 증권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도 하향 중이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예전 증권사 실적은 주식 중개 수수료에 의존해왔다"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증시 환경이 안 좋을 때 리스크 관리를 얼마나 잘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적 급감하자 지점 팔고 광고비 줄였다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증권사들은 생존을 위한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지점 통폐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9년 1076개에 달했던 국내 증권사 오프라인 지점은 3년 새 165개 이상 줄어 911개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 거래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실적 악화까지 현실화되자 거점 지역의 일부 지점만을 남긴 채 대부분의 지점은 통합형 혹은 고액 자산가 자산관리(WM) 특화 지점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임대료 등 고정지출을 줄이고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지점 통폐합을 단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일부 대형 증권사에 경우 올 1분기 광고선전비 지출도 줄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키움·메리츠·대신·KB·하나·신한)의 별도 기준 올해 1분기 광고선전비는 455억2891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2.8% 감소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상위 10개 업체 중 6곳(키움·삼성·미래에셋·신한·KB·한투)에서 광고비를 축소했는데 이는 과거 흐름과 상반된다. 지난해 상위 10개 증권사가 지출한 광고선전비는 2592억원으로 전년 대비 43.9% 증가한 바 있다.

이들 증권사가 최근 태세를 전환한 것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해 주식 거래대금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주식 시장이 위축되자 광고비를 축소한 것이다. 실제 이달 일평균 주식 거래량은 23억5898만주로 전년 대비 40.1% 감소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신규 고객 유입률이 높고 거래량도 계속 늘었다"며 "지금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비용을 들여 이벤트나 광고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상승을 위해 제도 변화와 함께 성장 여력이 주목되는 퇴직연금 시장, 해외 신시장 진출을 통한 고객 확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중소형 증권사들과 대형 증권사는 향후 고객 확보 방안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며 "퍼주는 마케팅이 아니라 끌어올 수 있는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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