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많던 2차전지 기업 수요예측서 잇단 고배

글로벌 경기침체로 변동성 늘며 기관 자금집행 위축

자금 마련 위해 철회 대신 몸값 낮춰 IPO 재시도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올해 증시 한파가 계속되면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기업공개(IPO) 역시 수요예측 단계에서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고 있다. 연중 성수기로 불리는 9~11월이 됐지만 '최대어'로 불렸던 2차전지 관련 업체마저 주춤하면서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다.

대표적인 IPO 흥행 보증 카드였던 '2차전지' 업종의 흥행 실패는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줬고 연내 상장을 목표로 했던 컬리와 케이뱅크 역시 이러한 이유로 인해 상장 시기를 조율 중이다.

다만 침체된 시장에서도 철회 대신 몸값을 대폭 낮춰 IPO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경기 침체 장기화와 금리인상 기조로 유상증자·회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 환경이 여의치 않으면서 지속적인 영업활동을 위한 자금 마련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재정이 열악해진 기업들은 IPO를 유일한 조달 창구로 판단하고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2차전지 대어로 꼽히던 더블유씨피(WCP)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 14일부터 양일간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00대1을 밑도는 경쟁률을 기록했고 제시한 희망 공모가 밴드보다 20~36% 낮은 수준의 공모가가 형성됐다.

앞서 성일하이텍, 새빗켐 등 2차전지 관련주들의 IPO 흥행으로 동일업종인 더블유씨피의 기대감도 커졌지만 2차전지 분리막 시장 1위 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주가가 크게 하락한 점이 악재로 작용하며 결국 부진한 성적표를 받게 됐다.

공모주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기업 역시 공모주 투자심리가 싸늘해지면서 어려운 하반기를 보내고 있다.

KB금융그룹의 첫 공모 상장 리츠인 KB스타리츠는 배당수익률 연 7.76% 등을 내세우며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15~16일 진행한 일반청약에서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에 따르면 KB스타리츠 일반공모 청약 결과 최종경쟁률은 2.06대 1에 그쳤다. 지난 6~7일 진행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최종 경쟁률 26.19대 1로 경쟁률이 높지 않았다.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도 15~16일 일반청약을 받은 결과 경쟁률이 78 대 1을 기록했다. 수요예측에서 44.3 대 1의 경쟁률을 확보하는 데 그친 것이 일반청약 경쟁률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데일리임팩트에 "금리 인상기에 리츠의 금융비용이 상승하면 배당수익률이나 투자 안정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리츠에 대한 투자가 예전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을 앞둔 케이뱅크. 사진. 케이뱅크.
상장을 앞둔 케이뱅크. 사진. 케이뱅크.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공모시장 위축

공모시장이 위축된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총 상장기업 수는 69개, 총 공모액은 14조7000억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10개 기업이 줄고 총 공모액도 1조가량 떨어진 수치다.

특히 올해의 경우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12조8000억원을 흡수한 것을 감안하면 총 공모액이 대폭 감소한 상황이다.

상장 이후 주가 흐름도 좋지 못하다. 쏘카의 경우 전일 종가가 1만6500원으로 상장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공모가(2만8000원)보다 50% 이상 줄었다.

결국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현대오일뱅크 등 상장을 준비했던 기업들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상장을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하반기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연간 기준 상장 기업 수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하반기 대어로 꼽히는 컬리와 케이뱅크의 고민이 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두 기업은 현재 국내 증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기기보다는 더 좋은 가치를 받기 위한 노력을 하며 시기를 고려하고 있다.

이경은 KB증권 연구원은 "수요 예측 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긴급하지 않은 경우 상장 시기가 미뤄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상장을 추진 중인 컬리. 사진. 컬리.
상장을 추진 중인 컬리. 사진. 컬리.

IPO 철회 대신 '몸값 낮추기'로 강행

넉넉하지 못한 시장 상황에도 일부 기업은 철회 대신 '몸값 낮추기'를 통해 IPO를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사업자금 확보'가 가장 주요한 이유라고 꼽았다.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쏘카도 안정적인 사업 활동을 위해 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고 더블유씨피 역시 올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회사 로드맵상 내년 유럽 현지 생산을 개시하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IPO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상장심사를 통과한 컬리도 어려운 재정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IPO를 준비 중이며 거래소 예심을 통과한 케이뱅크는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계약을 지키기 위해 상장을 진행하고 있다.

IPO를 진행하고 있는 증권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많은 기업이 IPO를 하반기로 미뤘다"며 "상황이 나아지지 않다 보니 결국 상장을 밀어붙이려는 회사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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