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완성차 도요타, 전기차 플랫폼 생산 결정
혼다도 전기차 부서 신설 및 2024년 전동화 목표
업계 “경쟁상대이긴 하지만 아직 현대차그룹이 우세해”

(왼쪽부터)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회장, 사토 코지 토요타 사장 겸 최고 경영자, 우치야마다 타케시 토요타 전 회장. 사진.토요타 일본 홈페이지
(왼쪽부터)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회장, 사토 코지 토요타 사장 겸 최고 경영자, 우치야마다 타케시 토요타 전 회장. 사진.토요타 일본 홈페이지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하이브리드만을 고집했던 일본 기업 토요타와 혼다가 전동화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긴장감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의 경우 세계 1위 자동차기업인 데다, 현대차그룹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 생산을 결정하기도 한 만큼 힘겨운 경쟁상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분야에서 앞서 있는 만큼 당분간은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아도 된다 보고 있다.

23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토요타그룹은 오는 4월 1일부터 사토 코지 신임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전기차 전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우치야마다 타케시 회장 퇴임과 함께 토요다 아키오 회장과 렉서스 사업부 최고책임자인 사토 코지 사장 겸 최고경영자 체제로 전환할 것을 발표했다.

사토 코지 사장은 지난 13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기차 전략을 가속화시키는 등 현재의 사업구조를 혁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동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4월 취임 이후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또한 토요타는 오는 2026년까지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이를 기반으로 한 신차를 내놓는 등 전체 라인업의 제품 혁신도 추진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오는 2030년까지 연간 350만대의 전기차를, 렉서스는 2030년까지 연간 100만대, 2035년부터는 100% 전기차만을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혼다 세단 어코드 하이브리드 모델. 사진.혼다코리아
혼다 세단 어코드 하이브리드 모델. 사진.혼다코리아

혼다는 기존 내연기관차 부서에서 전기차 개발 인력을 분리하고, 북미·유럽·아시아 등 6개 지역 사업장을 3개로 통합해 전동화 계획에 빠르게 대응할 계획이다. 또한 북미·중국에서는 중대형, 나머지 지역에서는 중소형으로 세분화된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다.

하지만 혼다 역시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동화가 다소 늦은 편이다. 때문에 혼다는 오는 2024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자체적인 기술개발과 동시에 주요 기업들과 적극적인 사업 제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혼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3에서는 소니와 공동 개발한 첫 전기차인 ‘아필라’를 공개했다. 또한 오는 2024년 초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와 함께 만든 글로벌 시장용 전기차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글로벌 혼다의 전동화 목표에 따라 자동차의 경우 이후 2030년까지 선진국 내 판매량의 40%, 2035년까지 80%, 그리고 2040년에는 전세계 판매량의 100%를 전동화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혼다코리아의 전기차 국내 도입은 향후 3~4년 뒤로 계획하고 있다”라며 “올해 국내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안착해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전용 전기자동차 플랫폼 E-GMP가 탑재된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6.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전용 전기자동차 플랫폼 E-GMP가 탑재된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6. 사진.현대자동차

현재 현대차그룹은 전동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들 대비 비교우위에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이미 개발해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와 기아 EV 시리즈, 제네시스의 GV 전동화 모델에 탑재해오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전기차를 보급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 토요타는 2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국가별 전기차 판매량에서도 한국은 지난해 16만2987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반면 일본은 6만125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판매를 주도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아직까지 전기차 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요타와 혼다가 하이브리드 시장의 강자들인 만큼 특유의 기술력을 접목할 경우 전기차 분야에서도 빠르게 진전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최근 전기차의 열폭주로 인한 화재 및 폭발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해 안정성 높은 기술을 내놓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토요타의 경우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1048만3024대를 판매하며 3년 연속 글로벌 판매량 1위를 차지한 세계 최고의 완성차 기업이기도 하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파워가 막강한 만큼 전기차로의 전환이 이뤄질 경우 파괴력을 발휘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해 684만 대의 판매량으로 글로벌 3위에 올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양사의 전동화 전환이 늦은 만큼 현대차그룹에 당장은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양사의 전동화는 많이 늦은 편이다. 현대차그룹과는 2~3년 정도 뒤쳐진 상태”라며 “최근 양사가 전동화 선언을 했지만 이미 과거 몇 차례 같은 식의 선언이 있었고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던 상황이다. 토요타의 경우 회장이 바뀌긴 했으나 조직이 워낙큰 ‘거대공룡’인 만큼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전동화 분야 퍼스트무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초격차 기술을 유지해나가야 한다는 입장 역시 밝혔다.

김 교수는 “일본 기업들의 전동화 시장 입성은 언젠가는 일어났을 일인 만큼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빨리 달아나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기는 하지만 테슬라나 폭스바겐 등과 같은 전동화 분야 선두 주자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융합기술개발이나 인수합병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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