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완성차 업체 잇따라 진입..중고차시장 치열한 경쟁
현대-점유율, 토요타-하이브리드, KG-픽업 등 강점으로 승부

서울 양재동 오토갤러리에 자리한 토요타코리아는 공식 인증중고차 브랜드 ‘토요타 서티파이드(TOYOTA CERTIFIED)’ 양재 전시장 전경. 사진=한국토요타자동차
서울 양재동 오토갤러리에 자리한 토요타코리아는 공식 인증중고차 브랜드 ‘토요타 서티파이드(TOYOTA CERTIFIED)’ 양재 전시장 전경. 사진=한국토요타자동차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토요타, KG모빌리티 등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이 연간 거래 규모 30조원에 달하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 진출을 선언하면서 기존 중고차 업체들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신차를 가장 많이 판매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토대로 중고차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KG모빌리티는 픽업트럭 등 자사의 강점을 살린 판매전략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연간 거래 규모는 30조원에 달한다. 기업·소비자 간 거래만 연 250만대에 달해 연 170만대 수준인 신차 판매 시장보다 더 규모가 크다. 완성차 업계 역시 이러한 중고차 시장 진입을 위한 준비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올 하반기 국내 중고차 시장 진출을 통해 자사 브랜드의 신차 판매 경쟁력 역시 제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월 경기도 용인에, 기아는 전북 정읍에 자동차 매매업 등록을 마치고 3월 주주총회에서 중고차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바 있다. 더불어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를 구축하고 중고차 보증·관리를 강화해 브랜드 가치를 한층 더 높일 예정이다. 기아의 경우 중고차 전용 리컨디셔닝센터를 마련한다.

또 기존에 타던 차량을 반납할 경우 신차 구매 시 특별 보상을 제공하는 ‘트레이드 인(Trade-in)’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재구매율을 끌어올려 ‘충성고객’들을 늘릴 계획이다. 실제로 메르세데스 벤츠·BMW·아우디 등 수입차 업체들은 예전부터 이러한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현대자동차·기아·제네시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88.59%에 달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중고차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며 “인증 중고차 사업으로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제공함과 함께 잔존가치 제고를 통해 고객의 실부담액을 경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KG모빌리티 역시 중고차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인증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KG모빌리티는 하반기를 목표로 판매와 정비 조직 체계 등 사업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KG모빌리티는 5년·10만㎞ 이내의 자사 차량을 매입해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쳐 품질을 인증한 중고차를 판매할 예정이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직 구체적으로 언제 무엇을 하겠다고 정해진 부분은 없다. 준비 중인 것 같다”라면서도 “만약 중고차 사업을 하게 된다면 타사와 마찬가지로 인증 중고차 식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도 최근 공식 인증 중고차 브랜드 ‘토요타 서티파이드’(TOYOTA CERTIFIED)를 론칭하고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오토갤러리에 첫 전시장을 열었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렉서스는 이미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 고객들이 중고차로 많이 사용 중이었지만 아직 토요타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지 않았다”라며 “토요타 서티파이드를 통해 고객들이 편안하게 토요타 브랜드를 접하고 기존 고객들이 믿고 차를 매각하는 서비스를 실현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토요타 서티파이드에서는 한국토요타가 공식 수입한 5년 또는 10만㎞ 이내의 무사고 차량 중 공식 서비스센터 정비사가 실시하는 총 191개 항목의 기술·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만 판매될 예정이다.

구매 고객에게는 엔진·동력전달장치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스템 관련 부품의 1년 또는 2만㎞ 추가 연장보증 서비스가 제공된다. 또한 공식 수입 차량 보유 고객이 매각을 원하면 전문 평가사가 진단을 거쳐 가격을 책정하고 토요타 차량 재구매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반면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아직 상황을 관망하고 있으며 한국지엠의 경우 중고차 시장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특별시 서초구 소재 현대차·기아 양사 건물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서울특별시 서초구 소재 현대차·기아 양사 건물 전경.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다양한 효과 노릴 수 있어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로는 △소비자 보호 △락인(재구매율) 효과 △안정적 수입원 등이 꼽힌다. 신차를 만들었던 업체에서 수리 등의 기본적인 서비스를 포함해 보증·관리 체계를 구축하면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다. 또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SDV)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완성차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중고차 가치를 쉽게 높일 수 있다.

'락인'(재구매율) 효과 역시 중고차 판매를 통해 완성차 업체가 얻을 수 있는 이익 중 하나다. 차주가 기존 차량을 반납하고 재구매하면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재구매율을 높이고 일종의 '보상 판매 제도'를 통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또 다른 자사의 신차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가 가능하다.

업계에서 내수 신차 시장을 더 이상 늘리기가 어려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연이어 나오는 것도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업계 1위인 현대차그룹까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타 완성차 업체들은 자사의 장점을 중고차 시장에도 적용해 대응하고 있다.

한국토요타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중심으로 국내 중고차 시장에 나섰다. 실제 지난해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휘발유+전기) 판매 대수는 총 111만8606대로 총판매 대수(2550만3078대)의 4.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토요타는 캠리 등 자사가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중고차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세일즈 타깃이나 예상 수요를 오픈하기는 어렵다”라며 “고객이 매각하는 물량 기준으로 물량이 나가는 만큼 그에 맞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KG모빌리티의 경우 픽업트럭 및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시장에서 공고한 수요를 갖고 있는 만큼 중고차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기대해볼만 하다는 입장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4월 KG모빌리티의 대형 픽업트럭 코란도 스포츠는 1223대가 판매되며 중고 경유 승용차 실거래 대수 5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는 당월 픽업트럭 총판매 대수(2857)대의 42.8%에 해당한다.

토요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AV4. 사진=한국토요타자동차
토요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AV4. 사진=한국토요타자동차

진출 영향 그렇게 크지 않아

KB차차차·K-카 등 기업형 중고차 업체들은 대기업 진출에 대해 걱정과 기대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시장 신뢰도를 회복하고 시장 자체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과 동시에 점유율과 매물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체들은 상품화 과정과 판매방식, 수수료 체계 등이 각각 다른 만큼 하반기 본격적인 대기업 진출에 대비해 차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 영향은 시장에서 당장 크지 않을 전망이다. 5년·10만km 이하 자사 매물로 한정됐고 시장 점유율도 1년 동안 전체 판매량의 2%대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완성차 브랜드의 중고차 시장 예상 점유율은 2026년 기준 7.5~12.9%로 10대 중 1대꼴이다.

소비자들도 품질을 인증한 중고차를 안심하고 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환영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기존 중고차 시장에서 자주 보이던 허위 매물, 성능 기록부 조작, 강매 등 부적절한 판매 행위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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