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폭스바겐·기아, 소형 저가 전기차 출시 예고
탄소중립 위해서도 커지는 소형 EV 중요성
대중화 선도 위해서는 가격 인하·안정성 해결 관건

중국 상하이 소재 테슬라 기가팩토리 상하이 내부 전경.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상하이 소재 테슬라 기가팩토리 상하이 내부 전경.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글로벌 완성자동차업체들이 연이어 저렴한 경·소형 전기자동차 출시를 예고하며 보급형 시장 선점 경쟁에 불을 당기고 있다.

오는 2025년 이후로 예상되는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모델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2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1위 업체 테슬라는 오는 3월 1일 ‘테슬라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모델 2라는 이름의 소형 전기차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해당 모델의 가격은 2만5000달러(한화 3200만원) 수준이다. 이처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데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해당 모델의 양산시점을 오는 2025년으로 보고 있다.

르노 역시 내년까지 소형 전기차 ‘르노 5’를,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ID.라이프’를 출시할 예정이다. 두 모델 역시 2만~2만5000유로(약 2800만원~3400만원) 수준으로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 역시 최근 노사간 고용안정위원회에서 공장별 신차 생산 시기를 합의했다. 특히 내년부터 경기 광명공장에서 소형 전기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SV’(프로젝트명)와 준중형 전기 SUV ‘CT’의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해당 차량들이 각각 EV3, EV4의 이름을 달고 출시될 것으로 점치고 있으나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는 차명과 출시시점 등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기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코드명으로 보통 이야기가 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나오기 전까지 어떤 차량이 될지는 모른다”라며 “출시 시점까지 아직 많이 남은 차종의 경우 계획이 항상 변경될 수 있는 만큼 세간의 이야기와는 다른 방향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기아 경차 레이 '그래비티' 모델. 사진은 내연기관차로 전기차 모델이 아님. 사진.현대차기아
기아 경차 레이 '그래비티' 모델. 사진은 내연기관차로 전기차 모델이 아님. 사진.현대차기아

이처럼 국내외 완성차업계에서는 앞으로 전기차 시장 선점에 있어 소형차를 필두로 하는 보급형 모델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중심을 이루고 있는 중형 모델들만으로는 전기차 대중화라는 숙제를 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보조금이 붙지 않으면 가격 면에서 아직 내연기관차 만큼의 경쟁력이 없다.

더욱이 시장별로 경·소형 차량을 선호하는 지역이 존재하는 만큼 대중화를 위해서는 해당 시장을 만족시킬 보급형 모델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각국의 탄소중립 요구치가 높아지며 내연기관차 판매가 어려워지는 것도 전기차 조기 대중화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에서는 지난 14일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오는 2035년 이후로는 아예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완전한 전기차 대중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법안이 발동될 경우 EU에서 신차는 전기차만 판매할 수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현대차그룹은 올해와 내년 하반기에 각각 기아 레이EV와 현대차 캐스퍼EV 등 경형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며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함과 동시에 ‘작은 전기차’ 수요 예측에 들어간 상태다.

국내에서는 경차 수요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경기 침체로 수요 둔화가 길어지고 있는 현재 가성비가 높은 차량을 출시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기아는 레이 EV를 지난 2011년 한 차례 출시했으나, 낮은 연비 등으로 실패를 맛봤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이뤄진 만큼 이전보다 길어진 주행거리 등 우수해진 상품성을 갖고 출시가 이뤄질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또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레이와 캐스퍼 등 기존 내연차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개발비가 상대적으로 낮아 부담이 덜한 것도 장점이다. 여기에 그간 난공불락에 가까웠던 일본이나, 인도·동남아 시장 등 소형 전기차 수요가 높은 신시장 개척 역시 가능해 진다는 점 역시 메리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충전시설에서 충전을 진행중인 전기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충전시설에서 충전을 진행중인 전기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업계에서는 전기차의 본격적인 대중화를 2020년대 후반으로 점치고 있다”라며 “1회 충전에 400km 정도를 가는 배터리의 가격이 지금보다 크게 떨어질 정도로 기술적 진보가 이뤄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경형 전기차 규모는 지난 2019년 9만대에서 연평균 38% 성장해 오는 2025년에는 9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경소형 전기차 출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기차 보급 일반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가격 할인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동화가 유력한 경소형 내연차들의 경우 가격이 비싼 데다 전기차로 출시될 경우 가격이 더욱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각 업체 홈페이지 기준 주요 경소형 내연 신차 가격은 △캐스퍼 1385만원~1870만원 △모닝 1175만원~1540만원 △레이 1390만원~1815만원 △K3 1785만원~2495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완성차업계 입장에서는 마진율이 낮은 전기차의 가격 할인을 결정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업계 1위인 테슬라의 경우 제조 기술 혁신 및 온라인 판매 등을 통해 대당 약 25% 수준의 높은 마진율을 확보했으나 나머지 내연기관 기반 업체들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10%를 밑돌고 있어 전기차를 이 이상 할인할 경우 손해보는 장사를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부족한 배터리 안정성을 증진시킬 필요도 있다.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외부 충격에 약한 데다 과충전·제조불량 등 다양한 이유로 손상돼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치솟으며 불이 번지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내부 온도가 매우 높은 만큼 화재 발생 시 진화가 어려운 데다 사고 발생 시 생명을 잃을 가능성 역시 높아 보완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전기차 대중화는 요원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전기차는 보급한지 10년 밖에 되지 않은 만큼 각종 문제점에 대해 내연기관 대비 취약할 수 밖에 없다”라며 “선진국에서도 보급하면서 대책을 세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등 전기차 내부에 소화캡슐을 달아서 화재시에 터지게끔 만드는 등 골든타임을 늘리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라며 “전기차 화재가 언론에서 부각되며 전기차 자체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지만 기술개발이 진행되는 중인 만큼 점차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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