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차, 판매량 상승세 가팔라…경유차도 추월
배터리 안정성 등의 문제로 전기차 대중화 시일 필요
탈탄소·수익성 고려…하이브리드로 전동화 기반 강화

지난 5월 국내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대형 세단 그랜저(GN7) 하이브리드 모델은 6897대가 팔렸다. 이는 내연기관 모델 판매량인 4684대의 약 1.5배에 해당한다.사진=현대자동차
지난 5월 국내 시장에서 현대자동차 대형 세단 그랜저(GN7) 하이브리드 모델은 6897대가 팔렸다. 이는 내연기관 모델 판매량인 4684대의 약 1.5배에 해당한다.사진=현대자동차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탄소중립 조기 달성을 위해 세계 각 국이 관련 정책을 강화하면서 친환경 고연비를 갖춘 하이브리드차(HEV)가 뜨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 하이브리드차가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기차가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엔 시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완성차업계가 하이브리드차에 당분간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잘 나가는 하이브리드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하이브리드차는 빠르게 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조사 결과, 5월 국내에서 등록된 신차 14만9541대 중 18.6%(2만7863대)가 하이브리드차였다. 전기차(1만3785대)보다 2배 가량 많은 수준이다. 특히 경유차(2만6898대)를 처음으로 넘어서 눈길을 끌었다.  

하이브리드차는 최근 1년 사이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해 41.7%(8202대)의 증가율을 보였다. 휘발유 차량, 전기차와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휘발유 차량은 2.3% 증가하는 데 그쳤고, 전기차는 오히려 0.2% 감소했다.

하이브리드차의 인기는 또다른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1∼4월 하이브리드차는 10만9371대가 판매됐다. 전년 동기보다 35.2% 증가함에 따라, 전기차 누적 판매량(5만363대)의 2배에 달했다. 실제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만8601대, 지난해 같은 기간(1만7885대)보다 2배 이상 많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차량의 엔진룸. 사진=픽사베이
토요타 하이브리드 차량의 엔진룸. 사진=픽사베이

완성차업계, 전기차 전환 '가속'

하이브리드차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뜻밖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잘 팔린다 해도 전기차의 대체재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하이브리드는 죽어가는 기술”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하이브리드차의) 시장 퇴출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내연기관차의 방식을 혼용한 하이브리드차는 점차 설 곳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2월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EU 내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차량만 신차로 판매하도록 탄소배출 규제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완성차업계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 17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2035년에는 유럽, 2040년에는 주요 시장에서 100% 전동화를 꾀하기로 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더 과감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54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내놓는 데 이어, 2030년부터 모든 차종을 순수 전기차로 전환한다. 스텔란티스 계열사인 푸조 역시 2030년부터 유럽에서 전기차만을 판매할 예정이다. 볼보 또한 2030년부터 완전 전기차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기차가 충전을 진행중인 모습. 사진=픽사베이
전기차가 충전을 진행중인 모습. 사진=픽사베이

배터리 문제로 전기차 대중화 어려워 

전기차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대중화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어서다. 현재 전기차 대부분에 탑재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안정적이지 못하다. 외부 충격 등으로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 전해액이 기화·팽창, 화재로 이어지는 열폭주 현상이 나타나기 떄문이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급의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배터리 기술 발전이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며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가 볼륨(대량 판매) 모델로 자리잡으려면 한 2030년 정도는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다른 완성차업계 관계자도 데일리임팩트에 “전기차가 최종 도달점이지만 아직 하이브리드가 현실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순수전기차만이 답은 아니기에 브랜드들마다 고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내연기관차 비중을 낮추는 건 피할 수 없는 상황. 탄소 저감과 수익성 양쪽을 충족시키는 하이브리드차를 통해 전기차 전환의 동력으로 삼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를 보여주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남양연구소에서 하이브리드차 전용 배터리 개발을 마쳤다. 하이브리츠차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내년에 해당 배터리를 장착한 하이브리드차를 내년에 출시, 전기차에 버금가는 규모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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